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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한범 Aug 25. 2020

히피의 고향,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면 머리에 꽃을...

그린피스 항해사 썰#22

San Francisco 스콧 매켄지

If you're going to 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

만약 당신이 샌프란시스코로 간다면,

머리에 꽃을 다는 걸 잊지 마세요.


 포레스트 검프의 OST이기도 한, 스콧 매켄지의 San Francisco는 이 도시의 분위기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노래라고 생각한다.

 '플라워 파워'의 힘을 믿던 히피들은 머리에 화관을 올리는 것을 좋아하였고, 그 히피들의 근원지가 샌프란시스코 일대였다. 자연과 자유, 평화 더 나아가 반전, 반핵을 추구하던 1960년대 미국인들의 문화가 한대 어우러져 '히피문화'라는 것이 발전하게 되었고, '노자의 무위자연 사상'과는 또 다른 서양 버전의 사상이,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자유로운 문화를 바탕으로 발전한 샌프란시스코는 구글과 같은 여러 IT기업들의 자본력과 함께 자유와 낭만, 그리고 풍요가 넘치는 도시로 성장을 하였다.


 이러한 문화를 바탕으로 한 샌프란시스코에 히피문화를 먹고 자란 그린피스의 배가 도착하니, 이미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해안가에서부터 마중을 나와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 히피문화의 향수가 그리워 우리들을 반갑게 반겨주었고, 또 다른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우리 배 입항을 반겨주는 시민들과의 셀카.

 이렇게 환영을 받으면서, 이번 미국 항해의 마지막 항구인 샌프란시스코에 도착을 하였다.

 무사히 정박을 마치고 난 뒤, 추후 며칠 동안 있을 이벤트들을 준비하기 위하여 작은 회의를 가졌다.


 선장이 말했다.

 "여러분들 이제까지 항해한다고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후원자들 및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조촐한 파티를 할 것입니다.

 또한, 며칠 후에 있을 'Climate justice march(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행진)'에 우리 선원들이 참여할 것입니다."


 나는 이번 항구에서 계약기간이 끝나, 곧 있으면 교대를 하고, 하선하기로 되어있었다. 따라서 나의 공식적인 항해는 여기서 끝이 났다. 나머지 기간 동안에는 교대자가 오기 전까지 잡다한 일을 하며, 때론 파티를 즐기고, Climate justice march에 참석하는 것뿐이었다.

 공식적인 업무가 끝났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나는 마음이 홀가분 해 졌고, 그날 저녁 오랜만에 뱃사람처럼 맥주를 잔뜩 마시며, 선원들과 이야기를 하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시민들을 배로 초대하는 '오픈보트'행사를 진행하였다.

 여러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많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에게 호의적이었으며, 여기에서 일하고 있는 나보다 더 그린피스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기도 하였다. 몇몇 어르신들은 예전에 히피 생활을 하던 때의 복장을 오랜만에 꺼내 입고 방문해준 사람도 있었다.

 방문객들의 열린 마음 덕분에, 나는 편안한 마음으로 그들과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파티의 날이 되었고, 우리는 음식, 음료, 테이블, 의자, 음악 등등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사실 드라마에서만 보던 미국의 파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 그저 시키는 대로 물건을 옮기고, 조명을 설치하다 보니 어느덧 초대받은 사람들이 하나둘씩 오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의 일등항해사 '나초'형이 나를 급하게 불렀다.

 "야! 빨리 와봐!!!"

 나는 속으로 '무슨 일을 또 시키려고 저렇게 부르는가...' 하면서 걸어갔다.

 그러자 나초형은 파티에 온 어떤 소규모 그룹을 나에게 인사시켜 주었다. 그리고 같이 배 구경을 시켜주자고 하였다.

 그리고 그 소규모 그룹이랑 악수를 하면서 인사를 나누는데, 어디서 익숙한 이목구비의 사람이 내 눈앞에 있었다.

 "하이, 나는 한범이야..."라고 인사를 하는데,

 "오!!! 오!!! 해리포터 걸프렌드??! 위즐리!!"

 해리포터를 좋아했던 나는 본능적으로 그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다행히 웃으며 맞다고 해 주면서, 자신의 이름은 '보니 라이트'라고 말해 주었다. 훈훈한 분위기로 대화를 시작하였고, 평소보다 조금 더 들뜬 마음으로 배를 구경시켜 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할리우드 배우와 만나게 되었고, 나를 불러준 나초에게 귓속말로 "땡큐 소 머치"라고 말해 주었고, 나초는 "너 나한테 하나 빚졌다!"라고 말했다.

파티를 위해 와 준 샌프란시스코의 한 밴드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음식과 음악이 가득 찬 '미국식'파티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고, 우리는 다음날 있을 기후변화 행진 준비를 하나둘씩 집으로, 혹은 배안의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우리는 기후변화 행진에 참여하기 위해 티셔츠를 맞춰 입고, 준비한 피켓과 함께 마켓스트리트(Market street)로 출발하였다. 그리고 우리가 도착하였을 때에는 이미 수천 명의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도착하여 밝은 분위기와 함께 행진을 기다리고 있었다.

 행진이 시작되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은 음악을 연주하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고, 행진에 쓰일 구호들을 연습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었다. 그리고 언제 시작됐는지도 모를 행진이 서서히 시작이 되었고, 우리 그룹 또한 서서히 행진의 대열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이 행진에 참여한 단체나 개인에 따라 피켓의 문장은 다 달랐지만, 궁극적으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하나였다.

 '제대로 된 기후정책'


 행진을 계속해서 진행하면서 여러 단체들이 어떤 목소리를 내는지 살펴본 후로, 이 기후 행진은 단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단체로 뭉친 개개인의 목소리는 더욱 정치적인 힘을 가진다는 것을 아는, 영리한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의 진정성이 담긴 직접적인 의사 표현이었다. 또한, 기업들에게 이러한 행진의 규모는,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라고 생각하게 하여, 소비자들이 친환경적으로 만족할 수 있는 물건과 서비스를 만드는데 영향을 줄 수 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이 사람들의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 아닐까 라고 생각이 들었다.

Climate justice march

 그렇게 우리는 기후 행진을 마칠 때까지 구호를 외치며 걸어 다녔다. 모든 행사가 끝난 후 우리는 배로 돌아갔고, 여느 때와 같이 갑판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반가운 얼굴이 걸어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의 교대자가 캐리어와 함께 성큼성큼 우리 배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고,

 나의 이번 여행은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본 글의 내용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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