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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4부 겨울, 넷플릭스

업글할매의 행복한 노후

by 업글할매

지난 한 달 동안, “폭싹 속았수다”드라마 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 지냈다.


오랫만에 만난 인생드라마에 참 많이도 울고, 가슴 아파하면서, 그리고 따뜻한 감동에 가슴 한켠이 포근해지는 시간을 보낸 것이다.


이토록 깊은 여운을 남기는 명작을, 넷플릭스에서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요즘 세상은 여러모로 버겁기만 하다.


정치와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거대한 산불이 온 나라를 뒤흔들며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런 와중에 이런 따스한 이야기가 등장해,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조용히 어루만져 주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이 작품은 봄,여름,가을,겨울, 네 계절을 따라 인생의 흐름을 그려낸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장인 겨울 편을 기다리며, 얼마나 매서울지, 또 얼마나 쓸쓸할지 몰라 미리부터 마음이 무거웠다.


봄의 햇살을 지나, 열기와 폭풍이 몰아친 여름도 잘 건너고, 낙엽 지는 가을의 고요함 속을 지나며, 마침내 추위 속에 선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참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계절이 그러하듯, 우리네 삶 또한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나면, 결국 다시 봄이 찾아온다는 것을…


차가운 계절로 끝나지 않아서, 그래서 더없이 다행이고, 고맙다.




넷플릭스 공식홈페이지에 뜬 4부 홍보용 포스터가, 추운 겨울 이지만 참 따뜻하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제주의 아름다운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 애순과 관식의 끔찍히 다정한 모습만으로도 이 작품이 전하는 울림이 가슴 깊이 전해진다.


짙은 선글라스를 낀 관식은, 애순이 가고 싶어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기꺼이 함께하겠다는 믿음을 몸소 보여준다.


그런 다정한 이의 등에 업혀 부드럽고 행복한 미소와 함께 먼 곳을 응시하는 애순의 표정은, 지나온 나날을 조용히 되짚는 듯한 여운을 남긴다.


이 마지막 이야기가, 수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따뜻한 흔적으로 오래도록 남게 될 것 같다.


이 글에는 “폭싹 속았수다”의
주요내용 및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시청하지 않으셨다면
참고 바랍니다.


폭싹 속았수다 4부 넷플릭스

겨울을 알리는 4부 시작부터가 정말로 드라마틱한 인생을 보여준다.


애순이 한테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

그것도 아주 말랑말랑한 요상한 요물이 세상에 온것이다.


이 좁은 아파트에서, 백수 아들과 아무것도 할 줄 아는게 없는 철부지 며느리에, 이제 막 한 살이 된 손주까지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왜 이리도 심란한지 모르겠다.


보나마나 일은 애순이 혼자 몫인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리사랑’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다.


손주의 돐상을 집에서 차려놓고 그 예쁜 아기를 바라보는 애순과 관식의 표정엔, 사랑과 체념, 그리고 희망까지도 보인다.


그 바라보는 눈빛이 어찌나 애잔한지, 말보다도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다행히도 시어머니가 애순이 속을 알아준다.

행여 손주 봐주느라고 고생하지 말고, 훨훨 날아다니면서 자유롭게 살라고 한다,


그동안 자기 며느리가 얼마나 힘겹게 살아온지를 아는 것이다.


이 세상 떠나는 순간까지도 고약하게 구는 시어머니가 많은데, 이 집은 달라졌다.


한때는 부딪히던 사이였지만, 시간이 쌓이며 정이 꽃피는 걸 보면, 아마도 착하게 살아가는 아들 며느리 덕분인 것같다.


그래서 이 가족의 겨울은 결코 차갑지 않다.


폭싹 속았수다 4부 넷플릭스

아무리 친정엄마라지만, 남편의 완강한 반대 탓에 감히 딸을 찾아올 수가 없었다.


