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대? 타인은 지옥이다? 쉐어하우스 후기!

2023.09.14

by 영빈


<청춘시대>를 기대하고 들어갔다가 <타인은 지옥이다>를 겪고 나온다는 어마무시한 쉐어하우스! 사실 <청춘시대>, <타인은 지옥이다> 두 작품을 보지 않아서 구체적인 줄거리는 모르지만, 포스터 하나만으로도 차이가 충분히 느껴진다.


쉐어하우스는 여러 사람이 한 집에서 살면서 거실, 화장실, 부엌 등을 공유하는 주거 방식을 말한다. 이렇게 간단하게 한 줄 설명하는 것처럼 함께 사는 것도 단순하면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그렇지 못하다.


함께 사는 동거인은 지인일 수도 있겠지만, 낯선 타인인 경우가 훨씬 많다. 처음 보는 사람과 '룸메ㅡ내가 살았던 쉐어하우스는 1인 1실이기에 정확히는 하우스메이트, 일명 '하메'가 맞는 표현이지만 더 입에 붙는 단어인 룸메이트로 칭하겠다ㅡ'가 되어 한 집에 사는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과 모임 자리에서 자신을 소개하고 대화를 좀 더 나누다보면 주거 형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저는 쉐어하우스에서 룸메들이랑 살아요. 쉐어하우스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고, 저 포함해서 총 3명이에요.”


이때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둘로 나뉜다. ‘어떻게 <쉐어하우스>에서 같이 살아요?’하고 혼자 사는 게 제일 편하다고 경악하는 사람들과 ‘쉐어하우스에서 <어떻게> 같이 살아요?’하고 쉐어하우스 생활이 궁금한 사람들.


“1인 1실로 개인 방이 있어서 자신만의 공간은 보장되는데, 공용공간 사용할 때는 아무래도 룸메들이 있어서 불편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보증금이랑 월세가 저렴하다보니까 참고 살 수 있을 정도예요.”

“아니, 보증금이랑 월세가 얼마인데요?”

“보증금 2xx만원에 월세 1x만원...”

“그럼 쉐어하우스 살아야겠네요!”


대화는 대게 이런식으로 마무리 된다.


<쉐어하우스>라는 주제가 던져지는 순간, 반짝 화제가 되지만, 이 이상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는 없다. 너무 말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에게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해보겠다는 태도치고는 말재주가 없어서 재밌는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적진 못하지만, 쉐어하우스 유경험자로서 쉐어하우스 후기를 간략하고 자세히(?) 써보겠다.


내가 겪었던 경험들과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던 여러 정보에 기반한 거주 후기를 남기기 위해 공정하게 쉐어하우스 장점 3가지와 단점 3가지를 선정했다.


<쉐어하우스 장점>

1. 월세 및 공과금(+생활비) 절약

-단, 1인 원룸보다 더 비싼 경우도 있음

<쉐어하우스>를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가?

사람마다 이유가 다 다르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주거 비용 절약’이라고 생각한다. 공간을 쉐어하는 것처럼 비용도 쉐어한다. 그런데 막상 쉐어하우스 구하기 위해서 유명한 피** 카페나 우*쉐어하우스, 고* 등의 사이트에서 비용을 찾아보니 1인실/2인실/3인실마다 가격이 다 다르고, 특히 입지 좋은 지역의 쉐어하우스 1인실은 웬만한 1인 가구 원룸 가격만 하다. 어떻게 보면 내 몸 하나 뉘일 방 한 칸에 생각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거 같아 현타가 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확실히 비용 절약은 된다. 세제, 휴지 등 공용 물품들과 전기, 가스, 수도와 같은 공과금 1/N을 하니 혼자서 온전히 부담하는 것보다는 적다.

일반 원룸보다는 보증금이 저렴하기도 해서 당장 수중에 목돈이 없어도 부담이 없다. 그리고 단기~중장기도 가능해서 계약기간도 비교적 자유롭다. 쉐어하우스마다 동거인들의 거주 안정을 위해 최소 N개월 거주 기간을 정해놓기도 한다.


