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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직원 Apr 08. 2021

신입 기획자를 위한
에이전시 면접팁

굳이 에이전시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지도...

에이전시 세계에 발을 들이신 당신.
환영합니다. 낯선이여.


잠깐 눈물 좀 닦고...


인하우스에 들어가기에는 스펙이 부족해 경력을 쌓기 위해서든 밑바닥부터 구르면서 업무스킬을 배우기 위해서든 웹에이전시에 지원하는 이유는 상관없습니다. 경력을 쌓아서 좋은 회사에 가고 싶은 것이든 기획을 배우고 싶은 것이든 지원 동기도 상관없습니다. 애사심, 충성심 그런 것 필요 없습니다. 받은 만큼 적당히 일하면서 경력을 채워도 되고 열심히 일해서 스킬을 쌓아도 됩니다. 지옥 불구덩이에 자처해서 뛰어들려는 당신의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열정은 있으나 스펙이나 기술은 없는 당신에게 과거 웹에이전시 면접관으로서 면접 꿀팁을 몇개 방출합니다.


 


신입을 뽑으려는 이유가 뭘까?


면접에 들어가기 앞서 근본적인 질문 하나.

이 회사는 왜 경력직이 아니고 신입 기획자를 뽑으려고 하는 걸까?

당신이 메이저 에이전시나 대기업 자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스펙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이 글은 30~50명 정도의 적당한 웹에이전시에 지원하는 기획자 지망생을 위한 글이니까요.


중소규모의 웹 에이전시가 신입 기획자를 뽑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 입니다.

1. 경력자가 안뽑혀서

2. 경력자가 못 미더워서


보통 3~5년차의 주임, 대리급 웹 기획자는 신입의 1.5배 정도 연봉을 받습니다. 그리고 신입 2~2.5명분의 일을 할 수 있죠. 1.5명분의 연봉으로 2~2.5명분의 일을 할 수 있으면 경력자를 뽑는 게 훨씬 이득인데도 하나하나 가르치면서 일해야 하는 신입을 뽑는다? 이건 둘 중 하나입니다. 경력자가 못 미더워서 혹은 경력자가 안 뽑혀서 신입부터 가르치면서 키우려는 거죠.


기획이라는 일이 바운더리가 넓다보니 이 바닥은 뻥경력도 많고 사기꾼도 많습니다. 뻥경력이나 사기꾼에게 몇번 크게 데이고 나면 사장이나 팀장 입장에서 경력자는 보통 지인 추천으로 뽑거나 프리로 한번 써보고 괜찮으면 입사를 권유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웹에이전시 업계는 정직원으로 일하려는 (제대로 된)경력자가 무척 귀합니다. 경력자는 구하기 어렵고 그나마 뽑은 경력자의 미천한 업무능력에 몇번 데이고 나면 이럴꺼면 차라리 신입 뽑아서 키우는 게 훨씬 낫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꼭 기억하세요. 웹에이전시 면접을 볼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면접관들은 당신을 실무에 당장 투입할 수 있는 메이저리거가 아니라 천천히 (혹은 속성으로) 가르치면서 키워야 할 더블A나 트리플A 육성군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어설픈 지식 어필은 오히려 독


학교에서 혹은 학원이나 교육기관에서 UI/UX 강의를 듣고 홈페이지도 하나 만들어보면서 자신감이 만빵으로 충전된 당신. 왼손에는 클러치백을 오른손에는 별다방 커피를 들고 빌딩 숲을 거니는 당신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죄송합니다만 착각하지 마세요. 당신이 신입 기획자로써 회사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거나 극히 제한적이랍니다.


퍼블리셔와 디자이너는 신입이라도 유지보수 업무를 시키면서 업무나 프로세스를 적응시킬 수 있는데 반해 신입 기획자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끽해야 고객에게 요구사항을 듣고 정리해서 전달하는 전달자정도? 학원 출신이든 전공자든 UI/UX 석사 출신이든 마찬가지입니다. 에이전시에 입성하는 순간 여러분이 책으로 또는 학원에서 배운 이론은 잊으세요. 시간이 돈인 에이전시는 학원처럼 칠판에 포스트잇 붙여가면서 느긋하게 벤치마킹하고 아이디어 회의할 시간을 주지 않는답니다.