딸과 손주 얼굴이 그리워 조심스레 찾아왔다가, 뜻밖에도 사부인과 마추친다.


차 안에서 간단히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 딸이 세상 물정 하나 모른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친정 엄마는 거두절미하고 말한다.


“막 야단치세요, 눈물 쏙 빠지게~~”


하지만, 애순의 대답이 기가 막히다.


”자식 나눈 사이는 피차 은인인 것이죠. “


이 한마디에 담긴 따뜻한 품이, 듣는 이의 마음까지 먹먹하게 만든다.


그리곤 덧붙인다.

절대 며느리에게 큰소리도, 눈물 흘릴 일도 없게 할 테니, 걱정 말라고 한다.


툭하면 동네 여자들 사이에서 ‘여고 중퇴’라는 말이 무슨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지만 , 그 어떤 사모님보다도 우아하고 품위있는 시어머니 애순이의 모습이다.


딸이 이 집에 시집가겠다고 했을 때, 왜 말리지 않았는지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오직 하나 관식이었다.

아버지를 닮은 아들이라면, 분명히 자기 딸한테도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탁월한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더한다.

남편한테 그런 사랑을 받는 당신이 너무 부러웠다고…


“미투!”다.


폭싹 속았수다 4부 넷플릭스

야무지고 똑똑한 금명이만 애지중지 하던 부모에게, 제대로 사랑을 못 받고 자랐다는 허기진 마음에 아들 은명이는 자꾸만 삐딱선을 탄다.


이런 아들땜에 애순의 속은 하루가 멀다하고 까맣게 타들어간다.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는 아들을 항해 야단을 치자, 들려오는 시어머니의 말이 기가막히다.


“너무 나무라지 말어, 굽은 나무가 선산 지켜…”


선산이란 대대로 조상의 묘를 써 내려오는 곳을 말한다.


그런데 거기에 있는 좋은 나무는 쓸 데가 많아서 다 베어버리다보니, 남아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단다.


오히려 구부정해서 사납고 보기 싫은, 쓸모도 없는데다 귀여움조차 못 받는 그런 나무가, 그래도 끝까지 남아서 조상의 묘를 지켜주는 것이다.


예부터 이런 말이 전해진다.

“두들겨 맞고 자란 자식이 효도한다.”


곱게 기른 자식은 저 잘났다고 하기가 일쑤이고, 기껏 고생고생해서 키워놓으면 집을 떠나서는 바쁘다는 핑계로 뒤도 안 돌아본다.


오히려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자식이 부모곁을 맴돌며 손발이 되고, 마음이 되어준다.


결국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키고, 못난 자식이 마지막까지 효도를 하는 것이다.


폭싹 속았수다 4부 넷플릭스

1997년, IMF 당시의 거리 모습이 등장한다.


텅 빈 가게들, 줄지어 늘어선 실직자들, 무거운 발걸음으로 시장을 지나던 사람들의 표정엔 그저 막막함만 가득하다.


간신히 숨 돌릴 만하면 또 다시 흔들리고, 겨우 수습되나 싶으면 또 다른 위기가 몰려온다.


사는 게 나아지나 싶을 때마다, 삶은 어김없이 또 새로운 시련을 들이민다.


2025년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1997년 IMF 당시의 모습과 비슷함을 느낀다.


문 닫은 상점들, 줄어든 발길,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거리…


그 시절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처럼, 지금도 또다시 같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나만의 기분이길 바랐지만,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이 낯익은 위기감을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 같다.


경기는 얼어붙고, 사람들의 마음은 움츠려든다.

다시 한번 버텨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그때처럼 하루빨리 툴툴 털고 일어났으면 좋겠다.


폭싹 속았수다 4부 넷플릭스

1997년, 대한민국은 사상 초유의 경제 위기인 IMF 외환위기에 직면했다.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그때,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금모으기 운동”을 전개하며 세계를 놀라게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국민들이 자진해서 장롱 속의 금붙이를 꺼내 은행으로 가져갔다.


