12월 12일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다섯 달에 걸쳐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한 근로 시간 개편에 대하여 정부와 논의하여 법정근로시간을 현행 52시간에서 최대 69시간으로 늘어날 수 있는 노동시간 개혁안을 공개했다. 연구회는 12월 16일 노동부 장관에게 권고문을 전달하고 활동을 마무리한다. 12월 13일에는 대통령이 “인기영합적 포플리즘 정책”이라며 “문재인 케어” 폐기를 공식화한다.
통계청 자료는 2022년 상반기 우리나라 출산율은 0.75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다. UNFPA(유엔인구기금)에서 발간한 ‘2022년 세계인구현황보고서’는 우리나라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예상 출생아 수는 세계 꼴찌(평균 1.1명)라고 발표했다. 혼인은 2016년 28만 1,635건, 2019년 23만 9,159건, 2021년 19만 2,507건으로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고, 결혼을 했더라도 한 명만 낳거나 낳지 않는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인구문제연구소는 “한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고,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이 펴낸 ‘인구 정쟁 2045’에서는 우리나라가 인구 절벽을 넘은 인구 붕괴를 우려한다. 인구 문제는 노동 정책 변화와 “문재인 케어” 폐기가 상호작용을 통해서 다른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
2022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교수들의 59%가 과이불개(過而不改,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를 선정했다.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編)에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을 잘못이라 한다.”(과이불개 시위과의 過而不改 是謂過矣)에서 나온 글이다.
사람은 누구나 허물이 있다. 고치지 않으면 그것은 진짜 허물이다. 사람의 양심은 처음에는 허물을 알고 허물에 대하여 부끄러워하지만,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계속하면 더 이상이 부끄러움을 사라지고 당당해진다. 그것이 신념이 되어 죄의식은 사라져 잘못이 드러날 때마다 남 탓으로 돌리고 희생양을 찾는다.
망아지가 개가 되고, 개가 망아지가 되는 예는 없다. 국록을 먹는 자의 재주와 능력, 허물까지도 본인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다. 허물을 그대로 놓고 계속 밀고 나가면 바른 정치에서 멀어진다. 대통령 연말 선물을 수입 농산물 가공품으로 꾸며져 있다는 보도다. 처음에 이상하고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바로 고쳐야 한다.
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을 기점으로 환율전쟁을 거쳐 패권전쟁으로 돌입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시진핑과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의 만남이 미국의 패트롤 달러(달러로만 원유를 결제하게 하는 것)에 위협적인 도전으로 달러의 기축통화를 흔든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미 통상에만 신경 쓰고 대중 무역적자,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대응에 손을 놨다. 볼펜 행정이 현실을 얼마나 담아낼지 의문이다.
맹자의 이루하(離婁下) 소오어지자장(所惡於智者章)에 좌향기성(坐享其成)이라는 문구가 있다. 맹자는 “가만히 앉아서 가늠할 수 있다.”라는 뜻으로 사용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가만히 앉아서 남이 고생 끝에 얻은 성과를 누린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속담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챙긴다.”라는 말과 같은 의미가 됐다.
법정근로시간 주 52시간에서 69시간 탄력 근무, 그 뜻은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사업주가 악용할 소지가 크다. 우리 노동문화는 윗사람 눈치를 보느라 과도한 노동을 하고 남는 시간을 활용하지 못할 염려가 크기 때문이다. 너무 잘하려고 놓치지 말라, 멈추면 보이는 것이 많다. 이 정책이 불러올 나비효과가 걱정된다. 2022년도 대통령실 종무식은 ‘대통령 연하장’표절 구설수로 대미를 장식했다. 허물을 돌아보고 멀리 생각하기를 바란다.
2023년 1월 4일 새전북신문 기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