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이름이 필요하다 / 감정 라벨링 일기

업글할매 행복한 노후

by 업글할매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감정을 느끼며 살아간다.


기쁜 일도 있고, 속상한 일도 있고, 이유없이 마음이 가라앉는 날도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그냥 흘려보내며 산다.


“오늘 기분이 별로네.”

“괜히 짜증이 나네.”


이 정도로만 생각하고 지나가 버린다.


하지만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감정은 알아차리고 이름을 붙일 때 비로소 정리가 된다.”


그래서 요즘 심리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감정 라벨링 ( emotion labeling) 이다.


감정 라벨링 / chatgpt에서 만든 이미지

우리는 물건에도 이름이 필요하다.


책상, 책, 그릇, 연필, 나무, 꽃…


이름이 있어야 그것을 이해하고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의 마음은 어떤가.


기쁨, 슬픔, 화남, 서운함, 외로움, 허무함…


이 수많은 감정들이 마음속에서 일어나지만, 대부분을 이름도 붙이지 못한채 그냥 지나간다.


감정 라벨링은 바로 그런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는 연습이다.


“오늘 괜히 기분이 나쁘다.”


이렇게 막연하게 느끼는 대신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다.


“나는 지금 서운함을 느끼고 있다.”

“나는 지금 인정받지 못했다는 생각때문에 속상하다.”

“나는 피곤해서 예민해져 있다. ”


이렇게 감정의 이름을 붙여보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렇게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순간, 우리의 뇌는 그 감정을 조금 더 차분하게 바라보기 시작한단다.


감정 라벨링을 가장 쉽게 실천하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바로 감정일기를 쓰는 것이다.


감사 일기를 쓰는 사람은 참 많다.

나 역시 오랫동안 감사 일기를 써왔다.


하루를 돌아보며 고마웠던 일을 떠올리는 습관은,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참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해보란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해 보는 것이다.


“오늘 나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


무엇이 나를 기쁘게 했는지, 무엇이 마음을 서운하게 했는지, 어떤 순간에 마음이 흔들렸는지, 조용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감사 일기가 삶의 밝은 면을 바라보게 해 준다면, 감정 일기는 내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 준다.


방법도 아주 간단하다.


하루가 끝날 때, 잠들기 전 몇 줄만 적어보면 된다.


오늘의 감정 : 서운함

이유 : 가까운 사람이 내 말을 대충 듣는 것 같았다.


오늘의 감정 : 뿌듯함

이유 : 오랜만에 산책을 하고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느꼈다.


오늘의 감정 : 불안함

이유 : 미래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이렇게 간단하게 적기만 하면 되는것이다.


중요한 것은 “길게 쓰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라는 말에 도전해 볼 용기가 생긴다.


나이가 들수록 중요한 것은, 세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이해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돌이켜 보면 그 동안의 삶은 늘 바빴다.

먹고 사는 일이 급했고, 시간에 쫒기듯 하루하루를 달려왔다.


그러다 보니, 내 마음이 어떤지 들여다볼 틈조차 없이 살아온 것이다.


왜 기분이 나쁜지,

왜 서운한지,

왜 슬픈지…


그 감정의 이유를 차분히 들여다보기보다, 그저 이렇게 말하며 스스로를 달래곤 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 거야.”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많은 일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흐릿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생각해보면, 그것은 이해라기보다는 그저 덮어두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내 감정에 하나하나 이름을 붙이며 하루를 정리한다는 생각은, 예전의 나에게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제라도 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평생 다른 사람의 마음은 이해하려 애쓰면서도, 정작 나의 마음의 이름은 잘 모른채 살아왔다.


요즘 들어 갑자기 기운이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괜히 마음이 가라앉고, 예전처럼 신나는 일도 많지 않다.


어디선가 칠십 대에도 갱년기가 다시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쩌면 지금의 내 마음도 그런 변화의 한 장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생각해본다.


이럴 때일수록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마음을 그냥 방치하지 말고, 내 감정을 제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예전처럼 무식하게 참고 넘기지만 말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며 맥 놓고 있지 말자.


대신 오늘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에 이름을 붙여보자.


“아, 나는 지금 조금 외로운가 보다.”

“오늘은 괜히 마음이 허전하네.”

“그래도 작은 일에 고마움을 느끼는 하루였네.”


이렇게 마음을 들여다보는 작은 연습이,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


요즘 들어 하루하루가 예전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공부를 시작해 보려 한다.


남은 시간 동안, 내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하며 살아가고 싶다.


그러다보면, 남은 노후가 조금 더 따뜻하고 행복해 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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