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행복한 역이민 생활
엄청난 크기의 주차장이 마련돼있다. 왼쪽에는 전기 자동차 충전하는 곳도 따로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제주도가 전기차가 많기는 하나보다.
엉덩물 계곡 입구에도 주차장이 있고 아래쪽으로 내려가도 화장실과 함께 제법 큰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주차요금이 3천 원이라고 쓰여있어서 일부러 잔돈을 준비하고 나갔는데 무슨 일인지 안에 사람이 없었다. 차 문을 열고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길래 할 수 없이 그냥 나갔다.
이 엄청난 유채꽃밭을 무료로 볼 수 있게 해 준 것만 너무 고마운데 주차비까지 무료라고 하면 조금 미안한 생각마저 든다.
주차장 바로 입구에 이런 간판이 보인다. 여기서부터 그냥 걸어들어가는 순간 저절로 환성이 터져 나온다.
주차장을 기준으로 왼쪽으로는 데크 길이고, 오른쪽은 자갈길이다.
엉덩물 계곡은 중문 달빛걷기 공원으로도 불린단다. 올레 8코스에 포함이 되어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는 데 왜 나는 이제야 알고 찾아왔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제주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자면 역시 유채 꽃 일 것이다.
매년 2월에서 4월 초까지 제주도는 온통 노란색이 매력에 빠져든다. 오직 노란색만이 진리라고 말하듯 제주의 들녘을 빨갛게 가 아니라 그야말로 샛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중문 관광 단지안에 있는 롯데호텔 동편에 자리 잡고 있는 엉덩물 계곡이다. 이름이 하도 희한해서 찾아봤더니, 그 옛날 옛적에 그 많은 짐승들이 물을 찾으로 이곳에 있는 계곡을 오고 가면서도 워낙 큰 바위가 많고 지형이 험난하다 보니 차마 깊숙이 들어오지를 못하고 엉덩이만 살짝 걸치고 볼일 만 보고 돌아갔다고 해서 “엉덩물 계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참으로 재미있는 이름의 유래에 웃음이 나면서도 너무 정겹다. 지금이야 바로 입구까지도 차가 들어올 수가 있어서 아주 쉽게 구경을 할 수가 있지만, 그 옛날에는 엄청나게 산세가 험했나 보다.
가끔 이 주변을 드라이브한 적은 있었어도 이렇게 가까운 곳에 이토록 멋있는 유채꽃밭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제주도는 빠르면 1월부터도 유채꽃을 볼 수가 있다. 서귀포 남쪽으로 가면 아무래도 따듯한 지역이다 보니 제주도에서도 가장 먼저 유채꽃이 피는 것 같다.
그래도 혹시 일부러 유채꽃을 보기 위해서 제주도를 방문하신다면, 반드시 미리 그 지역의 날씨와 유채꽃 개화시기를 확인하고 가시기를 추천드린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정말 신기하게도 아무리 짧은 거리를 가더라도 그때그때 날씨가 다 다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짱했던 날씨가 갑자기 구름이 잔뜩 끼면서 비바람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러다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화창한 날씨로 바뀌어서 입고 있던 잠바마저도 다 벗어던지게 만든다. 아침의 일기예보만 보고 다니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유채꽃 개화시기도 다 다른가 보다.
유채꽃 인증 사진 명소로 유명한 산방산의 유채꽃들은 2월이면 피기 시작해서 4월까지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는데 개인 소유지로 경작을 하다 보니 거의 다 천 원이라는 입장료를 받는다.
그래서 가끔 인스타에 “천 원의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산방산 유채꽃 인증 사진이 올라오는 것을 보곤 한다.
그런데 이곳 엉덩물 계곡이라는 곳을 제주도 살면서도 처음 와봤는데, 그 규모는 산방산의 유채꽃밭하고는 감히 비교도 안될 만큼 엄청나다. 게다가 공짜란다.
보통 평지에 유채꽃들이 피어있는데 이곳 엉덩물 계곡의 유채꽃은 계곡을 따라서 자연스럽게 조성된 경사진 곳을 따라서 입체적으로 기가 막히게 환상적인 뷰를 이루고 있다.
이래서 이곳 엉덩물 계곡의 유채꽃이 봄에 가볼 만한 제주도 관광 10선에도 올라와 있나 보다.
산책길도 데크로 만들어져 있어서 걷기에도 너무 편하게 되어있다. 유채꽃과 벚꽃의 닮은 점이라고 하면 바람에 약하다는 것일까?
3월까지도 정신없이 불어대는 제주도의 매서운 바람으로 인해 잘못 시기를 잡으면, 이 예쁜 꽃들이 밤새 불어대던 바람에 꽃잎이 다 떨어져서 자칫하다가는 이 아름다운 광경을 놓칠 수도 있는 것이다.
나 같이 무릎 안 좋은 할매를 위해 마련해 준 것 같다. 무릎 떨릴 때 다니지 말고 가슴 떨릴 때 다니라고 했는데 가슴 떨릴 때는 죽기 살기로 일만 하고 사느라고 이 멋진 풍경을 구경조차 못했었다.
이제라도 늦기 전에, 더 늙기 전에, 무릎이 더 떨리기 전에 부지런히 다니려고 한다. 다행히 요새는 어딜 가나 이런 의자들이 많이 놓여 있어서 참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다.
