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서바이벌 삶'에서 '어드벤쳐 삶'으로

- 언제까일 일을 해야 할까? -

by 개미와 베짱이

52.8% 2024년 12월 23일에 초고령사회 그룹에 진입했다. 평균수명 증가는 과학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고 한다. 선물은 좋은 뜻이다. 겨울날 나뭇가지 사이로 고개를 내미는 따스한 햇살과 같다. 중장년층에서 선물의 온기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지난 해 65세 이상 고령근로자가 생활비를 위해 일터에 내 몰리는 비율이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이마저도 일자리가 녹록치 않다. 주된 일자리 이후 중장년층이 맞이하는 제2의 서바이벌(survival) 현장은 저임금과 단순노동, 계약직이다. 바로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이다. 이처럼 두 명 중 1명은 ‘먹고 살기’ 위해 노구(老軀)를 끌고 오늘도 새벽 찬바람을 가르는 첫 버스에 몸을 싣는다. 그 누구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사람들! 어느 국회의원이 수면 위로 끌어 올린 6411번 첫 운행버스에 몸을 싣는 고객이 이런 분들이 아닐까 싶다. 따스한 아랫목에 더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다. 현실이 허락하지 않는다. 고령 1인 가구가 40%를 넘어섰다. 자식에게 기댄다는 것은 언감생신(焉敢生心)이다. 자식 또한 스스로 건사하기 벅찬 요즘이다. 각자도생이다. 가정을 꾸리고 가족의 생계와 더 나은 삶을 위해 젊은 날 앞만 보고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 그 삶의 끝은 어디일까? 남들은 은퇴하면 쉰다고 하는데 왜 나에게는 허공의 메아리처럼 들릴까! 55세 이상 64세까지 조사한 결과 경제적 활동의 희망 나이는 73.4세이다. 과연 73세에 원하는 데로 노년을 즐기면서 쉴 수 있을까! 평균수명은 2년에 평균 1년 가까이 증가하고 있다. ‘준비된 자’에게만 주어지는 내일의 선택권이 아닐까 싶다. 고령자에게는 할 만한 일자리가 없을 뿐 더러 넉넉한 금전보상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세렝게티에서 벌어지는 야생의 세계와 흡사한 서바이벌 삶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


어드벤쳐(adventure) 삶! 하고 싶은 일을 업(業)으로 삼고 평생을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모두가 바라는 모습일 것이다. 모험은 도전이다. 검룡소가 한강의 발원지인 것처럼, 호기심은 도전의 원천이다. 호기심은 물음표(?)이다. 그 물음표가 느낌표(!)가 될 때 벅차오름은 어떤 말로도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 나이가 들면 호기심이 급격히 줄어든다. 관심이 없어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왜 관심이 없어질까?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오늘 하루 뭐 하면서 지내지’라는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하는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 세상의 이치를 모두 깨달았다는 착각에서 비롯된다. 지구촌을 알고 이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구가 자전하듯 일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것도 기하급수적으로 바뀌고 있어 늘 새롭다. 어제와 다른 오늘이 눈 앞에 펼쳐지는데 호기심이 없어진다는 것은 정말 말이 안된다. 물음표의 끝자락에 있는 동그라미를 놓치면 안된다. 호기심과 일맥상통하는 관심은 관찰을 낳고, 관찰은 관계로 이어지면서 또 다른 영역으로 진출하는 교두보가 된다. 호기심에서 출발한 관심은 경력 파이프라인(pipeline) 구축의 디딤돌이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관심 있는 것을 하나하나 켜켜이 쌓아가는 과정이 관심과 관찰이며, 그 결과물이 관계로 형성되는 ‘하고 싶은 일’이다. 어드벤쳐(adventure) 삶인 것이다. 무쇠소녀단의 설인아가 호기심의 끝판왕이 아닐까 싶다. 처음에는 예능을 위해 복싱을 시작했지만 ‘왜(why), 무엇을(what), 어떻게(how)’에 집중하면서 복싱에 매료되어 최종 금메달을 손에 쥐는 쾌거에 도달했다.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도 지금까지 복싱을 즐겨한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자 취미를 찾은 것이다.

어렸을 때 자신이 좋아하는 적성을 찾으며 성장한 아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부모와 사회가 만든 플랫폼에 갖혀 정답을 맞히는 게임 아닌 게임에 열중하면서 자신의 적성과는 무관하게 상대적 비교와 질타에서 성장해 왔다. 그 결과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 육십이 넘어서도 깨닫는 이가 얼마되지 않는다. 눈 앞에 펼쳐진 하루를 버티기에도 버거운 나날을 보내면서 은퇴를 맞이하였기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 또한 사치라 여겼기 때문이다. 인생백세시대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보자.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채워 보자.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지 고민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로 즐겨 보자.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기준점을 바꾸자. 준비된 자만이 삶은 즐길 수 있다. 디지털이 속도를 내면서 사회는 더 빠르게 변한다. 모든 것이 신기하다. 새로울 뿐이다. 즐길거리는 충분하다. 조금만 시각을 달리하면 지루할 틈이 없다.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모험을 즐길 수 있다. 어드벤쳐 삶은 늙을 시간조차도 허락하지 않는다. 양평 서종면 수입리 마을 끝에 위치한 정원이 넓은 까페가 있다. 까페지기는 80이 넘으셨다. 행정상 나이와 무관하게 신체적 나이는 60대 후반 또는 70대 초반으로 보일 정도로 젊음을 유지하고 있다. 정원을 가꾼지 30여년이 되었고, 정원 가꾸는 것이 좋아서 사십대 후반에 그 곳에 정착하면서, 지금까지 누구 손을 빌리지 않고 손수 정원을 다듬고 있다고 한다. ‘하루 종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나이 먹을 시간도 없다’라고 너스레를 부리면서 젊음 유지 비결을 맛보기로 공개했다. 어드벤쳐 삶이 인생백세시대를 더 풍부하고 알차게 꾸며 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서바이벌 삶이 자신이 억누른다고 하더라도 ‘내일(tomorrow)을 위한 내 일(job)’을 준비하여 하루라도 더 빨리 어드벤쳐 삶을 즐길 수 있도록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하루로 채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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