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안성시에서는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생물다양성 보존방안 모색을 위한 민관학 토론회'가 열릴 예정이다. 거기에 문과 출신에 환경운동을 해본 적도 없는 나도 토론자로 섭외되었다. 적절한 표현은 아니지만 안성시의회 8명의 시의원 중에 간택돼서 영광이다.
일반인의 상식에서 '생물다양성 보존'이라는 문제를 훑어본다. 공부하다보니 생각보다 충격적이고, 생각보다 심각하고, 생각보다 슬픈 일이었다. 어떤 연구자는 자신이 보호하던 양서류 한 종의 마지막 개체가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그 순간을 생각하면 누구나 눈물이 고인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것, 영원히 떠나는 것, 종의 멸... 우리는 무엇을 위해 여기까지 왔을까 질문하게 되는 대목.
여기에 한 일개 기초의원이 토론회에서 얘기할 것들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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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시 생물다양성 보존방안 모색을 위한 민관학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여하게 돼 영광입니다. 생물다양성 관련 분야를 전공했던 사람은 아니나, 지역민을 대변하는 기초의원의 자격으로 최선을 다해 토론에 임하고자 합니다. 생물다양성 문제에 대한 논의는 기후위기 문제와 함께 논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인간의 행위가 기후위기를 불러오고 동시에 생물다양성을 훼손하고 있으며, 기후위기가 심화하면 할수록 생물다양성은 더욱 크게 훼손되는 마당이니까요. 두 문제는 동시에 발현되고 동시에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인데 현재 사람들의 인식 속에 기후위기는 있어도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지는 크게 자리잡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 생물다양성 보존방안 모색을 위한 민관학 토론회가 더욱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생물다양성 문제를 떠올리면 골다공증이 떠오릅니다. 뼈에 작은 구멍이 생기다가 벌집처럼 허약해지고 끝내야 부러져버리고 마는... 현재 우리 인류와 자연의 상황이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간이 사라질 거라는 말을 생각합니다. 이미 수많은 종이 인류와 지구를 떠났습니다. 곤충들의 경우, 종수는 물론 개체수 자체도 어머어마하게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곤충만 보면 놀라서 잡아 죽이려고 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어릴 적 개구리를 잡으며 노는 것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등굣길 도랑에 청개구리가 지천이었는데 양주먹 한가득 잡아서 놀았습니다. 죽이지는 않았지만 성인이 된 후에야 그렇게 사람 손으로 잡는 행위 자체도 개구리의 피부에 화상을 입힐 수 있다는 글을 읽고 충격을 먹었습니다. 또 검은 밤, 허름한 흙집 농가 처마 아래 점잖게 앉아 사람이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던 두꺼비도 떠오릅니다. 경외감을 들게 했던 두꺼비 같은 것들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우리 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수십 만 년 진화의 과정을 거쳐 있었던 그 많은 생명체들이 사람을 떠났다 생각하니 문득 외로워졌습니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만큼 왔던 것일까요?
david-clode-2slBHG3HtdA-unsplash - 어릴 적 청개구리 수십 마리를 두 손 가득 잡아서 놀곤 했다.
얼마 전 환경운동연합 등 전국 21개 시민환경단체가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전국 지자체 탄소흡수원 총량제 도입을 촉구했습니다. 지자체 차원에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녹지를 최대한 보존하는 일에 나서라는 명령으로 보입니다. 파리기후협약에 의해 설정된 1.5도 상승을 실현하려면 당장에 온갖 제도들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으나 현실은 매우 막막합니다. 우리는 아직도 발전과 개발지상주의에 젖어있을 뿐으로, 여전히 사람들은 삶의 가치를 물질적 부의 축적에 두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가운데 환경을 보호하자, 생물다양성을 보존하자는 구호는 참으로 공허하게 들릴 뿐인 듯합니다.
단적인 예로 올해 안성시는 무분별한 산지개발로부터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했습니다. 산지개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산지 개발행위허가 기준을 현행 25도에서 20도로 강화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산지 경사도가 25도 이하면 공장이나 물류창고 등을 짓는 개발행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을 20도 이하로 강화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그나마 좀더 녹지가 보존될 수 있었겠습니다. 물론 이조차도 경기도가 2020년 12월, 각 지자체에 내린 지침 15도보다 후퇴한 개정안이었는데, 문제는 안성시의회에서 보류 결정을 내렸다는 점입니다.
