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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Dec 08. 2023

소설가 장강명 이야기 (2)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올해 여름에 나온 장강명의 에세이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을 읽고 있다. 3분의 2 정도 읽었는데 읽다가 멈추기를 반복한다. 에세이 하나하나가 너무 재밌다. 그래서 읽다가 문득 다 읽기 아깝다는 생각에 잠깐 멈춘다. 그러고는 읽고는 있지만 그닥 재미없는 책을 읽는다. 그러나 그 책은 재미가 없다. 그래서 다시 장강명의 에세이를 읽는다. 읽다가 아까워서 잠깐 멈춘다. 이걸 며칠 째 반복하고 있다.



  좋은 에세이집은 야금야금 나눠 먹는 맛이 있다. 소설 같았으면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라도 책을 펼친 날 다 읽었을 텐데. 장강명의 에세이는 늘 그랬다. 그의 에세이는 늘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어딘가 소설의 일부 같고, 어느 부분은 사회면 기사 같고, 어떨 때는 내 이야기 같다. 나는 소설가도 아니고, 작가도 아닌데 그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언제나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맞아, 한국 문학판이 이래서야 되겠어? 정부가 이러면 되나? 출판사들 정신 안 차려? 작가들을 이렇게 대할 거야? 소설을 읽을 때보다 더 작가의 삶에 공감하곤 한다.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을 읽고 있으면 마치 내가 작가의 지인이라도 된 기분이 든다. 그가 집안일과 소설 창작의 공통점을 이야기하는 것, 원고 작업을 하며 힘들었던 시절에 대한 회상, 출판 업계의 관행을 바꾸기 위한 노력, 끝없이 자신과 위대한 작가들을 비교하고 성찰하는 태도까지. 좋아하는 작가의 삶을 엿보는 내내 즐거웠다.



  올해 봄에 지역교육청에서 선발한 진학 전문 교사들을 대상으로 2시간짜리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평소 깊이 있게 다루지 않던 입시 전형 하나를 넓고 깊게 1시간 반 이상 다뤄야 하는 데다 듣는 사람들 중 많은 분들이 나보다 입시 경험이 많거나 유명한 분들이었다. 강의 두 달 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마음에 강의 수락을 하고 나서 강의할 때까지도 수락한 걸 후회하며 준비했다.


  수업을 마치고 나서도, 점심을 먹거나 저녁을 먹을 때도, 자려고 눕거나 아침에 일어나서 씻을 때도 늘 강의 생각만 했다. 새롭게 강의안을 구상하다보니 자료는 산처럼 쌓여만 갔고 강의 즈음까지도 내가 대체 뭘 중요하게 전달해야 할 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 일정량 이상의 정보와 시간이 쌓이자 특이점이 왔다. 몇 달을 자료와 씨름하며 고민만 이어갔는데 어느 순간 강의안의 뼈대가 잡혔다. 틀이 잡힌 뒤에도 세부 자료와 정보를 정리하느라 진땀을 뺐지만 이야기의 골격을 만드는 데까지의 고민과 고통에 비하면 그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결국 강의는 잘 마무리되었다. 한 걸음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자신감도 생겼다. 잡초처럼 혼자 힘으로 입시 공부를 해 온 지난 10년, 방향은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안도감도 들었다.



  일상적으로 진행하는 수업과 달리 입시 강의안을 짜고 강의를 하는 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고 늘 생각한다.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상대는 누구인가, 그들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한참 고민하다가 기존 강의안들을 조각 내고 다시 이어붙인다. 그래서 강의가 재밌다. 아무도 하지 않는 방식과 순서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기에 담아 전달하기 때문.

  


  장강명 작가가 외로움과 우울증을 이겨내고 『재수사1,2』 와 같은 커다란 작품을 써 내는 모습을 엿보며 아주 약간의 동질감 같은 걸 느꼈다고나 할까. 이렇게 많은 상을 받고 이 정도 수준 높은 작품들을 척척 써 내는 저 사람도 사람이었구나, 라는 것에서 위안을 느낀다. 아마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 이미 그 한복판에 들어간 사람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은 더 큰 울림으로 다가갈 것이다. 일독을 권한다.



  * 그가 쓰고자 하는 지금 여기의 노동 문학에 나의 애정과 응원을 보낸다.

  * 아직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은 장강명의 소설집 『산 자들』 을 꼭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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