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by 박철

바람이 분다.

전신주에 달린 낡은 천 조각이 바람에 펄럭인다.

언제부터였을까.

저기에 매달린 것이.

펄럭이며 하늘로 날고 싶지만

전신주는 놓아줄 생각이 없나.

나뭇잎은 자기 길로 날아가는데

작은 천 조각은 매달려 몸을 턴다.


바람이 분다.

강아지풀이 언덕에 서서 바람을 맞는다.

아무도 없다.

혼자 바람에 눕는다.

언제나 누군가를 기다렸지만

늘 약속은 버려진 편지

언덕을 떠나고 싶지만

언덕은 놓아줄 생각이 없고

새들은 날개를 열어 하늘로 가나니

뿌리가 묶여 몸만 턴다.


바람이 분다.

언제부터였을까.

이 언덕에 바람이 분 것이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은 되었을까

코끝이 아리다.

코피가 난다.

어깨 위로 튀어 오른다.

하얀 셔츠에 붉은 물이 번진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영원의 시간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일곱 살,

나를 버리고 떠난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그 언덕에 불던

절대,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꼭, 꼭, 돌아올 거라 믿었던

버려진 아이를 밀치던

차가운 바람.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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