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동 비앤비 2박

by 몽구

[항동 비앤비 2박]

지난번 영종도 비앤비 2박 때는
숙소가 조용하고 외딴 곳에 있어서
글 작업하기에는 그만이었지만
여자 머리카락이
곳곳에 날리고 있어서
청결면에서는 완전 불합격이었다.

첵크아웃하고 귀가길에 올랐더니
호스트로부터 문자가 왔다.

- 스타벅스 커피 쿠폰 2개 드릴 테니
후기를 좋게 써주세요.

- 첵크인 11시부터
아웃 4시까지 5시간이나
여행객의 시간을 빼앗으면서
청소를 왜 성의없이 해요?
여자 머리카락부터 치우세요.

청결이 개판인데도
왜 후기가 하나같이 좋았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번에는 마침
글 작업도 새로 들어오고 해서
항동 비앤비를 이용하게 되었다.
위치를 보니
인천역 차이나타운 바로 앞이다.

1박 비용은 대략 35,000원으로
부담은 적지만
이렇게 적은 비용을 받고
청소나 제대로 할까.

호스트는 5개의 원룸을
구입 또는 임대를 하여
비앤비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방의 위치에 따라
바다 전망이 조금씩 달랐다.

내가 원했던 전망은
예약이 차있어서
중간치 전망 2박으로
여자 머리카락 없도록
깔끔한 청소를 부탁했다.

집에서 겨우 45분 정도 거리.
1층에는 편의점도 있었고
바로 옆 [인천역]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차이나타운이다.

차이나타운에서는
[만다복]의 [하얀짬뽕]이
압권 중의 압권이다.
백미 중의 백미다.

그냥 하얀 짬뽕은 8천원.
1만원짜리 [옛날] 하얀 짬뽕에는
해산물이 듬뿍 들어있어서
이과두주 한 병을 아껴가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다음날은 오전 내내
작업을 끝내고
어제의 같은 집으로 가서
새우간짜장을 먹었다.
가랑비가 내리고 있어서
맛이 더욱 각별했다.

원래 짜장면의 시초는
[춘장]이 아닌 [된장]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된장 짜장면을 먹게 되면
옛날 향수가 되살아나면서
춘장 짜장면은
한 수 아래로 밀려난다.

오래 전 [익산] 여행 중에
된장 짜장면을 처음 먹어보고
다 쓰러져가는 노포에서
어떻게 이런 맛이 나오는지
신선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주인은 90세 가까운 노부부.

그후 다시
여행갈 일이 있어 들렀더니
노부부는 보이지 않고
아들인듯한 노인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맛은 여전히 훌륭했다.
그것이 약 15년 전인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만다복을 나와서
바다열차를 타고
45분간 월미도 일주.

4-5개의 역이 있는데
그중 월미도 문화거리역에서 내렸다.
가랑비를 맞으면서
20여분간 산책을 하다가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생모와 함께 꽃게탕을 먹었던
식당을 발견하여
잠시 회상에 빠졌다.

점점 아버지 나이로 향하는
내 나이를 가늠해보니
한 세대 교체가
별 거 아니라는 느낌이다.
내 밑으로는 두 세대가
대기하고 있다.

숙소로 돌아와서 잠깐 눈 붙이고
저녁으로 만다복에서
유산슬을 먹으려고 했는데
2시간 반을 넘게 자고 말았다.

고객으로부터 내 작업물에
만족한다는 문자가 와 있어서
마음이 홀가분하다.
수정 작업없이 마무리되면
숙제를 마친 기분이 된다.

밖은 이미 어둠에 잠기고
허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짜장면의 칼로리가 이렇게
듬직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저녁을 생략하게 되었다.

원룸 비앤비는 대만족이었지만
침대 시트를 [검정색]으로
덮어놓은 것이 옥의 티였다.

과거 엄동설한에 바깥에 있던
부엌, 화장실, 빨래터가
전부 좁은 실내로 들어온 것은
완벽한 1인가구의 [혁명]이다.

어릴 적 낡은 한옥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성장했기 때문에
원룸을 이용할 때마다
나는 이런 부분에서 감탄을 한다.

아궁이 불 때서 밥을 했고
무거운 상을 들고 방으로 날랐으며
대야에 뜨거운 물을 담아
내 몸을 씻겨주었으며
펌프 옆 얼음물로 빨래를 한 손은
연중 부르터 있었으며
한여름 발효가 진행중인
화장실 냄새는
하얀 구더기와 함께
지독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다음에는 바다가 더 잘 보인다는
4번 방에서 원룸 문명의 혜택과
만다복에 버금가는 [전가복]의
미각을 즐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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