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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Dec 02. 2023

자기소개서 없는 대입 준비 2

  지난 글에서 대학 입시에서 자소서가 없어졌기 때문에 학생부가 자소서 역할을 일정 부분 소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번에는 자소서 폐지를 학생부 종합 전형 이외의 지점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대학 입시는 크게 수시와 정시로 나뉜다. 수시는 다시 네 가지 1) 교과(내신) 2) 종합(학생부) 3) 논술 4) 실기 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교과 전형은 고등학교 내신 성적을 주로 활용하여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이다. 내신 좋은 학생이 이 전형 깡패인 셈이다. 이 전형을 주력으로 쓰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소위 '내신 따기 좋은 학교'를 전략적으로 선택한다. 


  그런데 내신 중심의 '학생부 교과 전형'에는 커다란 허들이 존재한다. 아무리 내신이 깡패라고 하더라도 상위권 대학들은 고교별 내신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은 자격 조건을 내건다. 대학별로 설정된 [수능 최저 등급 기준]이 바로 그것이다. 


  [수능 최저 등급]은 수능 시험을 일종의 자격 시험으로 활용하는 제도다. 고등학교들의 학업 편차가 명백한 상황에서 특정 고등학교를 높게 혹은 낮게 평가할 수 없으니 모두가 공평하게 보는 수능 시험에서 일정 기준을 넘긴 학생들의 내신만을 유의미한 내신으로 평가하겠다는 거다. 


  기존에 자소서가 있던 시절엔 대부분의 학생들이 1학기 2차 지필고사가 끝나는 7월 중순부터 자소서의 개요를 짜고 여름방학 때 본격적으로 글을 썼다. 3학년 교내 활동 기록이 1학기 기준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자소서에 활용할 3학년 활동을 결정하고 그에 대한 내용을 쓰는 건 보통 여름방학부터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문제는 여름방학 때 자소서를 쓰다가 8월 중하순 개학을 한 후에도 지난한 첨삭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최소한의 첨삭과 수정, 보완을 거쳐 자소서를 완성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대부분 몸과 마음, 영혼을 갈아 넣어서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수준까지 수정하고 수정하기 때문에 9월 초순 수시 원서 접수 마감일까지 자소서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8월 중하순 개학과 동시에 수시 원서 전략 상담하랴, 자소서 첨삭 받으랴, 첨삭 받은 대로 수정하랴, 너무나 바빴다. 그러다 수시 원서 접수와 자소서 입력을 마무리하고 나면 9월 중순. 수능까지 두 달쯤 남는 시점에서야 자소서의 무게를 내려 놓는 셈이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자소서가 사라지면서 자소서에 얽매는 시간 자체가 사라졌다. 7월 중순 마지막 지필평가를 보고 나면 11월 중순 수능까지 넉 달의 시간 동안 오롯이 수능 시험 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물론 그 사이 수시 원서 접수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전략을 수립하고 고민을 해야 하는 건 같지만 생전 해보지 않았던 글쓰기에 한두 달 동안 얽매일 필요가 없어졌다는 건 일반고 내신 상위권 학생들에게 너무나 큰 이익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올해 자소서 없는 대학 입시의 수혜자는 [수능 최저 등급]을 맞춰야 하는 일반고 상위권과 중상위권 친구들이었다. 기존에 자소서에 쏟던 시간과 노력을 수능 시험 준비에 돌릴 수 있었기 때문에 수시 원서 중 '안정'이나 '하향'으로 써 둔 교과 전형의 [수능 최저 등급]을 안정적으로 맞추는 사례가 늘어났다. 


  일반고에서 자신의 내신이 중상위권 이상인 학생들은 3학년 1학기에는 내신 성적과 종합 전형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7월 중순부터 넉 달의 시간 동안 자신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수능 과목 2~3개를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자소서가 사라진 공간을 수능 공부로 채운다면 수시 전형에서 안정적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두 개의 글을 통해 '자소서가 없어진 대학 입시'가 어떤 영향을 미쳤고, 어떻게 대비해야 좋을 지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다음 시간에는 이번 글에서 다룬 [수능 최저 등급]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나눠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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