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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성훈 아조씨 마초 스테이크 ln 제주 애월

업글할매 행복한 노후

by 업글할매


오랫만에 서울에 사는 딸내미가 놀러 왔다.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미리 찜해두라고 하길래

고민할 것도 없이 단번에

애월에 있는 ‘마초 스테이크’로 정했다.


같은 제주, 같은 애월에 살면서도

그렇게 핫하다는 추성훈 아조씨의 마초 스테이크가

가까이에 생겼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큰손 노하영 유튜브 채널

얼마 전, 내가 즐겨보는

브랜딩의 전설 노희영 대표님 채널에서

애월의 ‘요아정’ 을 컨설팅했다는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온 것을 봤다.


요아정이 뭔지,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이라는 것이 무슨 맛인지

삼식이 아저씨랑 살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고 지냈다.


그런데 너무도 감사하게도

바로 옆에 그 유명한

추성훈 아조씨의 마초 스테이크가

함께 자리를 하고 있단다.


이걸 두고 어찌

‘일석이조’라 하지 않겠는가!


내게는 동시에 두 곳의 맛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열린 것이다.


그날 영상을 보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기필코

요아정과 마초 스테이크를

가보고야 말 것이라고…


하지만 늘 그렇듯이

남편한테 넌지시 말을 꺼냈다가

욕만 바가지로 먹고 삐쳐있었는데


하늘이 도우셔서

딸내미가 힘든 걸음을 했다.


그 덕분에 오늘 드디어 소원을 풀었다.


공항에서 픽업하자마자

그 길로 애월로 직행했다.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애월은

늘 사람과 차로 붐빈다.


다행히 마초 스테이크랑 요아정이 함께 쓰는

작은 전용 주차장이 있어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세븐 일레븐 앞에 ‘카카오 주자장’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곳이다.


운 좋게도 평일 저녁 시간에 방문한 덕분에

겨우 한대 들어갈 자리를 찾아

주차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주차장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던 건,


추성훈 아조씨의 얼굴이 큼직하게 그려진

GRAND OPENING 이라는 현수막 덕분이었다.


멀리서도 딱 눈에 띄니

이곳이 마초 스테이크의 주차장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무료 주차 시간이 고작

한 시간뿐이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식사를 마친 뒤

바로 옆에 있는 요아정에서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면

추가로 한 시간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애월의 핫한 풍경 속에서

스테이크와 아이스크림, 그리고 주차의 삼박자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오아시스 80 카페

배우 이동건이 운영하는 세련된 카페

“오아시스 80”은

마초 스테이크와 마주 보며

애월의 거리를 더욱 빛낸다.


제주에서 가장 핫한 스폿 중 하나인

애월 카페거리에 자리해 있어

웨이팅이 길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거리 곳곳이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가득 차 있어

기다림조차 여행의 일부가 될 것 같다.



마초 스테이크와 요아정 앞에는

주차라인이 두 칸 나란히 그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곳에 차를 세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주차가 가능한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을 것이고


설령 알더라도

좁은 공간에서 수많은 시선이

쏟아질 걸 떠 올리면

선뜻 차를 대기 어려운 자리다.



들어가는 입구에 아이스박스가 놓여있었다.


웬 아이스박스인가 했더니

그 안에 얼음 물에 채운 생수가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옆에는 정성스레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는데

자리가 좁아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는

글귀와 함께


시원한 생수는 마음 놓고 즐기시라고

손님을 배려하는 문장이 이어졌다.


참 친절하기도 하다는 생각에

웨이팅조차 즐거워진다.



캐치 테이블 앱을 통해서

미리 예약을 하고 가면 기다리는 시간을

많이 줄일 수가 있다.


오픈은 11시 부터인데

캐치 테이블에서는 10시부터 등록이 가능하다.


피크 타임은 역시나 점심시간인

오후 12시부터 오후 2시 사이가 가장 바쁘단다.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는 브레이크 타임이니까

이 시간은 피해야 할 듯…


웨이팅이 많은 것에 비해서는

좌석 회전이 빨라

생각보다 빨리 앉는 경우도 있다.