2. 공용공간 존재

-방문을 열고 나갔을 때 맨발로 발 디딜 곳이 있다는 것

2년 전, 처음 서울 상경해서 몇 개월간은 7평 남짓한 원룸에서 혼자 살았다. 늘 누군가와 함께 지내다가 혼자 있으니까 ‘해방감’이 좋긴 했다. 나는 카페를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카페에서 갖는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갑갑해졌다. 원룸은 부엌과 침실과 휴식 공간과 작업 공간이 모두 혼재하는 곳이다. 현관문과 화장실 외에 집에 달려있는 방문은 없었다. 원룸의 한계였다.

하지만 쉐어하우스는 내 방문을 열고 나가면 공용공간이 존재한다. 작은 거실에서 세탁한 옷을 말릴 수도 있고, 부엌에 있는 식탁에 앉아 요리한 음식을 먹을 수도 있다. 원룸 생활에서 생활반경에 따른 최소한의 공간 분리를 너무 원했던지라 실제로 좋았다.

한 마디로 이거다. ‘음식 냄새를 내가 잠드는 침대까지 가지고 오지 않아도 된다는 것.’


3. 같이 사는 사람이 있어서 덜 무서움

-사실 제일 좋을 때는 누군가와 같이 살면서 혼자 집에 있을 때

하루는 침대에 혼자 누워있는데 갑자기 세상에 내가 점 하나 콕 남겨져 있는 느낌이 들었다. 만약 이렇게 원룸에 혼자 있다가 죽으면, 누가 나를 먼저 발견해줄까? 전화나 sns 연락이 되지 않으면 누가 제일 먼저 찾아와줄까?

또 다른 날에는 갑자기 두꺼비집이 내려가서 집 안에 모든 전기가 꺼진 일이 있었다. 캄캄한 밤에 전기가 확 나가니 더럭 겁이 났다. 때는 이미 밤 11시가 넘은 시각, 놀라 빠르게 뛰는 심장을 다독거리며 집주인에게 전화 걸었다. 잠이 깬 듯한 집주인이 전화를 받았다. 불편하시겠네요...오늘은 시간이 늦어 어쩔 수 없으니...내일 사람(전기 사장님)을 보내줄게요..

우리 집만의 문제인지 건물 전체의 문제인지는 모른다. 옆집 사람이 누군지 모르고 사는 현대 모습, 이웃 간의 정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혼자 사는 집에서는 나 혼자서 내 안전을 지켜내야 하고, 스스로를 안심시켜야 한다. 하지만 함께 사는 집은 다르다. 누군가와 같이 산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이 됐다. 혼자보다는 둘이서, 둘보다는 셋이서 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려움을 공유하니 심적으로 서로에게 의지가 되었다.


<쉐어하우스 단점>

1. 사람 by 사람

-진리의 사바사

나는 내가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생각을 하며 살다보니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쉐어하우스에서도 독립하고도 연락할 소중한 인연들이 생겼다. 처음부터 바로 와~~! 친해졌다기보다는 같이 함께한 시간들이 쌓여서 지금의 관계가 만들어진 거 같다.

쉐어하우스는 '사람'과 같이 사는 곳이다. AI로봇이 아니라 변수 가득한 사람. 하루에 한 번 이상 룸메와 얼굴을 마주해야 하고, 같이 사는 룸메가 남긴 흔적들을 고스란히 보아야 한다. 내가 선택할 수 없는 룸메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밖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과 집 안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다른 차원의 문제다.


2. 공용공간 위생 관리

-아쉬운 사람이 결국 청소하게 되어있다

자신의 공간이야 어떻게 되어있는지 상관없다. 하지만 개인 공간 외에 나머지 공용 공간인 화장실, 부엌, 거실은 사람이 오고 가다 보니 자연스레 먼지와 머리카락이 쌓인다.

