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신 성적 산출 방식의 변화
지난 달 교육부에서 '2028 대입 제도 개편(안) 초안'을 발표했다. 2028 대입이라고 하니 선뜻 감이 오지 않을 수도 있으니 간단히 몇 가지만 살펴보자. 보통 20XX 대입이 가리키는 대상은 그 해 3월에 대학교 입학하는 학생을 선발하는 대입을 의미한다. 2023년 올해 고3 학생들은 2024년 3월에 대학생이 되기 때문에, 그들이 치르는 입시 제도를 '2024 대입'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걸 '2028 대입 제도 개편'에 적용해보면 2027년에 고3을 지내는 학생들이 대학 갈 때 적용되는 대입 제도가 바뀐다는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럼 왜 아직도 멀고 먼 2027년 고3 학생들 입시 제도를 2023년에 바꾸는 걸까? 이는 '고등교육법'에 해당 입학년도의 4년 전까지 해당 학생들 선발을 위한 주요 사항을 공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중학교 3학년이 되기 전 2월 말까지 그들이 4년 뒤 (중3~고3 4년) 대학생이 되고자 할 때 어떻게 선발하는지 주요 내용을 확정해서 알려줘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현재 중2 학생들이 대학 갈 때 어떤 방식으로 선발을 할 것인가를 올해 안에 확정 짓겠다고 교욱부가 이번에 대입 제도 개편안의 초안을 발표한 것이다. 이번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것은 어디까지나 초안이고, 이후 국가교육위원회의 논의 과정을 거친 뒤 최종안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개편 내용을 면면이 살펴보면 국가교육위원회의 논의나 공청회 등을 거치더라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몇 편의 글을 통해 대체 어떤 변화가 예상되고 있고, 그로 인해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과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각각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인가를 예측해 보고자 한다. 이번 글에서는 일단 내신 성적 산출 방식의 변화에 대해 정리해 보겠다.
일단 몇 가지 기본적인 사항을 짚어보자. 올해 고3 입시 제도는 큰 변화 없이 현 중3까지 이어진다. 현재 중3까지는 고교학점제 예비시행 시기이자,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반영된다. 그래서 현재 고3부터 중3까지는 거의 같은 방식의 고등학교 생활이 이어지고, 대입 제도에도 큰 틀에서의 변화는 없다.
그런데 현재 중2부터는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고, 2022 개정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고교 생활이 이뤄진다. 중3과 중2는 사실 이번 '대입 제도 개편안'이 아니더라도 변화의 시기로서 고교 생활과 입시 제도에 차이가 생길 예정이었다. 다만 이번 개편안으로 인해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고, 이는 중3에게는 재도전(재수 이상)의 기회를 막는 방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현재 중3까지는 고등학교 때 배우는 과목이 세 종류로 나뉜다. 이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현 중3까지 과목체계 및 평가 방법]
고1 : 공통과목 - 상대평가(1~9등급)
고2 ~ 고3 : 일반선택과목 - 상대평가(1~9등급)
고2 ~ 고3 : 진로선택과목 - 절대평가(A~C등급)
기본적으로 현재 중3은 고1 때는 문이과 구분이 없는 공통과목(국어, 영어, 수학, 통합사회, 통합과학)을 배운다. 그리고 이는 9등급제 상대평가로서 시험 난이도와 상관없이 학생들을 강제로 줄 세워 등급을 나눈다.
이 학생들이 고2로 올라가면서부터 선택과목을 선택하는데 선택과목은 과목의 난이도에 따라 일반선택과목과 진로선택과목으로 나뉜다. 보통 고2 때는 일반선택과목을 많이 듣고 고3 때 일반선택과목보다 심화 및 세분화된 진로선택과목을 듣게 된다.
그런데 진로선택과목은 어렵기도 하고 과목들이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과목들은 절대평가로 평가를 진행한다. 수업이나 시험의 난이도가 낮거나, 모든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면 모두가 A 등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일반선택과목까지는 성적에 따라 줄을 세워 1등급부터 9등급까지 부여하는 상대평가로 운영된다.