내 번호가 호출되길래

자리를 털고 일어나 입구로 들어갔다.


입구에는 키오스크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는데


다행히 주문과 계산은

직원이 직접 대신해준다.


덕분에 기계랑 씨름할 일은 없었다.


오후 6시에 입장을 했더니

메뉴판이 이미 한정이 돼있었다.


1파운드 스테이크랑 일반 스테이크만 남아 있었고

기대했던 소고기 철판 볶음밥은

이미 ‘솔드아웃’


심지어 수프까지 매진이라니

살짝 아쉬웠다.


내 생각에는 1파운드짜리가

2인분 정도 되는 것 같아서


세 명이서 1파운드 하나 시키고

다른 것 하나 시키면 되는 줄 알았더니


무조건 1인 1오더라 아무리 양이 많아도

1인분에 해당된다는 설명을 듣고

할 수 없이 일반 스테이크 3개로 통일했다.


샐러드 하나 추가하고

마지막으로 대망의

일본 기린 얼음 잔 생맥주도 시켰다.




들어서자마자

시야에 확 들어오는 것은

활짝 열린 오픈 주방이다.


불꽃이 튀는 그 공간 바로 앞에는

혼자 온 손님들을 위한 작은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이런 세심한 배려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괜한 눈치 보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즐기며

편안하게 먹을 수 있다.


벽 한 쪽에는 추성훈 아조씨의 유튜브 영상이

쉼 없이 흘러나온다.


스테이크를 한 입 베어 물고

고개를 들어

그 마초 같은 얼굴을 마주 보는 순간,


묘하게도 고기 맛이 더 진해지는 듯하다.


직원들은 모두 젊고 활기차다.


밝은 목소리와 빠른 걸음에서

넘치는 에너지가 전해진다.


그 활력 앞에서 문득,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는

점점 더 발붙일 곳이 없다는

쓸쓸한 생각이 스치기도 한다.


나도 한때는

근사한 주방을 누비며

열정을 불태우던 때가 있었다.


손끝에 모든 정성을 담아

무언가를 만들어내던 순간,


그때의 나는

그 누구보다도 빛나고 아름다웠을 것이다.



저녁 무렵 도착한 우리는

인기 메뉴가 이미 동이 난 탓에

선택의 여지없이

모두 33,000원의 마초 립아이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철판 위에서 펼쳐지는

소박한 퍼포먼스 덕분에


음식이 나오자마자

테이블 분위기가 살아났다.


특히, 고기 기름이 손님 쪽으로

튀지 않도록 씌워주는

‘마초 스테이크’로고가 새겨진 종이 커버는


이 집만의 작은 센스이자

인상적인 장치였다.




스테이크는 철판 위에

레어 상태로 제공이 된다.


그 위에 버터를 올리고

고기를 다시 지글지글 뒤집는 순간


버터 향과 육즙이 어우러지며

침샘을 자극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어느 정도 익으면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낸 뒤

콘과 함께 리베라 비법 소스를 얹어

버무려 준다.


여기에 제공되는 밥, 콘, 그리고 소스는

모두 무한 리필이다.


250g이라는 양이 젊은 손님들에게는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밥과 콘 덕분에

배부르게 즐길 수 있다.


소스의 맛 또한 이 집의 백미다.


우리가 고른 리베라 소스는

‘추성훈 리베라 소스’라 불리며


50년 전통 일본식 스테이크 소스를

재현한 것이라 한다.


간장과 양파의 진한 풍미가 살아 있고

간이 제법 센 편이라

스테이크의 육즙과 만나면

묵직하고 깊은 맛을 낸다.


반면 마초 비법 소스는

4가지 과일을 갈아 만든 것으로


과일의 상큼함과 달콤함이

짭짤한 풍미와 고루 어우러져

전형적인 단짠 맛을 낸다고 한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선호한다면

마초 비법 소스를,


짭짤하고 감칠맛 나는

정통 스타일을 원한다면

리베라 소스를 추천하고 싶다.


