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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구 Nov 02. 2024

60.경청을 잘하는 사람은 가만히 있어도 사람이 모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대선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며,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MB노믹스'를 제시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주요 강들을 연결해 물류를 효율화하고, 이를 통해 경제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이 계획은 환경 문제와 경제적 효율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국민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대운하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이를 축소하여 4대강 정비사업으로 추진했다.     


초기에는 민간 자본을 유치해 사업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었으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맞물려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었다. 결국 민간 자본 유치가 어려워지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수자원공사(이하 수공)의 협력을 구해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자 했다. 국토부는 수공에 먼저 투자하라고 요구하며, 이후 정부가 국고로 비용을 보전해 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2009년 8월, 기획재정부는 재정부담을 이유로 사업 주체를 정부에서 수공으로 전환하라는 압박을 가했다. 결국 그해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수공이 사업 주체로 지정되었고, 수공은 약 8조 원 규모의 공사채를 발행해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이후 수공은 투자한 자본의 원금을 보전해달라고 요청했으나, 2015년 박근혜 정부에 이르러서야 겨우 30% 정도인 2조 4,300억 원을 보전받을 수 있었고, 나머지 70%는 수공이 자체적으로 손실 처리해야 했다. 이는 정부의 정책 실패와 책임 회피에서 비롯된 결과로, 수공은 그로 인해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라는 말이 있다. 익산시가 안정적인 물 공급을 위해 광역상수도 의존도를 높이고 있지만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타인의 자원에만 의존하다 보면, 결국 자체적인 자원 관리 능력을 상실할 위험이 있다. 상수도 수원인 용담댐과 대아저수지는 수공과 농어촌공사가 각각 관리하고 있다. 다양한 공급처 확보는 물 공급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중요한 전략이다. 물론 추가 비용과 리스크가 따르겠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물 공급이 가능하다.     


지난 6월 7일 익산시는 물 공급 관련 정책에 대해 공청회라는 이름을 빌려 열린 설명회를 보았다. 정책은 의지 하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일상적인 정책 실행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비전을 제공해야 한다. 시민의 안전이 경제 논리에 의해 희생되는 것은 결코 합리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신흥정수장은 비상 상황 시 10여 일 동안 익산 시민들에게 물을 공급할 수 있는 중요한 시설로, 물 주권과 요금 인상 문제, 비상 대응 능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2010년 아이슬란드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코미디언 출신 욘 그나르가 독특한 공약을 내세워 시장에 당선된 사건이 있다. 그의 임기 동안 큰 정책 변화는 없었지만, 시민들은 그의 진정성 있는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이는 정치가 단순한 성과로 평가되지 않으며, 시민과의 신뢰와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우리는 공기업이 부실화되는 과정을 목격했다. 광역상수도를 통한 물 공급은 겉으로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운영비, 정수 처리비, 배수시설 유지비 등 숨겨진 비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정책 결정자들은 시민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고, 신중하게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수도 요금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으며, 지자체는 각 지역의 특성과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결정한다. 잘못된 결정은 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공청회는 반대 견해를 갖은 토론자가 없었다. 소수의 반대 의견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정책관리자의 역할이다.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더라도, 그 판단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다. 소수의 목소리를 무시할 경우, 예상치 못한 경고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모든 목소리가 모여 민심을 이루며, 이를 경청하는 태도가 곧 정책의 성공을 좌우할 수 있다.


소통신문 기고 2014. 9. 네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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