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에 대한 단상
긴 숟가락이 남긴 질문
박물관에서 우연히 마주한 청동기 시대의 숟가락.
그건 우리가 익숙한 둥글고 짧은 모양이 아니었다.
길고 뾰족한, 어딘가 낯선 형상이었다.
그 순간 나는 문득, 한 가지 질문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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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기 시대 진열장 안,
오래된 유물 사이에 놓인 숟가락 하나.
밥을 떠먹는 앞부분이 유난히 길고 뾰족하다.
지금 우리가 쓰는 숟가락은 둥글고 짧다.
그런데 저건 왜 저렇게 길었을까?
단순히 디자인의 차이일까?
아니면 인간 자체가 달랐던 것일까?
나는 그 모양을 보며 상상했다.
그 시절 인류의 두상은 지금보다 더 앞으로 튀어나왔을 것이다.
입이 돌출되어 입 안 공간이 넉넉하니,
길고 뾰족한 숟가락이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혹은,
청동이라는 귀한 재료를 일부러 더 써가며
길게 만들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닐까?
지금 우리가 그런 숟가락을 입에 넣는다면
목구멍을 찌르기 딱 좋은 구조다.
그래서일까, 숟가락도 사람과 함께
진화해 온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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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은 묵묵히 시간을 말한다.
그 속엔 기억도 없고 설명도 없지만,
우리는 그 흔적을 통해 사람을 상상한다.
긴 숟가락 하나가
우리에게 묻는다.
"나는 왜 이런 모양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