10년, 20년차 경력자들 앞에서 어설프게 지식이나 스킬을 어필하지 마세요. 당신이 면접관에게 어필해야 할 업무스킬은 PPT나 스케치 등 툴을 다룰줄 아는 능력이지 UI/UX 방법론이 아닙니다.




깡통임을 티내지 말자


어이쿠 이런 귀하신 분이 우리회사에 지원을 하셨어?

이력서를 훑어보다가 급히 저를 호출하시는 윤팀장님. 윤팀장님이 건낸 이력서는 정말 현란했습니다.

- OO소프트 CFO
-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OOO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교육과정 수료)
- UI/UX 전문가 (OO교육기관 UI/UX 전문가 과정 수료)
- 페이스북 UI/UX를 좋아하는 사람들 운영진

UI/UX 석사과정을 졸업한 윤팀장님도 대학원에서 빅데이터 관련 수업을 3개나 들은 장과장도 명함이나 이력서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나 UI/UX 전문가라고 써붙이고 다니지 않습니다. 


누구나 다 어깨뽕이 한껏 올라가는 시기가 있습니다. 세상이, 사람들이 다 우스워보이고 내가 짱짱맨인것 같은 그런 시기요. 이해합니다.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까요. 경력직이 아니라면 아니 경력직이라도 어디가서 전문가 타이틀은 함부로 붙이지 마세요. 전문가는 내가 자처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전문가라고 불러줄때 전문가가 되는겁니다.  


면접을 보다보면 가끔 과한 자의식과 업무에 관련된 각종 이론으로 무장한 채 전문가인척 허풍을 떠는 면접자를 만나볼 수 있습니다. 면접에서 적당한 포장은 필요하지만 어설프게 나를 포장하고 과시하려고 하지 마세요. 눈에 다 보이거든요. 꼴랑 십년된 제 눈에도 다 보이는데 일이십년을 직원들과 고객들과 투닥투닥한 닳고 닳은 면접관들에게는 말할 필요도 없겠죠. 


회사에 필요한 사람은 기획이 하고 싶어서 눈에 불을 켜고 안달난 신입이지 실무경험 1도 없이 작업자들 앞에서 자신의 UI/UX 지식을 뽐내는 깡통 이론가가 아니랍니다.




토대가 가장 중요하다


척박한 토양이라도 물과 햇빛만 주면 쑥쑥 자라는 옥수수, 이주 혹은 한달에 한번씩 물을 줘야 하고 양지에서만 천천히 성장하는 선인장, 몇년동안 땅속에 있다가 하루에 일미터씩 쑥쑥 자라는 대나무. 식물들도 각자 성장하는 토대와 성장속도가 다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뭘 가르쳐주던 가르쳐주는데로 쑥쑥 흡수하고 성장하는 옥수수 같은 사람도 있는 반면 성장환경이 까다롭고 느리지만 우직하게 자신의 스타일대로 자라는 선인장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이 자식은 내가 가르쳐준 걸 이해는 하나 싶다가도 어느순간 보면 일인분 이인분 몫을 척척 해내는 대나무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도 식물처럼 각자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스타일도 천차만별 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걸 토대라고 부릅니다. 기획자에게 필요한 몇 가지 중요한 덕목들. 인문학적 감성, 사회성, 꼼꼼함, 근성과 체력 뭐 대충 이런 것들이요. 면접관마다 자기가 선호하는 스타일이 있습니다. 웬만한 말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릴 수 있는 느긋하고 무던하며 우직한 선인장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윤팀장님, 가끔씩 뺀질거리고 요령도 피우지만 가르쳐주면 가르쳐준데로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쑥쑥 성장하는 옥수수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장과장, 어느 순간 포텐이 폭발해서 자기가 가르쳐준 것보다 더 한것을 하고 있는 대나무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대표님. 면접관들은 자기소개서에서 혹은 대화속에서 이러한 토대들을 캐치해내려고 노력합니다. 어설프게 스킬 타령하지 말고 자기가 어떤 스타일인지 자기객관화를 통해 기획자로써 자기의 장점을 어필하세요. 뻔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것보다 그게 훨씬 잘 먹힙니다.




