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잡으려다 진짜 말문 막힐 판

by Z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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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말 중 하나는 “너를 위해서야”다. 부모가 쓰면 잔소리고, 정부가 쓰면 규제다. 둘 다 선의를 가장하지만, 결과는 종종 통제다. 최근 국회를 떠도는 ‘허위조작정보 근절’ 논의도 이 오래된 문장을 반복한다. 취지는 고상하다. 문제는 그 고상함이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느냐다.


존 스튜어트 밀은 이 질문을 150년도 더 전에 끝내놨다. 그의 해악 원칙은 간단하다. 타인에게 실제 해를 끼치지 않는 한, 개인의 생각과 표현은 개인의 몫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해’의 정의다. 기분 나쁨이 아니다. 불쾌감도 아니다. 명예·재산·신체·안전처럼 실체가 분명한 피해다. 이 기준을 벗어나면 자유는 취향 검열로 바뀐다.


요즘 논란이 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이 경계선을 넘나든다. ‘허위조작정보’라는 말은 그럴듯하지만, 정의는 흐릿하다. 악의적 유통이라는 표현은 더 모호하다.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얹히면, 표현은 스스로 입을 다문다. 위축 효과다. 총을 쏘지 않아도 총구를 보여주면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과 같다.


특히 언론보도까지 포괄될 수 있는 구조라면 문제는 커진다. 언론중재법으로 다룰 사안을 정보통신망법으로 끌어오면 경계가 흐려진다. 경계가 흐려질수록 판단자는 편해지고, 말하는 사람은 조심스러워진다. 이때 사회는 조용해진다. 건강해져서가 아니라, 말하기가 귀찮아져서다.


밀이 진짜로 경계한 것은 ‘나쁜 생각’이 아니라 ‘틀릴 수 있는 권력’이다. 인간은 언제나 틀릴 수 있고, 그래서 권력의 판단은 최소화돼야 한다. 허위 판단의 칼자루를 누가 쥐는지가 핵심이다. 오늘은 극단적 가짜뉴스를 겨냥하지만, 내일은 정권 비판, 그다음은 기업 비판이 “악의적 유통”으로 분류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권력은 늘 확장하려는 성질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무규제가 답은 아니다. 밀의 해악 원칙은 방임이 아니라 정밀함을 요구한다. 개념은 최대한 좁혀야 하고, 입증 책임은 무겁게 져야 하며, 절차는 두꺼워야 한다. 사후적 구제는 강하되, 사전적 검열은 극도로 제한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틀렸을 때 치러야 할 비용”을 먼저 계산해야 한다.


선한 목적은 언제나 달콤하다. 그러나 자유는 달콤함이 아니라 불편함 위에서 유지된다. “너를 위해서”라는 말이 다시 들릴 때, 질문은 하나면 충분하다. 그래서, 그 판단의 칼은 누가 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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