신혼부부는 결혼반지를, 젊은 부부는 아이의 돐 반지를 내놓았으며, 운동 선수들은 평생 자랑거리로 간직할 금메달을 내 놓았다.


애순이 역시 손주 돐 잔치때 들어온 금 두꺼비를, 그렇게 어렵게 살면서도 선뜩 기증한 것이다.


당시 미국에서 살고 있던 우리를 비롯한 수많은 동포들은, 조국의 이러한 단합된 모습에 얼마나 가슴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이런 국민들의 헌신과 애국심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은 위기를 극복하고 오늘의 번영을 이룰 수가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국빈들의 희생과 노력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역사를, 이 드라마를 통해서 다시 한번 되새기며, 대한민국의 저력과 단합된 힘에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고 싶다.


“대한민국 만세!”


폭싹 속았수다 4부 넷플릭스

IMF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어 좌절의 늪에 빠졌던 금녕에게, 뜻밖의 인생 반전이 찾아온다.


한때는 파혼의 상처로 마음 깊은 곳까지 얼어붙었지만, “한 쪽문이 닫히면 다른 한 쪽문이 열린다”는 진리처럼, 충섭과의 결혼이 이뤄진다.


충섭은 마치 아빠처럼, 아내를 진심으로 아끼고 품어줄 줄 아는 그런 사람이다.


새로운 시작과 함께 찬란하게 열릴 일만 남았다.


폭싹 속았수다 4부 넷플릭스

신부 입장에 앞서서 아빠가 딸에게 건네는 한마디가 웃기면서도 뭉클하다.


“금명아, 아빠 여기있어. 그러니까 다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러다 아니다 싶으면 언제든지 빠꾸해서 아빠한테 와. 아빠 늘 여기 있어.“


우리 때는 무조건 참고 살으라는 말이 시집가는 딸한테 해주던 덕담이었는데, 그 시절에도 수틀리면 언제든지 빠꾸해서 오라는 아빠의 말이 너무도 든든하고 따뜻하다.


이런 큰 나무가 뒤에서 딱 버티고 있는데, 누가 감히 딸을 함부로 대할 수 있겠는가.


“빠꾸”라는 말도 오랜만에 들으니 정겹다.

요즘 세대에겐 낯설 수 있지만, 우리에겐 추억을 소환해주는 그리운 말이다.


딸을 떠나보내며 더 울어야 할 사람은 엄마일터인데, 정작 오열하는 남편 덕에 마음 놓고 울지도 못하고, “내가 챙피해서 죽겠어, 정말!”하고 면박을 주는 장면에선 웃음과 눈물이 한꺼번에 터진다.


물론 지금은 많은 아빠들이 자타공인 “딸바보”가 되었지만, 그때 그 시절의 아빠들은 달랐다.


때로는 말없이 무뚝뚝하고, 때로는 고집스럽고, 심지어는 학씨 부선장처럼 가족에게 조차 모진 말만 내뱉던 이들도 있었다.


그런 시대 속에서도 아내에게 평생토록 한결같은 사랑을 쏟았던 관식, 그리고 그런 아빠의 묵직한 사랑을 고스란히 받고 자란 금명이.


이들은 흔치 않은 복을 받은 사람들이다.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이처럼 다정하고 깊은 부성애가 전해지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폭싹 속았수다 4부 넷플릭스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장면이다.


아들이 사람답게 살아보겠다며, 밤에 몰래 나가 인절미 장사를 한다는 것을 며느리한테 전해들은 관식은, 말없이 사돈을 찾아간다.


“요즘같이 어려운 세상에, 누가 떡을 사먹게냐”며 관식은 조심스럽게 돈 봉투를 부선장한테 전해준다.


그쪽은 쓰잘데 없이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 사람들한테 떡 값을 미리주고 아들이 떡 사라라고 소리치면 그냥 슬며시 사주라고 한다.


