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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몽몽 Feb 21. 2023

상경일기1

5일 차(2.21)

파견을 통해 2년 동안 타지에서 생활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건 임용을 합격했던 그 해였다.


나는 갓 발령 난 신규교사였지만 전출이라는 제도를 통해 다른 지역으로 교육청을 이동한 선생님을 보았고,  그 이후로 줄곧 파견에 대해 꿈꿔왔던 것 같다. 크게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싶었던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 번째, 속 시끄러운 본가와 멀리 떨어져 있고 싶었던 점, 두 번째, 부산 토박이로서 평생을 이 좁디좁은 곳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결국 나는 꿈꿔왔던 파견을 기존학교에서 만기가 되던 해 신청을 했고 감사하게도 원하던 지역에서 2년간 근무할 수 있게 되었다. 주변 선생님들은 2년은 올해 갔다가 내년에 돌아오는 짧은 시간이라고 말을 건네며 멀리 떠나보내는 동료교사를 위해 주어진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즐기고 누리고 오라고 덕담을 하셨다.


그와 반대로 멀리 딸을 보내는 부모님은 속상함에  아쉬운 소리를 해대셨다. ‘거기가 살기 쉬운지 아나.’, ‘먼 곳 가서 왜 고생을 하려고 하나. ‘,’일반적이지 않아.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최근에 흥미롭게 본 인지심리학강의가 있는데 가까운 사이일수록 ‘나’를 인식하는 뇌 부분과 가까이에 그 사람을 인식하는 부분을 둔다고 한다. 그 덕분에 ‘나’는 그 사람과 분리되지 못하고 그와 나를  ‘동일시’ 하는 자세를 취해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 엄마의 뇌에 ’나‘는 가까이가 위치해버리다 못해  교집합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내가 떠나간다고 하니  당신의 생각과 달라 배신감이 들며 화가 나셨을 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엄마를 이해하기로 했다. 거듭되는 실랑이에 파견을 오기 전까지 마음이 지쳤었다. 실은 엄마가 나와 동일시되어 생긴 화보다는 딸이 가는 길이 행여 고생스럽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더 크면  하는 바람이다.


당분간 나는 학교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일들은 시시콜콜 엄마한테 다 말하지 않을 것이다. 큰소리 떵떵 치며 나왔다지만 지금 적응하는 타지 생활이 기대에 부풀었던 것만큼 유쾌하진 않기 때문이다. 물론 장밋빛도시를 생각한 건 아니다. 고향에서 제법 사회생활을 하고 와서 곧 잘 적응할 거라 믿었지만 그게 변수로 작용한 건지 고향의 냄새를 벗기지 못했다. 오히려 고향의 생활이 기준이 되어 여기가 낯설고 고향이 벌써 그립다. 온 지 5일 차인 이 도시의 규칙들에게 온갖 질문들을 붙이고 있는 중이다. 살아온 환경이 다른 이들을 한 번에 이해하기엔 쉽지 않다.

지금 나는 어두운 회색 빛의 도시의 구석에 먼지가 된 것 같다. 아직은 내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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