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할매 디지털 표류기
옥스포드가 선정한 2024 올해의 단어가 바로 ‘브레인 롯“이다.
해마다 ’올해의 단어‘가 발표될 때마다 전 세계가 주목을 할 만큼 우리 시대 트렌드의 반영이기도 하다.
”브레인 롯 ( Brain Rot)“을 그대로 직역을 하면, ‘뇌 썩음, 뇌 부패’라는 끔찍한 단어이다.
굉장히 자극적이면서 아주 강렬하고, 그러면서도 상당히 공감이 되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 단어가 주는 의미는, 단순히 자극적인 유행어로만 소비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 사회가 겪고 있는 지적 쇠퇴와 정신적 마비를 날카롭게 꼬집는 말이기 때문이다.
알파 세대가 즐겨 쓰면서 2023년부터 급속도로 펴지기 시작한 이 단어는, 의외로 신조어가 아니다.
옥스포드 대학교 출판부에 따르면, “브레인 롯”은 1854년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Walden)에서 처음 등장했다.
당시 소로는 사회의 복잡한 아이디어에 대한 평가절하와 정신적, 지적 노력이 쇠퇴하는 현상을 ”브레인 롯“이라는 표현으로 설명을 한 것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면서 뇌가 멍해지고 있다는 표현을, 정신 차리라고 이런 자극적인 단어로 표현을 한 것 같다.
노인이 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치매에 대한 걱정이 많아진다. 그래서인지 “뇌”라는 단어만 봐도 신경이 곤두서는데, 뇌가 썩는다니, 너무도 놀랍고 징그러워서 처음에는 이 단어를 쳐다도 안 봤다.
하지만, 저명한 옥스포드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다 싶어서 자세히 알아보기로 했다.
’뇌가 멍해지는 상태“를 비유한 말이란다.
특히 젊은 세대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저품질의 온라인 콘텐츠를 과도하게 소비하는 것이 미치는 영향을 우려할 때 사용하는 용어로 새롭게 주목을 받았단다.
혹시 당신이 ”인스타그램 릴스와 틱톡에서 무심코 몇 시간씩 스크롤을 하고 있다면, 이미 당신은 브레인 롯에 시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옥스포드 대학교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앤드루 프시 빌스키는 이렇게 경고를 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것이 젊은 세대들만의 문제일까?
유튜브 짧은 영상을 말하는 쇼츠 또한 마찬가지란다.
릴스나 틱톡은 주로 젊은 사람들이 이용을 한다지만, 요즘 유튜브의 최대 고객은 오히려 노인 세대가 아닐까 싶다.
그러다 보니, 노인들도 ”브레인 롯“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이 되면서 활동 범위가 줄어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에서 유튜브만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요즘 어르신들의 일상이 된 것 같다.
팔십 대 중반에 들어선 우리 집 양반만 봐도 그렇다.
특별한 기술이나 지식이 없어도, 손가락만 움직이면 보고 싶은 영상을 원 없이 보는 세상이 온 것이다.
쇼츠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나와서 보는 것이다.
가짜 뉴스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제목만 보고는 클릭을 해 버린다.
”브레인 롯“이라는 단어를 모를 때도, 마당에서 일할 때를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유튜브만 들여다보는 남편을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던 말이 있었다.
”저러다가, 정말로 뇌가 탈이 나지~~“
언제나 예감은 빗나가지를 않는다.
짧은 영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끔찍한지,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이미 쇼츠 중독에 빠졌는지 전혀 들을 생각을 안 한다.
협박을 해야 하나~~
태블릿을 뺏어야 하나~~
우리나라의 특유의 ”빨리빨리“문화가 이 ”짧은 영상 쇼츠 문화“ 하고 기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긴 영상도 패스하고, 긴 문장도 패스하고, 긴 단어조차 줄인다.
이러다가 어디까지 줄여나갈지 심히 걱정이 된다.
요즘 새로운 장르가 등장을 했단다.
이름하여 ”편텐츠“다.
“편의점”과 “콘텐츠‘의 합성어로,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의미하는 신조어이다.
“편의점 고인물‘이라는 시리즈가 선보이면서 1억 5천만 회를 기록하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화제가 됐단다.
시청자 세 명 중 한 명이 Z세대라고 한다.
편의점을 이용해 본 고객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에피소드를 유쾌하게 풀어낸 게 인기 요인이라고 한다.
궁금해서 영상을 찾아봤다. 역시나 재미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재미있다 보니 계속해서 스크롤을 돌리고 또 돌리다 보면, 뇌에 나쁜 영향을 줘서 저절로 ”브레인 롯“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만보기로 했다.
“2024 트렌드 코리아”에 “ 팝콘 브레인”이라는 키워드가 등장을 했었다.
“팝콘 브레인”또한, 숏폼의 과도한 소비로 인해 나오는 인지적 변화를 설명하는 단어이다.
우리의 뇌가 갈수록 빠르고 강한 정보에는 점점 익숙해지지만, 느리고 소소한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게 된단다.
무섭다.
두렵다.
하지만 “신은 한 쪽문을 닫으면 다른 쪽 문은 열어둔다."라는 말처럼, 이런 ”브레인 롯“이나 ”팝콘 브레인“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단다.
가장 먼저, 정신 의학과에서 제시하는 생활 습관을 하루에 한두 개라도 반드시 실천을 하란다.
크게는 ”디지털 디톡스“, ‘오프라인 활동 활성화”, 그리고 “규칙적인 생활”이다.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는 전자기기 사용 시간을 명확히 정해놓고 사용을 하란다.
“디지털 디톡스”라는 새로운 단어도, “디지털”과 “디톡스”의 합성어라고 한다.
즉, 각종 전자기기와 인터넷, SNS 등에 대한 중독으로부터 벗어나 심심을 치유하는 것을 말한다.
그 흔한 “디톡스 주사”는 못 맞더라도, “디지털 디톡스”만은 열심히 해서 내 뇌만큼은 내가 살려야겠다.
난 거의 모든 것을 아이패드로 하고 있다.
노안이 오고 나서는, 종이 책 보는 것도 힘들어져서 밀리의 서재로 주로 책을 보고 있고, 일기도 아이패드로 작성을 한다.
글을 쓰는 것 역시, 아이패드로 하다 보니, 눈 떠 있는 시간은 거의 디지털 기기랑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가끔 한 번씩 멘탈이 나갈 때는, 드라마 몰아보기 역시 아이패드랑 함께 하고 있다.
쇼츠나 릴스 같은 것은 거의 안 본다고 해도, 거의 하루종일 아이패드를 끼고 있는 것도 디지털 중독에 들어가는지는 모르겠다.
이런 것은 어디다 물어봐야하나 ?
그 대신, 일부러라도 중간에 자주 일어나서 스트레칭도 해주고, 눈 운동도 해준다.
아이패드 없이 살아간다는 나의 노후 생활은 상상도 하기 싫기 때문이다.
칠십이 다 된 나이에 “디지털포메이션‘을 선언했다.
이제 와서 내 건강이 우려된다고 디지털 없는 세상을 택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너무도 매력적인 ”디지털 세상“에 너무 깊이 발을 들여놓았나 보다.
그 대신 가끔 한 번씩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면서, 함께 행복하게 병행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2024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브레인 롯‘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다.
이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과도 같다.
디지털 시대, 우리는 끊임없는 정보 속에서 사고력이 점점 흐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단어가 주는 메시지는 절망이 아니라 경고이자 깨우침이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긴 글을 읽고, 사색하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때인지도 모른다.
”브레인 롯“
이 단어가 던지는 의미를 곰 씹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