본래 고교학점제와 2022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과목 선택을 권장하고 학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모든 종류의 선택과목을 절대평가로 운영할 예정이었다.
[기존 중2부터의 과목체계 및 평가방법] - 2028 대입 제도 개편안 발표 전
고1 : 공통과목 - 상대평가(1~9등급)
고2 ~ 고3 : 일반선택과목 - 절대평가(A~E등급)
고2 ~ 고3 : 진로선택과목 - 절대평가(A~E등급)
고2 ~ 고3 : 융합선택과목 - 절대평가(A~E등급)
이 방식의 장점은 학생들이 고2부터는 학습 부담이나 수강자수, 내신 성적 산출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자신이 듣고자 하는 과목들을 편하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점은 고1 때만 상대평가 내신 성적이 산출되기 때문에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 교과 전형'의 합불이 고1 성적으로 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다.
이러한 장단점이 혼재된 상황 속에서 이번에 발표한 '2028 대입 제도 개편안'은 엄청난 변화를 예고했다. 간단히 내신 관련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28 대입제도 개편안이 반영된 [중2부터의 과목체계 및 평가방법]
고1 : 공통과목 - 상대평가(1~5등급)
고2 ~ 고3 : 일반선택과목 - 상대평가(1~5등급)
고2 ~ 고3 : 진로선택과목 - 상대평가(1~5등급)
고2 ~ 고3 : 융합선택과목 - 상대평가(1~5등급)
두 가지 모두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되는 변화이다. 먼저 모든 과목을 상대평가로 진행하는 게 확정될 경우, 몇 년 간 운영을 준비하던 고교학점제는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다고 볼 수 있다. 고교학점제의 취지는 학생들이 듣고 싶은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러한 과목들의 학점을 누적해 졸업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선 절대평가 제도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런데 모든 선택과목이 상대평가로 평가를 진행하게 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내신 성적을 쉽게 받을 수 있는 어렵지 않은 과목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또한 수강자수가 많이 몰리는 과목을 선택함으로써 상위 등급 획득이 쉬운 방향으로 쏠림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고교학점제와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엄청나게 세분화하여 늘려 놓은 선택과목들은 개설조차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지 않고 내신 따기 좋은 과목을 선택할 것이다. 학교에서부터 과목별 수강자수를 적정수 이상 유지하여 상위 내신을 나눠 먹는 상황을 피하려고 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신 등급 산출이 현행 9단계의 등급에서 5단계의 등급으로 등급 구간이 확대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저, 내신 성적 인플레이션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현재 9등급제에서는 상위 4%까지 1등급을, 4~11%에게 2등급을, 11~23%에게 3등급을, 23~40%에는 4등급을 부여한다. 추후 5등급제 상대평가에서는 상위 10%까지 1등급을, 10~34%에게는 2등급을, 34~66%에게 3등급을 부여하게 된다. 현행 9등급제에서 1~2등급을 받던 학생들이 모두 1등급으로, 현재 4등급을 받던 학생들까지 새로운 제도 내에서는 2등급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1등급을 받는 학생들의 수가 늘어나고, 2등급을 받았을 때의 부정적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등급 구간을 넓히더라도 1등급과 2등급 사이에 위치한 학생들이 받을 학업 부담과 스트레스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또한 기존에 내신 따기 어렵다고 소문이 난 고등학교들의 인기가 상승할 것이다. 특목고, 자사고, 비평준화 상위권 고등학교 등 학업 분위기도 좋고 각종 활동 기회가 많은 학교들도 마찬가지로 내신 1,2등급 비율이 많아지기 때문에 기존에 내신 따기 쉽다고 많이 지원하던 일반고의 지원율은 내려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오늘은 간략하게 2028 대입제도 개편안이 확정 시행될 경우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를 [내신 산출 방식]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2028 대입제도 개편안이 [수능 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