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3월의 어느 날: 삼성동에서 탄천까지, 법과

by 박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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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3월의 어느 날: 삼성동에서 탄천까지, 법과 삶의 기록



오전 08:00 국경을 넘는 간절함과 마주하다




3월의 첫머리, 삼성동 '정상의 (頂上義) 행정사 사무실'의 공기는 몽골에서 온 치과의사 가족의 비자 서류로 시작된다. 서류 속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니 가슴 한구석이 아릿하다. 유학 시절, 아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계약했던 아파트를 강제로 취소당했던 서러운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타국에서 뿌리를 내리려는 그 부모의 간절함을 생각하며 나의 손길은 평소보다 더 분주해진다.




수원지방법원 등기국 신설 이후 업무 속도가 부쩍 빨라졌다. 지난달 말 신청한 등기 건이 벌써 교합 완료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의뢰인에게 소식을 전하니 곧바로 양도세 상담이 이어진다. 세무사들도 꺼릴 만큼 복잡한 양도세의 세계에서 나의 역할은 실수를 줄이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잠재적 고객'이기도 하지만, 그 이전에 한 사람의 재산을 지키겠다는 전문가로서의 진심을 담아 상담을 마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반가운 메일이 도착했다. 사립학교법상 가압류가 금지된 재산임에도 가압류 처분을 내린 판사의 오류를 지적한 나의 의견서. 법원은 서면 심리 요청을 수용할 듯, 변론 기일을 변경했다.



아직 최종 결과는 알 수 없으나, 정의를 위해 필요하다면 즉시항고를 해서라도 끝까지 다툴 준비가 되어 있다.




경찰 수사의 불합리를 지적하는 12페이지 분량의 ‘시정 요구서’를 품고 우체국으로 향한다.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가로지르는 탄천 위로 정지상의 시구절이 내려앉는다.



"비 갠 긴 제방에 풀빛이 짙어지니..." 우헐장체초색다(雨歇長堤草色多)...



계절은 순리대로 봄을 부르는데, 현장에서 마주하는 수사관의 태도는 여전히 기가 막힌다. 인권 신장의 역사가 수사권의 공정함에서 시작된다. '왕과 사는 남자'로 인해, 세조가 된 수양대군과 그의 왕손 후손들까지 심판대에 오를 듯하다. 나도 역사소설에서 단종을 귀환시켰다. 이것이 역사라는 심정으로 준엄한 기록을 남긴다. 이어 방문한 주민센터, 지난달 임용된 새내기 공무원의 손길이 제법 익숙해져 법원의 보정명령 서류 처리가 순조롭다.




상가 원상복구 문제로 대립하던 임차인은 구두 합의를 깨고 '기도'로 해결하겠다며 상식을 외면한다. 권리와 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이며, 그 선을 넘으면 해결은 요원해진다.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 기준이 되는 것은 결국 법률뿐이다. 임차권등기를 마친 임차인이 건물에 '임차권 등기 사실'을 알리는 방을 붙일 권한까지는 없음을 명확히 짚어둔다.




내일은 밀린 자동차 점검을, 모레는 서울시 '마을 법무사' 상담을 앞두고 있다. 주민센터 직원이 보낸 상담 안을 보니 벌써 마음이 무겁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라지만, 여전히 법의 문턱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이 도처에 있다.



'어른 글쓰기 모임'에 입과한 신입에게 축하를 전한다. 선생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지라이팅' 신입 한 분을 모셨다. 생일을 맞은 지인들에게 축하를 전하고, 동료들과 업무 단톡방을 만들며 하루의 긴장을 잠시 녹여본다. 이런저런 일로 주고받은 전화들도 많다,




오후 19:00 저녁을 미루고, 어떤 가정을 마주하다


어느 광역시에 재건축 정비구역 직권 해제 지역이 있다. 12년 정체의 틈을 타 철거 이권을 미끼로 5억 원을 편취한 사기꾼들... 그 모진 풍파에 부부의 신뢰마저 소원해졌다는 사연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형사 사건과 민사 사건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의 시작이다.



범인을 처벌하고 빼앗긴 재산을 회수하여 풍비박산 날 한 가정의 경제를 다시 세워주는 것이 나의 사명이이다.




문인 친구가 뽑은 ‘어르신 짧은 시 공모전 수상작’을 보내왔다. 대상을 받은 어느 어르신은 저녁노을을 이렇게 노래했단다.







"저렇게 지는 거였구나. 한세상 뜨겁게 불태우다


금빛으로 저무는 거였구나."





참으로 아름답다.




다시 사무실로 복귀하여 잔무를 처리해야 한다. 오늘 하루 나 역시 누군가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그리고 정의를 세우기 위해 뜨겁게 불태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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