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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

by 개미와 베짱이

은퇴와 경조사의 부담

21세기 자본주의에서 '돈'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가 없다. 특히, 나이가 들면 경제적 건강은 정말 중요해진다. 노년의 빈곤은 최악이다. 선진국의 다양한 실험에서 자산의 부유함과 행복감이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입증이 되었지만, 돈은 미래의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제거하는 마중물로서는 충분하다는 것 또한 확인되었다. 은퇴 이후에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경조사'이다. 특히 남자는 비즈니스로 맺은 다양한 관계에서부터, 학연과 혈연 그리고 지연으로 맺어진 네트워크까지 챙겨야 할 경조사가 많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경조사는 우리의 전통인 '품앗이'었다.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급변하면서 품앗이 성격이 금전적 계산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직 경조사가 멀리 남았다고 생각하는 이에게는 훗날 해약할 수 있는 '적금'과 같은 개념으로, 당장 경조사가 발생한 이에게는 앞선 번호로 곗돈을 선불받은 계원(契員 )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것이 최근의 경조사이다.


경제적 빈곤함과 관계

일본 유명작가 디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2012.4월 출간)'이라는 소설에는 '돈 떨어지면 인연도 끊어진다'는 돈의 무서움에 대한 문구가 실려 있다. "돈 떨어지는 날이 인연 끊어지는 날이라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이 말은 남자가 돈이 떨어지면 여자한테 버림받는다는 뜻이 아니다. 남자가 돈이 떨어지면 의기소침해지고 웃는 소리에도 힘이 없어지고, 괜히 비뚤어지거나 한다. 그래서 끝내는 여자와 헤어지게 된다." 이 말을 뼈에 사무치게 느끼게 되는 때가 바로 은퇴 이후의 남자 삶이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온 인생이지만 중년이 되어 뒤를 돌아보면 집 한 채가 자산의 전부인 중산층의 삶에서는 통장의 빈곤함이 그렇게 달갑지만 않은 것이 사실이다. 통장에 잔고가 쌓이는 날보다 건강보험료와 경조사비 등 돈이 빠져 나가야 할 일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이다. 퇴직 이후 나이가 들면서 예전과 같은 '경제론적 삶'으로 되돌아가 통장 잔고를 증가시킬 수 없기에 더욱 난감하다. 투자에 실패하면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없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돈 떨어지는 날이 인연 끊어지는 날임을 공감할 수 있다. 빈 통장으로 경조사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 심리적 관계 단절이 오고 심리적 부담감은 실제로 은둔형 외톨이로 전락할 위험이 아주 크다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경조사 기준을 만들다!!!

자신만의 경조사 기준을 정해 보자. 나는 임금피크 진입하면서 단계별로 경조사 기준을 만들어 현재도 적용하고 있다. 일단 축하할 일과 애도해야 할 일로 구분한다. 참석 여부에 따라 경조사 금액을 달리하고 있다. 특히 축하할 일은 더욱 그렇다. 또한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인지, 정서적이나 인정적으로 만남을 지속할 것인지 등으로도 경조사 챙김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보면서 통장 잔고를 걱정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형편에 맞게 인사를 건네고 관계를 지속하면 된다. 그렇게 했을 때 관계가 소원해진다면 굳이 그 관계를 지속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나이가 들면 단점을 보완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잘하는 것, 좋아하는 것 등 장점을 부각하여 재미난 노년을 보내는 것이 더 현명하다. 관계 유지를 위해 애쓰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관계가 더 바람직하다. 아무리 뭐니 뭐니 해도 머니(money)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사람 관계만큼 중요하겠는가? 돈을 쫓아가는 인생보다 돈이 쫓아오는 멋진 삶을 영위해 보면 어떨까 싶다. 경제적 건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육체적 건강이요 정신적 건강이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지만, 가능하면 움직여야 한다. 움직임은 일차적으로 육체적 건강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지킴이로서 손색이 없다. 그 결과 의료비 지출을 지연시키거나 절감시키므로 경제적 건강도 지킬 수 있다. 오늘도 통장 잔고보다 체력과 마음 다스리기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하루를 알차게 보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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