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파크골프장 지원, 노인 복지와 지역사회 활력을

by 강승구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불과 몇 년 뒤면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가 된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것은 축복이지만, 노년의 삶이 병원과 집을 오가며 외로움 속에서 이어진다면 이는 개인의 비극이자 사회 전체의 부담이다. 고령화 시대의 화두는 ‘얼마나 오래 사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가?’이다. 이 질문에 대한 현실적 해답 중 하나가 바로 파크골프장이다.


파크골프는 나이와 체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생활체육이다. 9홀을 도는 데 1시간 남짓 소요되며 걷기와 스트레칭 수준의 운동으로 무리가 없다. 스윙 동작으로 어깨와 팔 근육을 쓰고, 걷는 과정에서 하체 근력을 유지한다. 규칙적 참여는 심폐 기능 강화, 혈액순환 개선, 균형 감각 회복 등에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또래들과 함께 운동하며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우울감이 완화되고 정서적 안정감이 생긴다. 파크골프장은 단순한 운동장이 아니라 일상적 돌봄과 사회적 연결망 역할을 한다.


익산시는 비교적 선도적으로 파크골프장을 확충해 왔다. 2016년 만경강 변에 선화 코스와 서동 코스(총 18홀)를 개장했고, 2022년에는 북부권 어울림 파크골프장(18홀)을 열었다. 최근에는 만경강 목천지구 유휴부지에 ‘이리로’ 코스를 추가 조성했다. 코스가 늘자, 주말이면 순번을 기다리는 줄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 노인뿐 아니라 중장년층·주부·가족 단위 방문객이 증가하며 만경강 주변은 새로운 여가·관광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파크골프는 노인만의 운동을 넘어 세대 통합형 스포츠로 발전 중이다.


그러나 운영 과정에서 논란은 계속됐다. 불과 2년 전, 협회비 징수가 시설 사유화라는 민원을 불러오자 시는 회비 폐지를 요구했고 시민들은 환영했다. 그런데 2025년 7월 16일 개정된 ‘익산시 체육진흥 시설관리 및 운영 조례’ ‘별표 1의4. 파크골프 사용료’ 신설•규정했다. 구체적 요율은 고시되지 않았지만, 2025년 11월 1일부터 제8조에 따라 1회 사용료와 월(연) 사용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협회비만 내면 사실상 무료였던 시설에 요금을 매기겠다는 결정에 시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는 시설 유지·관리를 위해 불가피하다 보지만, 이 조치가 기초연금에 의지하는 노인이나 장애인에게는 이용 포기라는 장벽이 된다. 이는 시가 스스로 세운 공공성 원칙을 뒤집은 것으로, 시민 부담만 가중하는 정책이다.


여기에 더해 조례 제7조는 하절기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8시까지만, 동절기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7시까지만 운영되도록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예외 조항이 있긴 하지만, 여름철에는 폭염을 피하려 아침 7시 이전 또는 해 질 무렵 시간을 선호하지만, 조례는 그 시간을 불허한다. 시민 세금으로 만든 시설이 행정 편의 위주로 관리되는 것은 주민 삶의 리듬을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다. 오히려 새벽 6시부터 개방해 폭염을 피하고, 여름철에는 해 질 무렵까지 개방 시간을 늘려야 한다. 공공시설의 목적이 건강 증진과 사회적 교류 촉진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위탁 운영 문제도 심각하다. 지자체마다 공공시설을 도시관리공단이나 민간 단체에 위탁하지만, 그 과정에서 ‘운영비 충당’ 명목으로 요금 인상이 빈번하다. 특정 단체의 이해관계가 개입되고, 시민 세금으로 만든 시설이 사실상 반(半)사유화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위탁 기관의 경영평가 지표가 수익성 위주로 설정돼 있어 취약계층 배려는 뒷전으로 밀린다. 복지 시설은 적자를 보더라도 사회적 편익을 창출하는 관점에서 운영되어야 하며, 수익성 중심의 경영 논리로 접근하면 본래 목적이 흔들린다.


복지는 ‘혜택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투자다. 노인들이 파크골프장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면 의료비가 절감되고,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돌봄 비용도 줄어든다. 이는 지자체 재정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친다. 따라서 파크골프장을 단순한 체육 예산이 아닌 복지·보건 예산과 연계하여 운영해야 한다. 공공시설은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돈이 새어 나가는 것을 막는 곳’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현재 익산시 파크골프 동호인들은 전국협회비 5,000원, 도 협회비 5,000원, 시 협회비 50,000원, 클럽회비 100,000월을 매년 납부한다. 여기에 구장 사용료까지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이중과세다. 협회비에는 구장 유지·관리비가 이미 포함돼 있어 별도의 사용료 징수 근거가 빈약하다. 시는 시민에게 추가 경제적 부담을 안기는 방식을 중단해야 한다. 구장 사용료 부과는 시민 참여 의지를 꺾고, 파크골프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에도 역행한다.


익산시는 시간 선택권 확대, 노인복지관·경로당 연계 교통 셔틀 운영, 무장애 설계, 야간 조명 확충, 안전 관리 강화 등 구체적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더 나아가 지역 단위로 건강지표(혈압, 낙상 빈도 등) 변화를 측정·평가해 파크골프의 실제 효과를 데이터로 입증하고, 정책 설계의 근거로 활용해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도 귀 기울여야 한다. 익산시의회 이종현 의원은 2024년 파크골프장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을 위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시민들은 “해 질 무렵의 바람이 시원해 좋다.”, “저녁에만 시간이 난다”라고 호소했다. 기존 조례가 시민 여가 패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목소리를 외면한 정책은 종이 위의 행정일 뿐이다.


파크골프장은 단순한 운동장을 넘어 지역 복지와 공동체 회복의 거점이 될 잠재력이 크다. 노인의 신체·정신 건강이 개선되고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며, 세대 간 교류가 활발해지고, 버려진 유휴지는 녹지 공간으로 재탄생한다. 대회를 관광상품과 연계하면 지역 경제에도 활력이 생긴다.


노인 복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연금과 의료 지원만큼이나, 일상에서 즐겁게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조례에서 일반 조문은 공포 즉시 시행하면서도, 파크골프장 사용료 관련 규정만 시행일을 2025년 11월 1일로 늦춘 것은 시행에 무리가 있음을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에 여론을 더 수렴하라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익산시는 이 기간의 2/3 이상을 그냥 흘려보냈다. 이제라도 공론화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시민 공청회, 설문조사, 현장 간담회 등을 통해 다양한 세대의 의견을 모으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 사용료와 운영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파크골프장이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열린 공간으로 유지될 때, 우리는 비로소 초고령사회에 걸맞은 지속 가능한 복지 모델 하나를 확보할 수 있다.


2025. 10. 소통신문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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