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은 점점 더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저는 요즘 들어 사용자가 아닌 플레이어가 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많은 서비스에서 '가상의 나'를 중심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느끼거든요. 관찰할 수 있는 순간들과 내가 해야 할 일에 대한 가이드가 늘어나면서 마치 캐릭터가 된 것 같습니다. 내비게이션, 스마트워치, 온라인 쇼핑 등 일상의 순간들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목적지까지 경로와 차선을 안내하는 T맵 서비스(출처 : TMAP 서비스 소개)
'내비게이션'을 보며 운전할 때 어떤가요?
운전을 하면서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때, 단순히 길을 찾는 것 이상의 경험을 하게 됩니다. 최적의 경로를 찾고, 교통 상황을 예측하며, 때로는 운전 습관을 점수화해서 스스로와 경쟁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실시간으로 속도와 신호에 대해 피드백을 받으며, 목적지까지 최적의 경로를 지속적으로 조정합니다. 운전 경험이 게임같이 느껴지진 않나요? 비약적일 수 있겠지만 저는 내비게이션을 활용한 운전 경험이 레이싱 게임의 레벨을 통과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애플워치의 심박수 측정(출처 : 애플 홈페이지)
'오운완'을 외치며 애플워치에서 기록된 본인의 활동을 볼 때는요?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워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스마트폰보다 더 엄밀하게 우리 일상을 기록하고 관찰할 수 있게 됐습니다. 내비게이션처럼, 스마트워치는 우리의 신체 활동에 대한 다양한 지표를 제공해 주죠. 심박수, 호흡, 운동 시간 등 제공되는 지표에 따라 건강한 운동에 대한 점수를 얻습니다. 단순히 활동 기록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해 여러 가지 상황에 맞게 정보를 가공해 줍니다. 게임 속 캐릭터의 상태창처럼 '가상의 나'의 상태창을 만들어주는 듯합니다.
제품 구매후기를 작성하고 리워드를 받을 때는요?
온라인 쇼핑에서 제품을 구매한 뒤 후기를 작성해 달라는 알림을 받습니다. 일부 쇼핑몰에서는 짧은 후기와 함께 리워드를 받죠. 후기를 작성하고 포인트나 할인을 받는 것이 마치 미션을 수행하고 완료했을 때 보상과 같은 느낌입니다. 게다가 이러한 후기 작성 미션은 사람들이 얼마나 도움을 받았는지에 대한 피드백도 제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브랜드와 상호작용하며 게임처럼 Tip을 제공하는 NPC가 되기도 하죠.
이런 변화는 '가상의 나'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들고, 기존 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근데, 이 경험말이에요.. 너무 익숙합니다. 우리가 비디오 게임에서 경험했던 상호작용, 감정, 인식 등 게임 UX와 정말 많이 비슷해 보입니다.
몰입과 참여 그리고 피드백
게임은 시각적, 청각적 요소를 통해서 플레이어를 세계관에 빠져들게 합니다. 색채, 그래픽, 사운드 디자인 등 게임 세계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죠. 뿐만 아니라 감정적 연결을 위해 이야기, 캐릭터, 그리고 감정적인 순간들을 잘 캐치해서 제공해 줍니다. 플레이어가 스토리에 직접 참여하면서 더 깊은 몰입이 이루어지죠. 그리고 이를 도전하고 해냈을 때, 보상을 통해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합니다.
더불어, 사용자의 행동에 대해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함으로 자신의 행동이 화면 안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바로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합니다. 단순히 클릭이나 탭으로 상호작용시키는 것이 아닌, 자신의 방식으로 직접 탐색하고 경험하면서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죠.
이러한 요소들이 단순히 게임스러움을 넘어 플레이어 중심의 디자인이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에서 경험을 극대화시키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일상이 더 밀도 있게 플레이어로의 경험으로 채워지게 되리라 확신합니다.
'공간'과 '나'의 새로운 정의
얼마 전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Sphere)라는 공연장에 대한 영상을 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최근 유행하는 페이크 옥외광고(FOOH)인가 싶었지만 실재한다는 것을 알고 바로 AR이 떠올랐죠. 스피어는 단순한 공연장이 아니라 관객을 완전히 새로운 현실로 이끄는 몰입형 경험의 장소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장의 구조와 시각적 요소를 활용해 전통적인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지금 이야기하는 플레이어로서의 경험과 유사하게 말입니다.
라스베이거스 스피어(출처 : 스피어 공식 instagram)
AR 기술은 사용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경험을 제공합니다. 자신만의 시각적 경험과 상호작용을 통해 '나'의 개념을 확장시킬 수 있죠.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우리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결국 '공간'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이 전환되고 새로운 방식의 경험을 추구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여기에 AI(인공지능)까지 더해진다면 개인화의 영역이 정말 풍부하고 다양해질 수 있다고 생각되네요.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는 AR과 AI가 사용자가 아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한 핵심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이 듭니다.
플레이어로서의 새로운 미래
다양한 테크산업을 흔들었던 '메타버스'가 잔뜩 거품 낀 버즈용어로 대중 관심밖으로 밀려났지만, 플레이어로서 명확한 경험을 제공하고 '공간'과 '나'를 정의한 서비스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최근 다시 열풍을 보이는 '포켓몬 Go'처럼 말입니다.
파티플레이가 추가된 포켓몬고(출처 : 나이앤틱 홈페이지)
플레이어로서 새로운 형태의 몰입과 상호작용은 꼭 가상공간이 아니더라도 메타버스 너머의 새로운 경험으로 우리의 인식과 경험을 재정의하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기술의 출연이 아니더라도 플레이어로서의 우리 자신을 재발견하는 여정을 지속할 수 있죠. 자연스럽게 취향, 라이프스타일, 건강 등 수많은 메타데이터가 '나'의 기준을 정의하면서 단순히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 아닌, '나'의 경험을 플레이하는 행태가 더욱 많아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