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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Dec 01. 2023

자기소개서 없는 대입 준비 1

올해 2024 대입은 자기소개서가 전면 폐지된 첫 입시였다. 과학기술원(카이스트, 디지스트 등)들은 아직 자소서 제출을 요구하나, 일반적인 4년제 대학은 올해부터 자소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자소서 폐지가 가져온 몇 가지 변화를 살펴보면 앞으로 입시를 준비할 고2나 고1이 어떻게 준비해야 할 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1.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의 변화가 필요하다 


  나는 늘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자기소개서는 네비게이션이다."


  말 그대로다. 자소서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라는 복잡한 도심 속에서 '나'의 모습을 드러내는 도구로서 기능했다. 학생부는 교사 1인에게 최소 500자에서 최대 2,100자의 기록을 요구한다. 물론 학생과 교사에 따라 500자 가까이 꽉 찬 기록이 있는 반면, 한참 모자란 글자수의 기록도 존재한다. 


  여기서 말하는 교사는 담임 교사와 교과 수업 교사, 진로 교사, 학교 프로그램 담당 교사를 모두 포함한다. 학생들이 고등학교 3년 간 만나는 교사와 그들이 쓰는 기록은 얼마나 될까? 본인의 선택과목 선택 여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40~50개의 기록이 쌓인다. 이를 어림잡아 글자수로 환산하면 20,000자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문제는 이 방대한 기록이 모두 의미있는 기록이 아니라는 데 있다. 학생의 수준에 따라, 교사의 관심과 열정에 따라 기록의 양과 질 모두가 달라진다. 기록의 양만 많은 학생부가 있고, 기록의 양조차 적은 학생부도 있다. 전교생이 모두 참여했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있고, '나'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기록도 있다. 


  그래서 자소서는 '나'의 모습이 어디서 잘 드러나는지, '나'의 노력과 그 과정을 학생부의 어느 활동에서 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도구 역할을 했었다. 이제 그런 기능을 하는 도구로서의 자소서가 폐지되었기 때문에 자소서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과거형이다. 


  또한 자소서는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기능도 했었다. 1년 간 이루어진 수업 활동, 10시간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 활동, 한 학기 동안 학급에서 수행한 나의 역할을 500자 이내에 우겨 넣는 건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교사는 관찰자로서 평가자로서 기록한다. 당연히 학생 스스로가 왜 했고, 어떻게 했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학생부 기록만으로는 생생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대부분의 자소서는 학생부 기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구체적인 노력 과정, 해당 활동에 참여한 동기, 그 과정을 통해 배운 점, 그리고 거기서 생긴 궁금증을 추가적으로 어떻게 심화 학습했는지 등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작성되곤 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역할을 하던 도구 하나가 사라진 거다. 


   그럼 사라진 자소서의 역할을 누가 해야 할까? 정답은 학생부다. 이제는 학생부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자소서 같은 학생부가 종합 전형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자소서 같은 학생부는 어떤 학생부를 말하는가? 


  1) 일단 구체적이어야 한다. 


      단순히 학생이 참여한 프로그램이나 활동의 내용을 소개하는 기록을 넘어 '학생의 모습'이 드러나야 한다. 학생이 그 프로그램을 왜 참여했고, 어떤 것을 배웠고, 그 과정 이후에 어디까지 탐구의 영역을 확장해 나갔는지를 드러내야 한다. 자소서보다 글자수가 적기 때문에 그만큼 구체적일 수는 없지만 예전처럼 단순한 활동의 나열은 전보다 더 나쁜 평가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학생의 모습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활동 기록의 개수를 줄여야 한다. 


    예전에는 학생이 참여한 대부분의 활동 및 프로그램을 '자율활동 특기사항'에 죽 나열했다. 종종 해당 활동을 진행한 후 느낀 점을 소감문 형식으로 작성하고 활동 설명 뒤에 한 줄짜리 학생의 소감을 덧붙이기도 했다. 지금도 사실 그런 기록이 넘쳐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학생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학생이 참여한 활동 기록의 개수를 줄여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다. 가장 의미 있던 활동, 나의 진로나 내 역량을 잘 보여줄 수 있는 활동 기록만을 보다 구체적으로 적어줘야 한다. 


  이 부분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그런 선택을 학생이 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교사들의 관심과 자소서 폐지 등 입시 변화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대부분 학생들의 학생부 기록은 나열식으로 이어져 갈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들 입장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3) 동기-내용-성장-연계 


    학생들은 일단 활동 후 보고서를 잘 내야한다. 교사들에게 활동 후 소감문이나 보고서를 제출할 때 반드시 왜 했는지, 뭘 배웠는지, 활동 이후 어떤 활동으로 연계해 나갈 것인지를 담아서 내야 한다. 일단 학생이 제출한 활동지나 소감문이 구체성을 띄고 있어야 교사들이 그에 맞게 구체적으로 기록할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작성될 지는 모르는 일이나, 그럼에도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면 최선을 다해 구체적인 소감문과 보고서를 내야 한다. 


  소감문에는 감상과 느낌을 쓰면 안 된다.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정보와 탐구 내용을 담아야 한다. 소감문이나 보고서 작성 요령은 다음 기회에 다시 정리하고자 한다. 



  오늘은 자소서가 사라진 입시에 대한 생각을 간단히 적어 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자소서가 사라져서 달라진 입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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