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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이벤트.

by 그냥

늦은 결혼이었다. 만으로 35살. 32살에 6살 연하의 전 남친, 현 남편을 만나 약 4년 정도의 연애를 하다 무료한 삶에 하나의 큰 이벤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 그 결심은 좋은 선택이었다. 준비하는 과정은 순탄하고 재밌었다. 선택의 연속이라는 결혼 준비에서 INTJ 커플인 우리는 최대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고 필요한 최소의 것들에만 집중하며 진행해갔다. 결혼식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즐겁고 재밌는 시간이였다. 나에게 '관종 DNA'가 있구나를 확인하게 되는 시간. 35년 인생에 그렇게 많은 사람에게 집중을 받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기분이 처음 느껴봤는데 꽤 도파민이 터졌다.


우리의 신혼집은 나랑 동생이 같이 살던 투룸빌라였다. 합법적(?)으로 동생을 쫓아내고 동거인을 남편으로 바꿨다. 결혼준비가 순탄했던 큰 이유중 하나는 집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서 일수도 있다. 그렇게 7개월 정도 신혼을 즐기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사' 도파민이 나를 자극했다. 부동산 혜안은 부족했지만 언젠가는 아파트로 이사를 가야한다는 생각이 늘 머릿속 한켠에 있었다. 그러다 '결혼 결심'처럼 갑자기 부동산에 집을 내놨다. 불현듯 '안팔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일단 부동산에 내놓고 생각하자라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터넷 쇼핑 할 때는 이것저것 비교해보고 100원, 200원 차이도 용납못하고 무료배송을 위해 장바구니 더 채우다가 '지금 당장 안필요하니 안사'라고 결론날때도 많은데 오히려 '큰 소비'와 '큰 결정'은 이렇게 시작되는 것 같다.


매물등록을 하고 2주일, 자매 한팀이 보고 갔지만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래서 집앞 부동산 한 곳에 더 매물등록을 하고 한두 팀이 더 보고갔다. 빌라는 역시 환금성이 떨어지나하고 우울해질뻔하던 찰라, 약속이 또 잡혔다. 그때 친구가 조언해준 꿀팁을 실천해봤다. "빵을 굽고 커피를 내려라!" 신기하게도 바로 계약이 성사됐다. 잔금까지 3개월이 남았고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여러 동네 임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현실의 벽에 좌절하고 불안하고 고민으로 예민해졌다. 가용예산이 반반이다보니 두 사람의 의견 합치가 너무나도 중요했고 그러다보니 A는 이래서 안돼 , B는 이래서 안돼가 팽팽했고 그러다 겨우 둘이 합의점에 닿는 곳을 발견하게 됐고 잔금일에 맞춰 이사를 하게됐다. 결혼 약 1년만에 '찐'신혼집을 마련했다.


그렇게 인생의 큰 이벤트가 2번을 경험하고, 새로운 동네에 적응하고 탐색하고 살아가던 어느 날, 그가 또 왔다. 무료함! 부부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이벤트, 2세를 가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