안성시의회는 어차피 경기도 지침 15도에 맞추지 않은 개정안이지 않느냐며 추후 더 논의를 해서 재심의를 하자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보류 결정을 내린 다수당의 그 말은 어불성설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장 5도라도 낮추는 것이 중요하지, 지침을 충족하지 않는다고 그대로 둔다는 것이 말이 되겠습니까? 실제로 이후 관련 조례는 논의는커녕 그저 묵혀 있을 뿐입니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또다시 언제까지 25도라는 기준이 적용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안성시는 20도로 강화하더라도 안성시 면적의 85%가 개발행위가 가능하다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개발업자들은 자본을 앞세워 기민하게 덤벼듭니다. 개발행위의 경우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 허가를 해주어야 하는 제도적 한계점이 있습니다. 원주민들이 아무리 시위를 해도 허가기준에 맞는다면 문제가 없다는 식입니다. 아울러 주민들도 개발업자들에게 일정 정도의 금전적 혜택을 보장 받으면 더 이상의 반발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태양광 발전 확대도 안성에서는 요원한 상황입니다. 안성시 조례에는 태양광 발전을 규제하는 많은 기준이 있습니다. 이격거리, 경사도 등등. 최근에 저는 기준을 완화하고자 조례를 검토하며 여러 의견을 들어보았지만 장애물을 만나고 있습니다. 다수당은 태양광 발전에 대해 과거 민원이 많았다는 사실을 빌미로 허락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로 태양광 발전에 대한 주민들의 시선도 곱지 않습니다.
현실이 이러합니다. 막막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가 우리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앞서 언급된 탄소흡수원 총량제 도입을 검토해볼 예정입니다. 물론 지방의회는 상위법에 저촉되는 조례는 발의할 수 없습니다. 법이 바뀌거나 허용을 해줘야 한다는 한계가 지방의회에 있습니다.
naja-bertolt-jensen-BJUoZu0mpt0-unsplash - 사람이 흡수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일주일에 신용카드 1장 정도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었다.
또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탄소 저장능력을 훼손시키는 개발행위에 대한 과금제, 탄소 저장능력을 보존하고 있는 토지 소유주에 대한 인센티브, 예를 들면 산림공익가치보장지불제 같은 제도를 검토해보려고 합니다. 아울러 주민참여를 통한 재생에너지 생산을 더욱 독려하고, 수많은 행사와 업소에서 사용되고 있는 일회용품을 규제할 수 있는 조례도 검토하겠습니다. 이번 바우덕이 축제에서는 일부에서 다회용기 사용이 이뤄졌습니다. 원래 전면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다회용기 사용을 해보려고 했으나 물량과 인프라 부족으로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최소한 내년에는 50만 명 이상이 오는 바우덕이 축제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적으로 근절할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그동안 저는 안성시의회 의원으로서 농촌 폐비닐 수거를 장려하기 위한 영농폐기물 조례를 발의해 통과시켰습니다. 폐비닐 수거장려금을 지자체 차원에서 인상해주면 사용량만큼 수거되지 못하고 있는 농촌 폐비닐 수거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또 현재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안성시가 개발행위허가 지침으로 갖고 있던 기준을 조례로 끌어올려 적용을 더 강화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할 일은 무척 많습니다. 이는 저 하나의 의지로 되는 것은 아니고, 안성시의회는 물론 안성시가 방향성에 동의해야 가능한 일들로 보입니다. 안성시의회가 아무리 좋은 조례를 만들어도, 안성시가 사업을 진행할 의지가 없으면 조례는 그저 종잇조각에 불과하니까요. 아주 느린 달팽이만큼이라도 나아가려면 그래서 시민사회의 활동이 필수적입니다. 정치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여론이며, 여론을 빌미로 정치권을 압박하지 않으면 정치권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시민사회단체들이 더 많은 강제력을 행사해주시길 희망합니다. 책상 앞에 앉아 토론만 하는 것으로는 현실이 바뀌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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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기후대전이라는 책을 읽은 적 있습니다. 향후 기후위기로 인한 다양한 세계대전의 시나리오, 가능성을 언급한 책이었는데요. 저자 귄 다이어는 지구평균기온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당장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는데 불가능해 보인다면서, 백열등을 바꾸거나 차를 덜 몰거나 하는 식의 실천은 사람들의 의식수준을 높이겠지만 결과를 바꾸는 것과는 사실상 무관하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었습니다. 그 글을 읽으면서 저는 어렴풋이 인간이라는 종의 멸도 보았던 것 같습니다.
인류사회가 발전과 개발, 성장지상주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궁극적인 희망을 갖기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저는 이즈음 혼기가 다가오는 제 자녀에게 결혼은 하더라도 아이는 낳지 않아도 좋다고 말할까 싶습니다. 국가라는 경계를 뛰어넘어 지구, 생명이라는 가치가 우선하는 것이 명확하다면 그것이 옳은 방향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안성시의회 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나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