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 하나 부러지고, 항공권을 잃어버렸다
01. 출발 열흘 전, 나는 멜버른행 티켓을 샀다
혼자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했었다. 늘 마음만 먹고 미루기만 했지, 실제로 떠날 용기는 없었다. 그러다 멜버른행 항공권 가격을 보고 손이 먼저 움직였다. 보통 100만 원은 훌쩍 넘는 노선인데, 그날은 76만 4천 원이었다. 다시는 없을 기회 같았다.
02. 새로 산 중국산 캐리어 바퀴가 부러졌다
부산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야간 공항버스가 있다. 나는 그 야간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갈 예정이었다.
공항버스를 기다리며 줄을 서고 있었는데, 버스 줄 근처 바닥이 돌길이었다. 캐리어를 끌고 한 번 지나갔을 뿐인데, 덜컹 소리가 났다. 고개를 숙여 보니 바퀴 하나가 빠져 있었다. 그 캐리어는 쿠팡에서 산 중국산 캐리어였다. 컵홀더랑 휴대폰 충전기 같은 자잘한 기능들이 달려 있어서 샀는데, 이리 약할 줄 몰랐다. 쓴 지 하루 만에 부서졌다.
03. 항공권을 잃어버려서 재발급받았다
인천공항은 처음이다. 수하물을 붙이기 위해 셀프 백드롭 줄에 섰다. 그런데 줄에 서 있는 사람들 손에
다들 수하물 택이 들려 있었다. 나만 아무것도 없었다. 앞사람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이거… 셀프로 발급해야 하는 건가요?” 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급하게 줄을 빠져나와 셀프 발급 기계로 갔다. 수하물 택만 나오겠거니 하고 수하물 택이 나오자마자 그걸 들고 다시 카운터로 갔다. 지상직 승무원분이 말했다. “항공권도 같이 주세요.” 나는 순간 멍해졌다. “항공권… 여기서 주는 거 아니에요?” 그분은 고개를 저었다.
혹시나 해서 다시 기계로 가봤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내 항공권은 보이지 않았다. 바닥까지 봤는데 없었다. 근처에 있던 직원분께 물어봤다. 혹시 항공권이 분실물로 들어왔냐고. 그분도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진짜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 이대로 호주 못 가는 건가.
나는 다시 지상직 승무원분께 가서 항공권이 아무리 찾아봐도 안 보인다고 말씀드렸다. 그분은 잠깐 누군가와 통화를 하더니 항공권을 다시 재발급해 주셨다. 할렐루야. 감사합니다. 진짜로!
“잃어버린 항공권으로 누군가 비행기에 탈 수도 있어서요.” “탑승은 맨 마지막에 하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네…”라고 대답했다. 그제야 숨이 좀 쉬어졌다. 나 멜버른에 갈 수 있구나!!
04. 혼자라는 게 실감 났다
항공권을 받아 들고 탑승구로 향했다. 만약 친구랑 왔더라면 방금 일어난 일을 두고 한참을 떠들었을 것 같다. “야, 나 오늘 캐리어도 부러지고 항공권도 잃어버렸어.” 이런 말을 하면서 같이 웃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말을 할 사람이 없다. 탑승구 앞에 앉아 혼자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생각보다 대기하는 시간이 꽤 심심했다.
기다리다 보니 탑승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나는 혼자 줄을 섰다. 도움받을 사람도 없고, 같이 웃어줄 사람도 없었지만 그래도 멜버른에 간다. 이미 여기까지 와버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