돈 봉투를 손에 쥔 부상길의 표정이 미묘하게 흔들린다.


그러면서 부선장이 늘 꼴보기 싫어했던 관식이한테 한 마디 하면서 드디어 개가천선하는 장면이다.


양관식이는 그저 운이 좋아, 알뜰하고 똘똘한 마누라 얻어걸려서 그 덕 보며 산다고 생각하니깐 괜히 부아가 나서 더 미웠었단다.


하지만 이제 알겠다고 한다.


“그게 마누라 덕이 아니고, 니가 나랑 달랐네.”


세상에는 많은 성공의 기준이 존재하지만, 진짜 사람을 바꾸는 힘은 따로 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돈도 명예도 지위도 다 상관없이, 얼마나 착하고 선하게 성실하게 사는가에 달렸다는 임상춘 작가님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결국 이 세상을 바꾸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선함이다.


폭싹 속았수다 4부 넷플릭스

부동산업자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금싸라기 양배추밭을 팔아버린 관식은 허허벌판, 사람 그림자 하나 없는 땅 한 가운데 상가를 마련한다.


주변 상권은 커녕, 가로등 불빛 하나 없이 스산한 그곳에 식당 간판만 덩그러니 걸려있다.


게다가 믿고 맡긴 부동산업자는 돈을 챙긴채 종적을 감추고 만다.


정말이지, 갈수록 태산이라는 말이 뼈저리게 와닿는 순간이다.


금명이, 은명이, 동명이.

사랑하는 자식들의 이름을 하나씩 따서 정성껏 새긴 ‘금은동이네’라는 간판이, 이제는 을씨년스럽게 휘날리는 제주도의 유명한 북서풍 바람에, 그저 홀로 쓸쓸히 흔들릴뿐이다.


꿈을 품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세상은 때론 그렇게도 차갑고 잔인하게 돌아선다.


폭싹 속았수다 4부 넷플릭스

맥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금은동이네’ 식당 간판에 새겨진 이름 하나하나에 담긴 가족의 의미가, 관식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결정한다.


애순이와 관식이는 결국,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한다.


화려한 기술도, 눈에 띄는 재능도 없지만, ‘성실함’하나만큼은 누구보다도 자신있다는 그들만의 믿음이 있었다.


‘부창부수”라는 말이 딱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폭싹 속았수다 4부 넷플릭스


다른 건 몰라도 평생 바다에서 살아온 관식이와 애순이였다.


싱싱한 오징어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그런 오징어를 가장 맛있게, 아주 정성스럽게 요리해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애순이뿐이었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두 사람은 비로소 마음 깊이 다짐한다.


“돌밭을 일구고, 바다 고기 다 잡으면 그만이다.”고 힘들 때 마다 외쳐대던 두 사람의 정신으로 일어서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허허벌판에 달랑 ‘금은동’식당만 있었건만, 두사람의 억척스러움과 성실함으로 가게는 자리를 잡아간다.


폭싹 속았수다 4부 넷플릭스

히늘도 도왔던 걸까.

‘금은동이네’식당 근처에서 그당시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드라마 “올인”의 촬영이 시작되면서, 가게에 놀라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무엇보다도 큰 전환점은 “올인” 촬영 스태프들이 식당 음식을 즐겨 찾으며 입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입맛 까다로은 제작진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자연스럽게 프리킷 효과가 생겨난 것이다.


이름 없는 작은 식당은 순식간에 TV 드라마 투어길의 맛집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이병헌을 찾아 제주도로 향하는 팬들이 몰려왔다.


“뵨사마‘라고 외치면서 날아온 것이다.


”병사마“라고 해야 할텐데, 아무래도 발음이 안돼서 ”뵨사마“가 된 것 같다.


식당은 이런 일본인 관광객에 빠르게 대응해 나간다.