물이 흐르는 계곡을 끼고 양옆으로 만개한 유채꽃들이 너무도 아름답다. 제주도의 상징인 꽃이 동백과 유채꽃이라는 데 겨울에 피는 동백꽃은 이미 다 피었다고 진 모양이다. 그 에쁜 꽃잎조차도 바닥에 남아있지를 않았다.
그 대신 제주도의 봄을 알리는 유채꽃이 이렇게 환상적으로 예쁘게 피어있어서 동백꽃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 달랠 수가 있었다.
엉덩물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유채꽃을 구경하는 즐거움 또한 크다. 워낙 물이 귀했던 제주에서 이곳에 물을 먹으로 왔다가 험한 산세에 기가 죽어서 엉덩이만 살짝 들이밀고는 볼일만 보고 냅다 도망갔다는 귀여운 짐승들이 생각이 나서 괜히 한번 피식거려본다.
군데군데 매화나무랑 벚꽃 나무도 보이는데 아직은 개화 시기가 아닌지 몽우리만 보인다. 다음 주부터는 기온이 많이 올라간다니까 아마도 이번 주나 다음 주 초에는 매화랄 벚꽃도 만개할 것 같다.
다행히 우리 집에서 그리 멀 지를 않으니까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진으로만 봤던 유채꽃과 벚꽃이 함께 피어있는 그 환상의 세계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
어디를 가나 이렇게 편안하게 다닐 수 있도록 데크길이 놓여 있어서 정말 고마울 따름이다.
올라올 때보다는 내려갈 때 보는 유채꽃밭이 더 예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들을 보면 너무도 근사한데 아무래도 기술이 부족해서인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내 마음속에 저장한 모습과는 많이 다르게 찍혀 나오는 것이 참 속상하다.
아무래도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더 많이 돌아다니면서 부지런히 셔터를 눌러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은데 너무 집에만 있었다.
꽃 피는 봄이 왔다.
나가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저 위의 근사한 아파트에서 사는 사람들은 아마도 전생에 덕을 많이 쌓았나 보다. 매일 아침 눈뜨면 이렇게 예쁘고 노란 유채꽃들이 환하게 반겨주고 있으니 아침 시작부터가 너무 행복할 것 같다.
미국에서도 제주도에 대한 방송을 보다 보면 이곳 서귀포시가 살기 좋고 따뜻하고 아름답다고 소문이 나서 우리도 처음 제주도에 와서는 서귀포의 집들을 보러 다녔었다.
미국과는 다르게 너무도 비싼 집값에 하도 놀라 한동안 기가 죽어서 우울증까지 올 뻔했다. 그래도 주제 파악을 빨리하고는 미련을 버렸다.
그래도 다행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 비싸기로 소문난 이곳 중문까지는 그리 멀 지를 않다. 그저 가끔 한 번씩 나와서 드라이브도 하고 이렇게 근사한 곳도 다니고 그러면서 가끔 한 번씩이라도 맛집에 가서 맛있는 것 사 먹으면 그걸로 충분한 것 같다.
참 예쁘다.
너무 좋다.
그래서 행복하다.
엉덩물 계곡의 유채꽃밭은 오늘 2024년 3월 4일에 활짝 펴 있었다.
동백꽃은 이미 다 지고 없었고, 매화랑 벚꽃은 이제 막 몽우리기 피기 시작했다.
엉덩물 계곡의 유채꽃밭은 오늘 2024년 3월 4일에 활짝 펴 있었다.
동백꽃은 이미 다 지고 없었고, 매화랑 벚꽃은 이제 막 몽우리기 피기 시작했다.
지난주, 2월 29일에 가시리 녹산로 유채꽃길을 큰 맘먹고 갔었다. 우리 집에서 차로 한 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를 달려갔는데 막상 도착을 해보니 이렇게 썰렁한 모습의 유채꽃 길만 있었다.
벚꽃나무도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있었다. 이제 막 몽우리가 생길까 말까 한 정도였다.
이 멀리까지 가게 된 계기가 블로그랑 유튜브에 제주도 2월에 가면 좋을 유채꽃 명소라는 소개를 보고여서였다. 그냥 그대로 믿고 온 것이었다.
우리 집 양반한테 아니나다를까 있는대로 구박을 받았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이 먼 곳까지 기름값 없애면서 왔냐고.
그래서 나름 철칙을 세웠다. 블로그든 유튜브든 모든 SNS에 올리는 정보는 찾아보고 또 찾아봐서 정확한 정보 아니면 절대로 올리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이곳 가시리 녹산로에 벚꽃과 유채꽃이 함께 만발해서 환상적인 이미지를 연출할 때는 3월 말에서 4월 15일 전후라고 하는데 이것 또한 그때의 기후 상태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단다.
반드시 미리 연락을 해보고 정확한 개화 시기를 알고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벚꽃과 유채꽃이 같이 핀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데 가시리 녹산로는 중산간이라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보니 추워서 벚꽃이 다른 곳에 비해 조금 늦게 핀단다.
그래서 이렇게 환상적인 유채꽃과 벚꽃이 같이 피는 장관을 연출할 수 있게 된 것이란다.
매년 이곳 가시리에서 유채꽃 축제가 열리니까 이때를 참고해서 문의해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