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도서관과 정기간행물 이야기
대학교 입시에 활용되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에는 한 학년 동안 진로와 관련해서 어떤 노력을 진행했는지 기록하는 '진로활동 특기사항'이라는 항목이 있다. 학교 교육과정을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한 이 '진로활동 특기사항' 영역에는 학생이 진행했던 모든 활동을 기록할 수 있다. 다른 영역에 비해 기록의 자유도가 높기 때문에 대학에서 학생부를 평가할 때 중요하게 살펴보는 영역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나 관심 분야에 대해 탐구할 때 중요한 요소는 먼저 '탐구의 양'과 '탐구의 깊이'를 들 수 있다.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해 '다양하고 많은' 탐구 활동을 진행하는 건 당연히 중요하다. 해당 분야에 대해 많이 탐구한 학생이 탐구 기록이 적은 학생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다. 그 다음은 누가 더 깊이 있게 탐구를 했는가, 하는 점이다. 열심히 많은 양의 탐구를 진행했지만 그 수준이 중학생 수준에 머문다거나 학년은 오르지만 깊이 없이 얕은 수준에서 머무는 기록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늘 강조한다. 바로 '탐구의 지속성'이다. 단순히 기회가 닿을 때마다 탐구 활동을 수행하면 이는 단편적인 탐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꾸준하게 오랫동안 노력한 과정 없는 단편적 탐구 활동은 일정 수준 이상의 좋은 평가를 받기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나는, 관심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를 위해 '학교 도서관의 정기 간행물'을 이용하라고 조언한다.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에 가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다양한 정기간행물들이 비치되어 있다. 학교 도서관도 그러하다. 도서관에 들어가면 어김없이 입구 근처에서 정기간행물 코너를 만날 수 있다. 예전에 비해 정기간행물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명맥을 유지하는 우수한 수준의 간행물들이 많다. 정기간행물들의 분야도 무척 다양하다.
우리 학교에 있는 정기간행물만 해도 이렇게나 다양하다.
독서평설, 과학동아, 수학동아, 수학과 교육, 뉴턴, 시사in, 진로진학36.5, 미즈내일, 유레카, 월간 산, 미대입시, 베스트일레븐, PC사랑 등
일단 학교 도서관을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하자. 그리고 나서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를 다룬 정기간행물을 꾸준히 읽으면 된다. 다 읽지 않아도 아무 상관없다. 그날 관심 가는 내용이 담긴 기사나 정보 전달 글을 편하게 골라서 읽으면 된다. 그 다음엔 언제 도서관에 가서 어떤 정기간행물을 골라 어떤 내용의 정보를 수집했는지 간략하게 기록하자. 가장 중요한 건 꾸준히 기록을 누적하는 것이다. 그리고 학기말이나 학년말에 담임 교사나 진로 수업 담당 교사에게 누적 기록을 보고서 형식으로 제출하자.
한 달에 한 번 도서관에 가서 한두 개의 기사를 읽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가, 읽은 내용을 간략하게나마 누적하여 일지 쓰듯 정리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이렇게 오랜 기간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한 과정이 학생부에 담기면 대학은 그 기록을 우수하게 평가한다. 쉽지만 어렵고, 어렵지만 쉽게 '탐구의 지속성'을 드러내는 전략이다.
한 발 더 나아가서 이러한 '지속적 탐구'에 '깊이'를 더할 수도 있다. 자신이 이미 수업 중에 발표했거나 보고서를 냈던 분야를 다룬 정기간행물 기사가 있다면 그것과 연계하여 공부를 진행하고 그 연계 사실을 누적 기록에 반영하여 교사에게 어필하면 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수업 중 진행한 탐구 활동 이후 추가적으로 도서관의 정기간행물을 활용해 심화 연계 탐구한 기록이 만들어 질 수 있다.
인터넷에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 생성형 인공지능이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온갖 정보를 토해내는 현실 속에서도 도서관은 여전히 소중한 곳이다. 막대한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하며 양질의 정보를 담아내는 정기간행물들도 여전히 소중하다. 그들이 전해주는 소중한 정보를 지속적인 탐구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