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편이 된다는 것, 그 성찰의 기록
휴일임에도 컨퍼런스 콜로 종일 부산한 하루를 보냈다. 내가 머무는 이곳은 치열한 법률 사무를 취급하는 공간이다. 누군가의 운명이 달린 서류들을 마주하고, 의뢰인들의 절박한 심장을 생각하면 일상은 늘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다. 그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내게, 어느 드라마 연기대상의 수상소감은 뜻밖의 성찰을 던져주었다.
어느 방송국의 2025 연기대상 트로피의 무게를 견디며 진심을 전하겠다던 어느 배우의 떨리는 음성을 들었다. 그 짧은 영상 속에서 나는 드라마 전체의 성격을 짐작한다. 구현숙이라는 대작가는 문장으로 역사를 세우고, 최상열 감독은 찰나의 영상에 영혼을 불어넣는다. 엄지원과 안재욱은 온몸으로 그 진실을 증명해 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작의 드라마를 위해 노력할까. 보조작가부터 시작하여 수많은 조연들, 보조연기자들, 스태프들...
그들의 치열함을 상상하며 브런치 작가라는 이름 뒤에 숨어 있던 나의 안일함을 흔들어 깨웠다. 나의 양심이다.
나는 깨닫는다. 비록 작은 생각의 편린을 적을지라도, 나 또한 이 글 안에서는 주연이자 감독, 그리고 작가여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인식한다. 의뢰인의 심장을 대하듯, 내가 드러내는 문장 하나에도 그만한 책임과 무게가 실려야 함을 말이다.
그래서 2026년의 새날, '아무 생각 없이, 부담 없이 쉽게 쓰는 글은 쓰지 않겠다'라고 다짐한다. 그것은 단순히 유려한 문장을 만들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내 삶의 조각들을 더 정밀하게 부해(剖解)하여 진실만을 담아내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이다.
이 고독하고 치열한 성찰을 지탱해 주는 힘은 결국 '사람'이다. 내가 누군가의 편이 되고, 누군가가 나의 편이라는 그 형언할 수 없는 위안의 힘이다. 사실, 내게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를 준 이가 있다. 그는 나의 곁에서 나의 글이 세상으로 나오는 길을 열어준 사람이다. 내가 '그의 편'이 되고 싶어 시작한 이 글쓰기가, 이제는 그가 '나의 편'이 되어준 덕분에 계속될 수 있음을 안다.
법전의 차가운 문구 너머, 내가 진정 전하고 싶었던 온기를 찾기 위해 나는 다시 펜을 깎는다. 배우의 트로피보다 무거운 것은 내 글을 읽어줄 그의 마음이며, 의뢰인의 심장만큼 간절한 것이 곧 내가 써 내려갈 문장의 진심이다.
나의 작은 기록이 누군가에게, 따뜻한 편이 되어주는 위안의 서사로 남기를 소망하며 2026년의 첫 페이지를 엄숙히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