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의 디지털표류기
오랫만에 반가운 소식을 접했다.
매일 기록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매.기.사’ 8기가 시작이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슬슬 블로그를 잠재우기 시작한 사람들을 눈치채셨는지, 우리들의 영원한 블로그 스승님이신 라이팅시온 강사님께서, 이런 이벤트를 준비하신 것이다.
‘올해의 마무리를 블로그 글쓰기로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라면서 ‘매.기.사’8기를 진행합니다라고 단톡방에 올리셨다.
늘 조용하고 차분하게 말씀하시지만, 시온 강사님 특유의 강단을 익히 알고 있는 나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는 촉이 온 것이다.
쉬어도 너무 오래 쉬었다.
나만 쉬는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늘 변함없이 열심히 하시는 몇 분 빼고는 아마도 거의 가 다 똑 같은 상황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너무 열심히들 해서 그러다가 병 날까봐 걱정이 되었었는데, 이제는 각자의 포지션으로 돌아가서 제각기 나름대로 바쁜 삶 속으로 돌아가다보니, 그렇게도 열심히 올리던 블로그 포스팅이 뜸해지지 시작한 것 같다.
난 나대로,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아니 핑계로 블로그에서 완전히 손을 놨었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한강 작가님의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고는 너무도 감격스러워서, 한강 작가님에 대한 글을 써서 올리기 시작했다.
허리가 아파서 오래 책상에 앉아있지를 못하지만, 그래도 이런 경사스러운 일만큼은 동참을 해야겠다는, 사명감 아닌 사명감으로 나름 온전히 불태웠었다.
그리고는 허리가 또 탈이나서 잠시 쉬자고 했던 것이, 오늘까지 쉬게 된 것이다.
드디어 시온 강사님의 엄명이 떨어졌으니, 이번을 계기로 다시 한번 매일 기록하는 삶에 도전해 볼까 한다.
남을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한 글쓰기 인 것이다.
알래스카에 사는 큰 딸이 휴가차 우리 집에 와있어서, 과연 이 시기에 내가 자그만치 3주에 걸쳐서 12개의 포스팅을 올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어쩌면 영원히 글을 못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찰나에, 반가운 이름들이 하나 둘 씩 신청자 명단에 오르는 것을 보고는 무조건 신청부터 했다.
설사 내가 완주를 못하더라도, 그리운 이들과 함께 하는 이 여정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 것이다.
늘 혼자인 나한테, 나다운블로그의 식구들은 언제나 엄청난 에너지를 가져다 준다.
오랫만에 서로 으싸으싸하는 분위기속에서 다시 한번 글쓰기의 열정을 불살라보자.
내 기억으로는 작년 9월에 첫 번째 ’매.기.사‘가 시작된 것 같다.
그리고는 벌써 8번째 이벤트란다.
처음으로 ‘매.기.사’를 시작했을때.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주말만 빼고는 1일 포스팅을 하라는 시온 강사님의 말씀에, 너무도 넘사벽이라서 도저히 자신이 없다고 하던 사람들이, 막상 ’매.기.시‘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1일 1포스팅을 완주하는 것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비로소 이런 것이 챌린지의 엄청난 힘이라는 것을, 난생처음 깨달았다.
챌린지라는 것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그 감동은 더 더욱 컸던 것 같다.
시간이 없으면 만들면 되는 것이고, 허리가 아파서 책상에 앉지를 못하면 서서 하면 되는 것이다.
안된다는 생각만 버리면 된다.
맥놓고 있던 아주 적절한 시기에, ‘매.기.사’가 또 다시 나를 찾아와주었다.
허리랑 무릎이 나가는 것도 모른채, 미련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글을 썼던 그때를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
지금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글쓰기를 멈추고 있는 지금의 내 생활이, 결코 그때처럼 행복하지가 않다는 것을 너무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만나면서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고 큰 소리치던 그 때를 잊지말자.
무사히 이번 이벤트를 잘 마치고 나면, 부상으로 오프라인 모임이 주어진단다.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작년 11월에 애월에 있는 웃뜨리 카페에서, 매.기.사 첫 번째 오프라인 모임이 있었던 때가 생각이 난다.
이런 모임을 처음 맞이하던 난, 너무도 설레는 마음에 일찌감치 집에서 나서서는 카페가 문을 열기도 전에 도착을 해서, 나 블로그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핸드폰을 손에 꽉 잡고, 정신없이 여기저기 셔터를 눌러대면서 마냥 신나하던 그 모습이 떠올려진다.
그때의 설렘과 열정이 너무도 그립다.
갑자기 찾아온 노화가 아닌 노쇠 현상으로 온 몸과 마음이 다아프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게 된다’는 이 명언이 이렇게 빨리 나한테 다가올 줄은 정말 몰랐었다.
늘 마음은 이팔청춘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다녔었는데, 그런 에너지랑 활기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대로 주저앉고 싶지는 않다고 혼자 궁시렁거리고 있던 참이었는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시온선생님께서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를 내게 해주셨다.
늘 같이 으싸으싸 해주는 블로그 동기들이 함께 해서, 이 또한 가능한 일인 것이다.
무리는 하지말되, 포기는 하지 말자.
포스팅도 열심히 올리고, 만남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것이다.
그러다보면,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다시 열정넘치던 그때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