사회성은 중요한 덕목


여건만 된다면 하루종일 이어폰 끼고 앉아서 자기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퍼블리셔나 개발자에 비해 기획자는 작업자, 고객, 미팅, 회의, 발표 등 사람과 부딫힐일이 무척 많은 직업입니다. 가끔은 너무 사람에 치여서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도망가고 싶거나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핸드폰을 한강물에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로 무척 대외활동이 많은 직업이죠. 장점도 많지만 (사장님이나 고객님이 회식이라는 명분으로 소고기를 사준다거나...) 대인관계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무척 부담스러운 직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웹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을 만든다고 했을 때 기획자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자료수집이나 프로세스는 현업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디자인은 디자이너, 프로그램은 퍼블리셔와 프로그래머의 도움을 받아야하죠. 집을 짓는다고 할때 기획자가 하는 일은 도면을 그리고 집이 도면대로 잘 지어지고 있는지, 내가 혹시 도면을 잘못 그렸거나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점검하는 일입니다. 


기획자는 일정에 쫓겨 때로는 고객의 무리한 요구로 작업자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게 될 일이 무척 많습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죄송한데...이번 한번만...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하는 직업이죠. 작업자와 좋은 혹은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스킬이 어떤 능력보다 중요합니다.


고객을 대하는 일도 마찬가지죠. 고객과 친밀감을 형성하고 신뢰를 쌓는 것이 어쩌면 문서를 만드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기획자의 핵심 역량 중 하나입니다. 직급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대인관계의 중요성도 함께 높아지는 직업이라 대인관계 스킬, 특히 소위 말하는 사회성이 기획자의 중요한 덕목 중 하나입니다.


기획에서 말하는 사회성이란 흔히 말하는 인싸와는 약간 개념이 다릅니다. 오히려 높은 어르신들은 너무 텐션이 높은 인싸 스타일은 약간 경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윗분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은 리더형이지 인싸형이 아니거든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만 적당히 선을 지킬 줄 알고 처음 보는 사람과 거리낌없이 대화할 수 있으며 적당한 무게감과 신뢰감을 줄 수 있는 그런 스타일을 가장 좋아합니다.


자신이 텐션이 높은 스타일이라면, 목소리가 하이톤이라면 면접에서는 살짝 텐션을 낮춰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윗분들은 텐션이 높은 친구들은 무게감이나 신뢰감이 떨어진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거든요. 면접관들은 나름 이 바닥에서 닳고 닳은 사람이라 복장이나 악세사리, 회의실에 들어와서 앉는 첫인상만으로 이 친구가 어떤 스타일인지 대충 머리속에서 이미지를 그리게 됩니다. 면접은 자기가 그린 이미지를 검증하는 과정이고요. 겉보기에는 인싸같아 보이는데 의외로 말투나 목소리는 차분한걸이라는 면접관의 선입견을 깨는것이 가장 좋습니다.


에이전시란 업계가 트렌드를 가장 앞서나간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기업문화는 아직도 보수적인 곳이 많습니다. 복장은 되도록이면 면접 정석인 정장 스타일로, 목소리는 중저음,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는 적절한 제스처를 섞어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면접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는 뉘앙스보다는 의견을 개진하고 설득한다는 자세가 가장 적절하고요.




