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기 딱 좋은 나이.
담배 피우는 고등학생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몇 달 전 일이다.
고등학생들의 시험기간으로 무척 분주하던 어느 날.
잠시 학원 주차장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1층으로 내려오는데 학원 건물 바로 앞에서 학원을 다니는 고등학교 남학생 하나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보통 쉬는 시간 10분 동안에 학생들은 커피를 마시거나 코코아를 마시는데 이 녀석은 그 틈을 이용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것도 학원 건물 바로 앞, 대낮의 노상에서 말이다.
내가 한참을 노려보고 있으니 녀석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깜짝 놀랐다.
나는 손가락으로 따라 올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나를 따라서 학원 상담실까지 온 녀석은 어쩔 줄 몰라했다.
“올려놔.”
나의 단호하고 차가운 목소리에 녀석은 주머니에서 전자 담배를 꺼내 상담실 탁자에 올려놓았다.
“야, 네가 정신이 있는 놈이야?”
“시험기간에 그것도 학원 앞 대로변에서 담배를 피워?”
그러는 순간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녀석을 노려보던 내가 말했다.
“수업 끝나고 다시와!”
녀석이 수업에 들어가고 나서 압수한 전자 담배를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렸다.
“이런 미친놈이 있나,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녀석이 수업에 들어가고 나서도 나의 분은 풀리지 않았다.
“이놈을 학원에서 잘라버릴까 다른 학생들에게 본보기가 되게.”
옛날 같으면 엉덩이를 때렸겠지만 채벌이 금지된 요즈음 분위기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이놈을 어떻게 할까?”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강한 음성이 들려왔다.
“넌.”
“?”
“넌”
“예?”
“넌 고등학교 때 담배 안 피웠냐?”
그랬다.
나는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매일 하루 담배 한 갑씩 피우고, 소주를 한 병씩 마시고 취한 채 집에 들어가곤 했다.
심지어 쉬는 시간에 학교 교실에서도 담배를 피우곤 했다.
그뿐인가 학교 폭력에 주동자가 되어 큰 싸움을 일으켜 학교에서 징계를 받아 한 달간 수업을 못 들어간 일도 있었다.
그 당시 내 방에는 제털이가 있을 정도였으니 말하여 무엇하랴.
집에도 잘 안 들어가고 늘 친구들 집을 전전하곤 했다.
그런데 그때 나의 이런 모습을 이해하고 이끌어준 선생님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그분은 동네 교회학교 고등부 선생님이 셨는데 단 한 번도 나를 나무라지 않으셨다.
한 번은 나를 선생님이 근무하시는 가톨릭 의대 연구실로 초대를 해주셔서 견학을 시켜주신 일이 있었다.
그날 의대생들로 구성된 그룹사운드의 공연이 가톨릭 의대 강당에서 있었고 그것도 구경시켜 주셨다.
돌아오는 길에는 종로 3가에 내려서 치킨을 사주셨다.
치킨집으로 들어가 테이블에 앉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배고프지, 아 근데 맥주도 한잔 할까?”
나는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별말씀을요. 괜찮습니다.”
한 번은 내가 일요일 대낮에 막걸리를 먹고 동네 대로변 가로수 아래서 술에 취해 앉아있는데 지나다 나를 알아본 선생님은 정신이 들면 교회로 오라고 말씀하시고는 웃으시며 가셨다.
술이 떨 깬 채 교회로 갔고 그날 교회 예배당에는 막걸리 냄새가 가득했다.
단 한 번도 그분은 나를 나무라거나 야단하지 않으셨다.
아주 더러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고 조언을 할 만도 했으련만 그분은 그런 법이 없었다.
늘 내가 좋다고 하셨다.
우리 부모조차 걱정거리인 나를 이유도 조건도 없이 아껴주셨다.
그 당시 그분은 두 명의 딸을 키우는 40대 아버지였다.
그분의 변함없는 지지와 사랑은 내 인생에 결정타를 날리기에 충분했고 나는 그분의 길을 따라갔다.
“넌”하는 그분의 음성에 순간 나는 당황했다.
“물론 저도 예전에는 그랬지만 저는 학원의 원장이고 50넘은 어른으로서 저걸 모른 척하는 건 직무유기 아닌가요?”
“전자담배 돌려주어라.”
“예?”
어느덧 시간이 지나 수업 종료 벨이 울렸다.
녀석은 쭈뼛쭈뼛 상담실로 들어섰다.
나는 물어다.
“엄마가 너 담배 피우는 거 아시냐?”
“네, 아마 아실 거예요.”
“그럼, 아빠는 너 담배 피우는 거 아시냐?”
“... 아빠 없는데요...”
순간 큰 망치 같은 것이 내 가슴을 “쿵”하고 내리쳤다.
난 몰랐다.
2년이 되도록 아이를 보아 왔지만 녀석은 아버지가 없다는 것을.
원장이고 선생이라는 자가 학생의 아픈 곳도 모르고 후벼 판 꼴이 되었다.
나는 전자담배를 탁자 위로 올려놓고 아이 앞으로 밀었다.
“가져가라.”
아이는 당황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비싼 돈 주고 어렵게 샀을 텐데 가져가.”
아이는 한참을 주저하고 있었다.
“괜찮아, 가져가. 담배를 피우든 말든 너의 결심이야.”
머뭇거리던 녀석은 전자 담배를 집어서 가방에 낳았다.
“근데 나도 고등학교 때 많이 폈는데 건강하고 공부에는 좋지 않더라.”
그리고 약 한 달 전 그 학생의 담당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원장님, 호경이 담배 끊었대요. “
“그래, 갑자기 왜?”
“몰라요,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나는 상담실로 들어와 혼자서 환호를 했다.
그랬다.
아이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수업 태도가 눈에 띄게 무척 좋아졌고 성적도 올라갔다.
요즈음 호경이를 보면 와락 안아주곤 한다.
사내놈이 담배 좀 피우면 어떤가.
나처럼 일찍 피고 일찍 끊으면 되지.
어차피 대학생 되면 피고 먹을 것을 1~2년 먼저 한다고 죽일 일인가.
호경아 먼 훗날 너도 너 같은 고등학생을 만나면 안아주거라.
너의 앞날에 영광이 함께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