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성산에는 리포액트 시민기자가 되면서 인연이 된 이봉수 교수님이 '키아오라'라는 펜션을 운영하고 계신다.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님의 한겨레 선배이시다. 후배와 같이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중년의 아줌마를 위해 2박 3일 인문학 강의를 일 대 일로 해주신 아주 고마우신 분이기도 하다. 이봉수 교수님은 세명대학교에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을 직접 만들어 많은 제자를 길러 내셨고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을 열어 지금도 키아오라 펜션'에서 무료로 삼시세끼 숙식까지 제공하며 양질의 언론인 후배들을 양성하고 계신다. 무료로 수업을 해 주시는 교수님도 대단하시고 그 많은 학생들을 삼시세끼 해 먹이며 뒷바라지를 하시는 사모님은 더 대단하신 분이다.
이런 인연으로 제주에 갈 일이 생기면 꼭 하루라도 키아오라에 묵으려고 한다. 친구들과의 여행에서도 가족과의 여행에서도 이번 혼자만의 여행에서도 꼭 들르는 키아오라는 마치 친정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시는 친정 같은 설렘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친정 아빠같이 갈 때마다 따뜻하게 맞아 주시는 교수님과 갈 때마다 맛있는 밥을 챙겨주시는 친정 엄마 같은 사모님이 계신 키아오라... 작년 내 생일인 6월에 가족 여행을 갔을 때도 그 더운 날씨에 우리 가족을 위해 솥뚜껑 삼겹살을 직접 구워 주시며 마치 딸 내외가 온 것처럼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셨다. 생일에 아빠 생각이 많이 났었는데 교수님의 삼겹살이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잠시 잊게 만들었다.
이번 나 홀로 제주 여행은 첫날 1박은 우도에서 나머지 3박은 키아오라에서 지냈다. 3박 내내 저녁마다 맛있는 저녁을 대접해 주셨다. 첫날 저녁은 가마솥 닭백숙이었다. 중복이니 닭백숙을 먹는다고 6시 전에는 귀가를 했으면 좋겠다는 교수님의 문자에 카페에서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짐을 챙겨 후다닥 키아오라로 갔다. 덥고 습한 날씨에 야외 바베큐장에서 가마솥에 푹 고아진 닭백숙을 먹자니 땀을 뻘뻘 흘리며 백숙을 삶으신 사모님께 감사하고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지난 2월 아들과 함께 제주 여행 와서 뵀던 천혜향 농사를 짓고 계신 교수님 군대동기이신 분과 목사님 한 분이 오셔서 함께 제주 막걸리와 백숙을 먹으며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눴는데 그중에서 목사님 따님의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가정교육의 중요성
목사님은 힘든 독재 시절을 겪고 어렵게 목회를 하시며 남매를 키우셨다. 목사님의 따님이 지금은 독일에서 몇 안 되는 대접을 받는 전문직에 종사한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목사인 아버지에게서 공동체를 위한 삶을 교육받고 자라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를 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었다. 딸이 고등학교 다닐 때 형편이 어려워 나무 난로로 집안 난방을 했는데 나무 타는 냄새가 교복에 베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했고 딸은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했다. 그러다 독일 유학을 갔고 독일 가정집에서 하숙을 하게 됐다. 집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있었는데 가족들이 제대로 돌보지 않는 것을 보고 노인이 화장실을 가거나 움직일 때 묵묵히 도왔다. 그 모습을 지켜본 독일인 집주인이 진심을 알아보고 방세를 무료로 해주고 아르바이트 자리도 소개를 해 주었다. 그러다 독일인 남자와 결혼을 했는데 시어머니가 작고 왜소한 동양인 며느리를 대놓고 인종차별을 했다. 목사님 따님은 마약을 하거나 정신병이 있는 사람을 판정을 판정해 그 자료를 검사와 판사에게 보내는 일을 한다. 독일에서는 몇 안 되는 전문적인 일이라고 한다. (직업 이름을 잊어버림) 그런데 어느 날 시동생이 마약을 해서 적발됐는데 그때 따님이 시동생을 감옥이 아닌 병원으로 보내는 판결을 했고 그 이후 독일인 시어머니는 며느리에 대한 인종 차별을 멈췄고 지금은 대접받는 며느리가 됐다고 한다. 역시 인성의 올바름은 국경을 초월해 진심으로 통한다. 나는 홍이에게 어떤 엄마인가?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나를 돌아보았다. 홍이는 더할 나위 없이 착한 아들이기 때문에 나만 잘하면 된다.
갈치조림, 소고기뭇국, 호박나물
사모님의 음식은 담백하고 정갈하다. 집에 돌아가는 날 아침밥을 꼭 먹고 가라고 하셔서 갔더니 갈치조림과 소고기뭇국, 호박나물을 만들어 주셨다. 갈치는 동네 해녀 할머니께 산 거라 너무 연하고 부드러웠다. 특히 큼지막한 무와 함께 조렸는데 짜지도 싱겁지도 않고 맛났다. 소고기뭇국 소고기는 허재현 기자님께서 교수님 고기 좀 대신 사드리라고 돈을 보내 주셔서 사다 드린 한우로 끓이셨다. 원래 나는 소고기뭇국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집에서 만들어 먹은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사모님이 끓여주신 소고기뭇국은 느끼하지도 않고 간도 딱 맞아 맛있게 한 그릇을 뚝딱 먹었다. 화려한 메뉴는 아니지만 생각보다 소박한 밥상을 보며 너무 많은 반찬을 차려 놓고 먹는 우리 집 밥상도 이렇게 소박하게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떠날 땐 섭섭하다. 마치 친정 엄마를 시골에 혼자 두고 떠나는 것처럼 섭섭한 마음이 든다. 단지 후배의 동료라는 이유로 딸을 대하듯 편하고 따뜻하게 대해 주시는 교수님 내외분께 인사를 드리고 키아오라를 떠나 서귀포 '황금분식'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