취미는 책읽기, 인문학적 감성은 플러스 점수


너 임마 마음에 들었어. 형만 믿고 따라와


윤팀장님이 자신의 맘에 쏙드는 인재를 발견했을때 늘상 외치는 고정 멘트. 제가 본 사람중에 손에 꼽는 능력자이며 저에게 많은 것을 전수해주신 윤팀장님은 때로는 비유법으로 때로는 주입식 교육으로 과거 목동에서 날렸던 고액과외강사답게 누군가를 가르치는데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 이 직업을 하고 있는지...) 윤팀장님이 20년동안 집대성한 노하우와 스킬들은 알려줄 수 있지만 신입에게 가르쳐줄 수 없는 유일한 딱 한가지. 


그건 바로 글솜씨입니다.


기획일을 하다보면 은근히 글 쓸 일이 많습니다. 제안서나 고객 보고용 발표자료, 가끔은 메인시안에 들어갈 카피문구, 하다못해 기획서를 쓸 때도 문장력이 필요할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건 다 가르쳐줄 수 있어도 문장력은 가르쳐줄 수 없습니다. 그건 타고나거나 방대한 독서량이 뒷받침되야 나올 수 있는 거거든요.

기획일을 하면서 주니어들이 시니어로 슬슬 넘어가는 시기에 가장 많이 한계를 느끼는 부분도 바로 이 부분입니다. 기술적인건 배우면 되는데 문장력은 배운다고 느는게 아니거든요. 많이 읽고 많이 써봐야 느는게 문장력이니까요. 


저는 이력서 취미란에 책읽기라고 적은 사람에게는 무조건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최근에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은 뭔가요?


그러면 열에 일곱명쯤은 이런 대답이 돌아옵니다.

'죽고 싶지만 닭강정은 먹고 싶어'요.

'80년생이 온다'입니다.


에세이를 폄하하려는게 아닙니다. 어떤 책이든 책을 읽는 습관은 기획자로써 중요한 덕목이고 좋은 자세죠. 하지만 기획에서 원하는 문장력과 인문학적 감성은 에세이와 조금 다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면접을 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면접자의 대답


서점군  최근에 가장 감명깊게 읽은 책은 뭔가요?

면접자  마키아 벨리의 군주론입니다.

서점군  왜 그 책을 읽었고 어떤 포인트가 감명깊었나요?

면접자  제가 졸업작품에서 PM 역할을 했는데 나름 마음맞는 사람들과 함께 졸업작품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꽤 트러블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때 리더쉽에 대한 고민을 했는데 언젠가 제가 과장이 되고 부장이 되서 사람들을 이끄는 자리에 올라가게 되면 그때 어떻게 해야될까란 고민을 무척 많이 했습니다. 시중에 있는 리더쉽 관련 자기개발서를 많이 읽어봤는데 너무 다 판에 박힌 내용이라 찾다찾다 고전에 답이 있지 않을까 해서 군주론을 읽어봤는데 무척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서점군, 윤팀장님, 대표님  (끄덕끄덕)


책에 대한 접근과정, 목적, 느낀점까지 기승전결이 아주 완벽한 100점 만점에 100점짜리 답변입니다. 면접관이 던진 질문에는 그 질문이 어떤것이든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면접관의 질문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면접관이 질문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건 정답이 아니라 답변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성향이나 가치관, 삶에 대한 태도 같은 것들이니까요. 면접관이 던질 수 있는 몇가지 질문의 예를 들어볼까요.


면접관  최근에 가장 감명깊게, 혹은 재미있게 읽은 책이 뭔가요?

오답  요즘 면접관님이 책을 읽어볼까 하는데 재미있는 책이 뭔지 궁금하시구나.

면접관의 의도  책 고르는 습관이나 장르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는 이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 그 책을 읽고 느낀점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사고전개능력이나 삶에 대한 태도 등등


면접관  최근에 가장 핫한 동네는 어디라고 생각하세요?

오답  요즘 면접관님이 핫한 데이트코스를 궁금해하시는구나!