나는 깔끔한 편이 아니어서 룸메들에게 피해를 줄까봐 오히려 예민하게 신경을 썼다. 신경은 신경대로 다 쓰는데, 이게 또 내가 신경 쓴 것만큼 티가 나는 건 아니다(?). 위생과 청결에 관한 건 상대적이어서 내가 신경 쓰는 만큼 상대는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내린 결론은, 결국 아쉬운 소리 하는 사람이 청소를 하게 되어있다는 것. 문득 평소 집안일을 안 한 티가 났던 자취 왕초보 시절이 생각나서 옛날 룸메에게 미안해졌다.


3. 공공생활 규칙

-행동제약 예시 : 늦은 시간에 샤워 조심, 노래는 이어폰 끼고 듣기, 통화는 밖에서

엄격하게 쉐어하우스 내 정해진 규칙이 아니더라도 사회적으로 약속된 공공생활에서의 규칙이 있다. '늦은 시간'은 보통의 사람들이 잠드는 시간이기 때문에 큰 소음을 발생시키지 않아야 한다. 늦은 시간 외에도 함께 공간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집에 혼자 있을 때 할 수 있는 행동들이 제한된다.

노래는 방문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게 작은 소리로 듣거나 이어폰을 끼고 들었고, 통화는 급한 전화이거나 룸메에게 사전에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잘 안 했다. 내가 듣는 남의 소음은 괜찮은데, 남에게 내 소음을 들려주는 게 미안해서 더더 신경이 쓰였다. 아니, 단점을 계속 쓰고 보니까 그냥 내가 쉐어하우스 공용생활에 안 맞는 사람 같기도 하다. 세상에나.


처음 쉐어하우스를 들어간다고 했을 때 주변 지인들은 우려를 표했다. 아침 출근할 때 화장실 겹치는 문제라던지 소음, 룸메들과의 관계가 가장 큰 걱정거리였다.


그럼에도 내가 쉐어하우스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였다.


주거 비용 절약과 새로운 경험.


기숙사 경험이 없었기에 아예 모르는 새로운 사람들과 같이 한 집에서 살아보고 싶었다. 나이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조금이라도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말이다.

그래서 덧붙여 적어보았다. 쉐어하우스에 가도 좋을 거 같은, 쉐어하우스를 추천하고 싶은 사람 3가지 유형이다.


<쉐어하우스 추천하는 사람>

1. 돈 아끼려는 사람

머니머니해도 머니가 제일 문제인 게 아닐까? 돈에 여유가 있는 사람은 애초에 쉐어하우스를 생각하지도 않을 거 같다. (어디까지나 예외는 있다.)


2. 사람/쉐어하우스에 대한 기대/환상이 없는 사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나와 잘 맞는 룸메를 만나면 정말 좋고, 아니어도 괜찮다는 마음을 가져야 실망하지 않는다. 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는 생각보다 룸메들과 모여서 하하호호 대화할 시간이 많지는 않다. 자의 삶을 사는 친구들 여럿이서 약속 시간, 장소 잡기도 힘들다.


3. 백수가 아닌 사람

일정한 루틴이 있고, 자신의 생활이 있는 사람일수록 좋다. 백수면 집에 거의 온종일 있게 되는데, 집 안의 모든 것이 다 신경이 쓰인다. (경험담이다.)

일을 하면 상대적으로 집 안에 대한 신경을 덜 쓸 수 있어서 부딪히고 예민한 정도가 감소된다. (내 이야기다.)


나 역시 쉐어하우스에 들어가기 전에 인터넷으로 온갖 [쉐어하우스 후기]를 검색하고 다녔기에, 쉐어하우스에 대해 단순 호기심이라도 궁금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작게나마 해소가 된다면 기쁠 거 같다.


그리고 지금, 쉐어하우스를 퇴실하고 원룸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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