일본어 메뉴판도 준비하고, 간단한 일본어로 손님도 맞이한다.


폭싹 속았수다 4부 넷플릭스

제비가 박씨까지 물고 왔다.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던 ‘정미인’이라는 배우가 생명의 은인을 찾아 맛집 홍보에 나선 것이다.


은혜를 잊지 않고 반드시 갚는다는 메시지가 참 좋다.


덕분에 가게에 다시 생기가 넘쳐 흐르고, 그녀의 등장 하나만으로도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국 사세요 국~~”이라는 대사에, 떠오르는 옛날 드라마가 있다.


1998년에서 1999년 사이에 방영됐던 “육남매”라는 드라마다.


당대 최고의 인기 여배우였던 장미희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당시 IMF로 침울했던 사회 분위기를 이겨내고,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MBC에서 만든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의 불후의 명대사가 바로 장미희가 연기했던 “똑 사세요! 똑이에요!”다.


“떡 사세요“가 “ 똑 사세요!”로 들려서 많은 사람들이 흉내를 내면서 즐거워하던 전설의 명대사가 된 것이다.


폭싹 속았수다 4부 넷플릭스

금명이가 딸내미 피아노 살돈으로 엄마, 아빠 건강검진을 시켜준다.

자식을 낳고 길러보니, 비로소 부모 마음이 헤아려진 것이다.


그런데 검진 결과는 너무도 가혹했다.


오랫동안 앓아온 류마티스 관절염인 줄 알았던 통증은 사실 “다발 골수증‘이라는 혈액암의 일종이란다.


“잘 참는 분들이 오히려 병을 키워서 온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그때 그시절의 대부분의 부모들은, 병원비 아까워서 마음 놓고 아픈 티고 못내고 살았던 것이다.


하물며 무쇠 아니던가.


끔찍히도 아끼는 자신의 가족들을 위해서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기를 쓰던 사람인데, 어찌 병원갈 생각을 했겠는가…


너무도 불쌍하고 애처로워서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제 조금 살만해 졌는데, 무쇠도 이제는 취미라는 것을 하나 찾아서 기타도 배우면서 언젠가는 사랑하는 아내한테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주고 싶었는데…


정말 하늘도 너무 무심하다.

그토록 성실하게, 가족만을 위해 살아온 사람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는지, 그저 야속할 뿐이다.


폭싹 속았수다 4부 넷플릭스


길고도 험난한 항암치료의길이 시작됐다.


희망을 품고, 꽃피는 봄에서 시작한 것이 매서운 겨울을 견디고, 다시 또 봄이 왔건만, 관식의 몸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자기 목숨보다도 애순이를 먼저 생각하던 사람, 자신의 아픔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결코 아내 손에 짐 하나 지우지 않던 사람.


그 관식이, 이제는 휘청이는 몸으로 애순이의 손에 기대어 걷는다.


“너를 두고는 절대 못 가.”

언젠가, 생의 한복판에서 그렇게 말하며 늘 아내의 든든한 보호자를 자처하던 그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 무거운 역할이 아내에게로 조용히 넘어간다.


눈물 섞인 현실 속에서도, 두 사람은 여전히 손을 꼭 잡고 있다.

말없이 이어진 손끝에서 얼마나 깊고 단단한 사랑이 흐르는지, 그 모습만 바라봐도 가슴이 시리다.


폭싹 속았수다 4부 넷플릭스

딸 금명이가 취업 선물로 사준 노트에, 애순이는 한 장 한 장 공들여 써나가다가 드디어 한 권을 다 채운다.


“잊혀지면 안 될 이야기란 생각에 저희 부모님의 칠십년을 보냅니다. ”라는 인사말과 함께 금명이는 엄마의 한 평생을 보내온 이 노트를 출판사에 보낸다,


드디어 출간된 애순이의 시집을 읽고 있는, ‘클로이 이’라는 편집장의 얼굴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얼마나 소름이 돋았는지 모른다.