면접관의 의도  그 장소 핫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방식, 그 장소에 대한 느낀점등의 논리를 전개하는 방식과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것을 얼마나 조리있게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능력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에세이로도 물론 이러한 과정을 설명할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답변이죠


면접자  80년생이 온다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막연히 생각했던 80년생에 대한 이미지와 고정관념들을 타파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80년생들의 라이프스타일이나 성향 분석을 통해 이를 기획과 마케팅에 어떻게 결합시킬까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판에 박혔지만 아주 좋은 답변입니다. 그런데 이 답변에는 빠진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나의 생각이죠.

기획자란 나의 생각이나 이론을 작업자에게 혹은 클라이언트에게 끊임없이 설득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그런데 에세이는 남의 생각이나 느낀점이지 나의 생각이 아닙니다. 면접에서 책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나의 생각을 설명하는 도구라고 한다면 에세이는 나의 생각을 설명하기 좋은 도구는 아닙니다. 남의 생각말고 나의 생각을 얘기하세요. 그게 면접관이 듣고 싶은 대답입니다.


면접에서 에세이를 피해야 하는 이유 한가지 더. 면접자에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면 대부분 서점가 베스트셀러 코너에 꽂혀 있는 에세이 얘기를 많이 합니다. 뻔히 똑같은 대답이 돌아올걸 알면서도 면접관들은 우울증을 느끼면서 닭강정을 먹고 싶은 얘기, 곰돌이푸가 왜 행복한지 같이 늘상 들어온 지루한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손무의 「손자병법」이라던가 플라톤의 「국가론」에 대한 얘기를 하면 눈이 번쩍 뜨이죠. 이른바 각인효과 입니다. 


이왕 책읽기 취미를 어필하고 싶으면 인상이 남을만한 혹은 각인될만한 책에 대해 이야기합시다.




마지막 질문은 성장에 대해


어떤 회사든 면접 마지막에 나오는 고정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혹시 궁금한것 있으신가요? 편하게 질문하세요?

면접자들의 질문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그리고 면접관중에 막내인 제가 대부분 답변을 하게 되는데 (어르신들은 귀찮은 일은 꼭 막내에게 맡김) 저는 웬만하면 다 솔직하게 대답하는 편입니다. 포장해봐야 한두달 다녀보면 다 뽀록나고 솔직하게 얘기하는게 비용과 시간들여서 면접 보러 온 면접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니까요.


면접자  야근 많이 하나요?

서점군  네 많이 해요. 바쁠때는 밥먹듯이 하고요. 오픈 막바지에는 주말출근도 합니다.


면접자  연차를 쓸 수 있나요?

서점군  사원하나 없다고 회사 안돌아가지 않아요. 연차는 소진시키는게 회사 정책이긴 한데 적당히만 쓰면 아무도 뭐라고 안그래요. 클라이언트 담당자도 오픈한다고 같이 야근하고 밤새는데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할 판에 연차 쓴다고 하면 좀 그렇겠죠?


네 저 꼰대에요. 월급은 제가 주는 게 아니긴 하지만 일하는거에 비해서 많은편도 아니고 복지도 대기업에 비하면 별볼일 없어요. (아예 없을수도...) 워라벨 따위는 개나줘야 하지만 면접자에게 하나는 약속할 수 있어요. 니가 고생한만큼 어디내놔도 부끄럽지 않게 우리 회사 출신이라면 믿고 쓸 수 있게 가르쳐줄수는 있다고요.


솔직히 면접자들이 하는 질문들 잡플래닛을 조금만 뒤져봐도 다 알 수 있어요. 그런건 잡플래닛에서 대강 찾아보시고 면접에서는 잡플래닛이 알려주지 않는 잡플래닛에서는 알 수 없는 질문들을 하세요.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요.


- 저는 앞으로 어떤 업무를 하게 되나요?

- 저를 가르쳐주실 수 있는 사수나 팀장님이 있나요? 있다면 몇명이나 있나요?

- 제가 서비스 기획이나 마케팅에도 관심이 많은데 준비하고 있는 자체 서비스나 향후 계획이 있으신가요?




추신

에이전시는 좋은 회사도 많지만 블랙기업도 많아요. 좋은 회사를 고르는 눈보다 블랙기업을 피하는 눈을 기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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