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미터 국방

by 몽구

[700미터 국방]

구읍뱃터는 어느새 깔끔한 신도시가 되었다.
말끔하게 정돈된 풍경은 낯설 만큼 이국적이다.
대한민국의 건설 기술이 세계 최강이라는 말,
이제는 허언이 아니다.

그 한켠, 바닷가에 조용히 자리한
영종역사관을 찾아 들어갔다.
언제나 박물관은 조용히 시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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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기, 화살촉, 석기.
시작은 늘 그렇다.
그리고는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조선 말, 서양과의 전면 충돌이 시작된 시점이다.

‘신미양요’란 말도 낯설게 다시 보인다.
‘신미’년에, ‘큰 바다’를 건너온, 시끄러운 요란함.
洋擾 — 바다를 건너온 시끄러움.
그 시끄러움은 결국 전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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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미군의 대포 사정거리는 2km,
조선의 그것은 고작 700미터.
싸움이 되지 않았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조선은 효종 이후 200년간
그 700미터에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임진왜란이라는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국가는 여전히 안일했고,
당쟁은 군비를 삼켰고,
민중은 죽음으로 내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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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외세가 한성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물포에서 한성까지 도로를 막았다는 기록이 있다.
국토를 스스로 고립시킨 셈이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나라의 전모를 외부에 노출시킨다는 이유로 사형당했다.
그만큼 조선은
지도를 만드는 일조차 두려워했던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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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싶어진다.
조상들 머릿속에는
정말 무엇이 있었던 걸까.

왜 우리는 수백 년 동안
국방이 아닌 조공에 목을 맸을까.
왜, 아버지라 믿었던 중국에
우리의 생존을 위탁했을까.

그리고 결국,
그 아버지가 청일전쟁에서 무너지자
곧바로 우리는 을사조약이라는
치욕을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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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미터짜리 국방,
국가가 사라진 순간에도
우리는 그저 유학자 100명의 학문적 이상을 기억할 뿐이다.

율곡과 퇴계가 100명이면 뭐하나.
나라가 통째로 사라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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