바로 애순이의 엄마 ‘광례’랑 너무 닮아있다.


즐겨다니던 바닷가에서 애순이 목놓아 엄마를 부르면서 하던 말이 떠오른다.


남들은 90살, 100살까지도 잘도 사는데, 뭐가 그리도 바빠서 빨리 갔냐고, 이 좋은 세상 다시 좀 태어났냐고…


그 원하던 책상에 좀 앉아서 ‘여봐라’좀 하고 살지…


애순이의 이런 간절한 소원대로 엄마 광례가 환생을 한 것 같다.


그것도 아주 멋지고 세련된 모습으로, 출판사의 편집장으로 다시 태어나, 근사한 책상에 아주 우아하게 앉아있는 것이다.


편집장은 애순이 시집을 읽고 눈물을 흘리는데, “내용이 그렇게 좋아요?”라고 묻는 직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왜 좋은지 모르겠지만, 그냥 너무…너무… 장해! 너무 장해!“


왜 하필 이름이 ‘클로이’였을까?

혹시 외국에서 살고있나라는 궁금한 마음에 검색을 해봤다.


“봄에 활짝 핀 꽃, 푸른 새싹”을 뜻하는 이름이란다.


고생만하다 간 광레의 삶이 너무도 불쌍해서, 다음 생에서는 활력있고 산뜻하게 시작하라는 뜻으로 작가님이 붙여 주신 것 같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안쓰러웠던 생을 마감한 광례의 인생을, 멋지고 근사한 편집장으로 다시 환생시켜, 새로운 멋진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든 임상춘 작가님의 따뜻한 배려가 그대로 느껴진다.




폭싹 속았수다 4부 넷플릭스
너무나 어렸고
여전히 여린 그들의 계절에
미안함과 감사, 깊은 존경을 담아,
폭싹 속았수다.



마지막 화면 속의 장면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폭싹 속았수다.

그동안 살아오시느라고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너무도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아주 오랫동안 가슴에 남을 명작을 만났다.


혹시 이 드라마를 아직 안 보신 분이 계시면, 절대 밖에서는 보지 마시길 살포시 권해드린다.


그냥 조용히, 집 안에서, 손수건 하나 꼭 챙겨서 보시길.


눈물샘이 저절로 열린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쏟아낸 눈물만 해도, 정말 어마어마하다.


칠십 평생 살아오며 흘린 눈물이 우스갯 소리로 한강을 차고도 넘칠거라고 하면서도, 아직도 이렇게 드라마 한 편 앞에서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이, 나 자신에게조차 놀랍다.


특히 16화를 볼 때는, 거의 통곡 수준이었다.


그토록 지극한 사랑을 받은 애순이가, 남편을 잃고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거라 여겼지만, 엄마 ‘광례’의 마지막 말처럼 “살민 살아진다!“, 그 말처럼, 애순은 또다시 하루하루를 견뎌낸다.


집을 팔아 일본으로 유학 보낸 보람이 있게 성공한 커리어우먼이 된 딸과, 백수에서 벗어나 식당 사장으로 우뚝 선 아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애순.


모든 것이 참 따뜻하고 아름답지만, 그 속에 ”팔불출 무쇠 관식”이가 없다는 사실이 가슴을 너무도 에이게 한다.


정말, 꼭 그렇게 보내야만 했을까…


두 사람이 더 오래 함께 살았다면, 성공한 자식들 곁에서 뒷바라지 받으며 행복한 노년을 함께 보냈을 텐데…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사랑의 상실과 그 슬픔을 통해, 남겨진 이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것은 아닐까.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가슴속엔 오래도록 앙금이 남아있다.

눈물과 웃음, 그 모든 감정을 품고,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영원히 잊지 못할 한 계절이 되어준다.


이런 명작을 만들어 준 넷플릭스와 모든 제작진한테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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