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여인

by 몽구

[지하철 여인]

친구와 낮술을 하고 귀가하던 길에
지하철에서 한 여인을 보았다.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
한번 빼앗긴 나의 눈길은
거두어지지 않았다.

검정색이라고 전부 같은 색이 아니다.
여인의 진한 흑발은 다소 무질서하게
엉크러진 상태였지만
그것도 하나의 정착된
헤어스타일이라는 것쯤은 나도 안다.

정면을 벗어나
옆에서 느껴지는 뚜렷한 이목구비.
우리가 흔히 아는 연예인 미인과
격이 완전히 달랐다.
뭔가 고귀하면서도
신성함이 느껴졌다.

흔히들 눈코입이
중앙으로 몰려있고 두상이 작으면
미인이라는 보편적 척도를 들이대는데
그런 상은 거의 백치미로 종결되어
[지적]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

그리고 보이지는 않았지만
균형잡힌 단단한 자태가
옷속으로 느껴졌으며
지금까지 정의해왔던
미인의 전형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이런 기분은 8년 전에도 있었다.
즉, 8년만에 찾아온
[설레임]이다.

앞에 있는 여행용 캐리어를 보니
혹시 홀로 여행을 떠나는 걸까.
아니면 귀가하는 걸까.

마침 전철이 도착했다.
반대 방향이라는 핑계로
여인을 놓치고
내내 후회가 엄습해 왔다.

전시실에서조차
예술 작품을 이렇게 오래
감상한 적이 없었다.

아름다움의 끝은
고통이 온다고 한다.
여인의 [향기]를 따라
종점까지라도 따라 갔어야 했다.

뒷태라도 좋으니
사진 한장 남겼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뒷태조차도
여신의 [아우라]가 있었다.

아,
보석같은 여인이여.
도그마의 여인이여.
나는 갑자기 극심한
허탈감에 빠진다.

오늘 나의 행위를
추하게 보지 말아주기 바란다.
자연스러운 [자유의지]에 따른
한 부분일뿐이다.

* 도그마..현실과의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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