고기 맛은 기대 이상이었다.


33,900원에 250g 립아이 스테이트,

가격 대비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보통 스테이크 전문점에서는

200g도 채 안 되는 것 한 접시가

6~7만 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그에 비하면

훨씬 합리적이고 맛 또한 뛰어나다.


결국, 추성훈 아조씨의 마초 스테이크는

퍼포먼스, 소스, 그리고 가격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집이라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나는 스테이크보다도 얼음 생맥주라는 것에

더 마음이 끌렸다.


무엇보다 추성훈 아조씨가

직접 운영한다는 사실이

내 기대를 키웠다.


아주 오래전에 일본에서 맛보았던,

얼음처럼 차갑고 황홀했던

그 맥주를 다시 즐길 수 있으리라

설렘이 컸다.


하지만 결과는 많이 아쉬웠다.


테이블에 처음 놓일 때는

얼음 잔 그대로였으나,


막상 한 모금 마시고 나니

곧바로 평범한 맥주잔처럼 변해버렸다.


아마도 너무 바쁘다 보니

온도 조절이 제대로 안된 것 같다.


먹고 마시는 것에 진심인 추성훈 아조씨가

이런 부분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 기대감이 컸던 만큼

작은 아쉬움이 크게 다가왔다.




마초 스테이크의 메뉴판은 복잡하지 않다.


꼭 필요한 것만 알차게 담아냈다.


메인 메뉴는 단 세 가지이다.


* 1파운드 추성훈 스테이크 (58,900원)

* 마초 립아이 스테이크 (33,900원)

*철판 비프 비빔밥 (17,900원)


선택의 폭은 좁지만,

대신 어느 걸 골라도 만족감을 준다는

그런 자신감이 느껴진다.


소스는 두 가지

* 마초 비법 소스

* 추성훈 리베라 소스


사이드 메뉴 또한 심플하다.


양송이 수프, 샐러드, 콘 추가, 밥 추가 정도 로만

마련돼 있다.


대표적인 주류가

하이볼과 맥주다.


일본산 하이볼부터 기린, 아사히, 삿포로 생맥,

그리고 마초 생맥까지

라인업이 꽤 탄탄하다.


메뉴판을 보고 있으면

“맛으로 승부한다"라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화려하게 늘어놓은 메뉴판 대신,

단출하지만, 알차게

오직 고기와 소스,

그리고 술에 집중하는 모습이

오히려 더 매력적이다.



두 사람이 방문한다면

메뉴 조합은 단연

1파운드 추성훈 스테이크랑

철판 비프 비빔밥이 정답일 것 같다.


다음에 다시 찾는다면

꼭 이 철판 비프 비빔밥을 먹어보고 싶다.


‘솔드아웃’되기 전에

점심시간에 와야 할 듯…




추성훈 아조씨의 마초 스테이크!

‘마초(Macho)’는 스페인에서 온 말로, 원래는 남성을 뜻하는 단순한 단어였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강인한 남성성, 근육질 체격,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지칭하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특히 라틴 문화권에서는 “마초” 하면, 무겁고 남성적인 매력을 지닌 사람을 떠올린단다.

하지만 요즘은 단순히 힘만 센 남자라기보다, 자신감, 열정, 그리고 카리스마를 갖춘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뉘앙스로 더 자주 쓰이는 것 같다.

추성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근육질 체격, 투혼, 무대 위의 파이터 아닐까 싶다.

게다가 그는 단순히 힘만 쓰는 파이터가 아니라, 무대 밖에서는 따뜻한 아빠이자 사랑꾼 남편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이런 반전 매력이 ‘마초’의 현대적 해석과도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강하면서도 따뜻한 남자, 야성적이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남자, 이런 캐릭터가 ”추성훈 아조씨의 마초 스테이크“에도 반영이 된 것 같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애월의 가장 핫한 애월 카페거리에 자리 잡은 이곳은, 애월 코스의 ‘메인이벤트’로도 손색이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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