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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직원 Apr 17. 2021

좋은 웹에이전시와 나쁜 웹에이전시를 구분하는 방법

당신이 가지 말아야 할 나쁜 웹에이전시

청운의 꿈을 안고 서비스 기획자에 도전한 당신. 하지만 경력도 없고 전공자도 아니며 변변한 스펙도 없는 당신을 채용해줄 회사는 없다는 현실의 벽 앞에 곧 좌절하고 맙니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이 에이전시의 문을 두드립니다. 수많은 이력서 러시 결과 여러 곳에 면접 제의를 받게 되지만 경험이나 지식이 없는 당신에게 좋은 에이전시와 나쁜 에이전시를 구분할 수 있는 변별력이 있을 리 없죠. 


과거에 비해 에이전시 업계의 근무환경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에이전시 업계에는 소위 말하는 블랙기업이 많습니다. 제한된 정보, 구직자의 절박함을 이용해 생명력을 유지하는 블랙 에이전시,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수많은 블랙 에이전시에서 다년간 근무한 서점직원이 드리는 개꿀팁!

잡플래닛으로는 알 수 없는 좋은 웹에이전시와 나쁜 웹에이전시를 구별법




업력이 10년이 넘었는데 직원이 20명을 넘지 않는 회사


지금으로부터 어언 10여년전. 서점군이 처음 근무한 에이전시는 강남에 있는 모 회사였습니다. 사무실 환경은 열악했지만 (좋좋소에 나오는 사무실과 싱크로율 100%) 절박했던 서점군의 눈에 그런 게 보일리 만무했죠. 절박함이 통했는지 서점군은 단시간의 면접에서 합격통지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은 지금까지 일했던 곳 중 단연 최악의 블랙기업이었습니다.


사실 그곳 말고도 몇 군데 면접 제의를 받긴 했지만 서점군이 그곳을 선택한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습니다. 직원수는 많지 않지만 업력이 10년 정도 되었고 이름 들으면 알만한 홈페이지를 꽤 많이 만들었다는게 그 회사를 선택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포인트였죠. 그리고 입사 일주일만에 서점군은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많은 면접자들이 업력이 길다 = 좋은 회사라는 공식을 가지고 있지만 이 공식이 웹에이전시 업계에서는 통용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업력이 긴데 직원이 20명을 넘지 않는 회사라면 눈에 쌍심지를 켜고 한번쯤 의심해봐야 됩니다.


왜 10년이 넘었는데 직원이 20명밖에 안되는거지?


비단 에이전시뿐만 아니라 어느 업계든 마찬가지겠지만 조직 규모가 커지면 매출은 늘어나지만 오히려 수익율은 작은 회사일때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프트웨어공학에서는 늘어난 작업자의 비율만큼 관리자의 비율도 함께 늘어나야 된다는 이론이 있습니다. 이른바 피라미드 구조입니다. 한명의 관리자가 케어할 수 있는 인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작업자가 늘어나면 늘어난 만큼 일정 비율의 관리자가 필요합니다. 회사 규모는 점점 커지고 인건비는 늘어나는데 수익율은 떨어집니다. 그리고 조직이 안정화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사장 입장에서 리스크는 커지는데 (인건비가 늘어나니까) 신경써야할곳은 더 많아지는거죠. 


일부 사장님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래서 사업이 잘되고 회사 규모를 키울 수 있는데도 의도적으로 작은 조직을 유지하죠. 그래야 사업을 유지하는데 리스크도 적고 수익성도 높으며 회사내에서 사장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제가 콕 집어서 20명을 얘기한건 중간관리자 없이 사장 혼자서 관리할 수 있는 인원의 마지노선이 20명이기 때문입니다. 15명만 넘어가도 사장 혼자서 감당이 안되거든요. 


10년이 넘는데 직원이 20명을 넘지 않는 에이전시 사장님의 테크트리는 대부분 비슷합니다.

1) 회사 창업

2) 3년안에 직원 20명 달성

3) 조직 규모를 키움

4) 회사가 커지면서 겪는 리스크를 온몸으로 체험. 어떤 회사들은 망하기 직전까지 감.

5) 회사가 쪼그라들고 먹고 살만한 일정 수준의 조직을 유지


당신이 업력 10년에 직원이 20명인 회사, 업력 3년에 직원이 20명인 회사 두군데 입사 제의를 받았다면 업력 3년에 직원이 20명인 회사를 가는 게 훨씬 낫습니다. 전자는 이미 긁어본 복권이고 후자는 아직 긁어보지 않은 복권일 확률이 더 높으니까요. (물론 절대적인것은 아님)


제가 에이전시 업계에 입문하게 되었던 저의 첫번째 회사는 10년 사이 이름을 두 번 바꿨고 아직도 멀쩡히 잘 살아있습니다. 업력이 20년 가까이 되는데 직원이 20명이 안되고 강남 언저리에 있는 회사에서 입사지원이 왔다면 한번쯤 생각해보세요. 제가 다녔던 그 회사일수도 있답니다.




사업자 등록증 이름과 실제 사장이름이 다른회사


간혹 사업자 등록증의 사장 이름과 실제 사장 이름이 다른 회사가 있습니다.

이런 회사는 크게 두가지 케이스 중 하나입니다.


1) 전에 에이전시 사업을 했다가 한번 말아먹고 서류상의 이유(주로 세금 체납이나 임금체불)로 자기 명의가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사업을 운영 (주로 와이프인 경우가 많음)

2)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에이전시가 가라 입찰을 하기 위해 자회사 형식으로 회사를 두개 운영하는 경우


1, 2번을 구분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일단 회사 규모부터 다르고 가라 입찰을 위한 자회사는 보통 모회사 직원들과 같이 근무를 합니다. 채용할때 모회사 이름으로 채용해놓고 실제 서류상으로는 자회사 직원인 경우도 있죠. 이런 경우는 모회사 직원이나 자회사 직원이나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며 복지혜택도 똑같은 서류상으로만 다른 회사일 확률이 높습니다.


왜 2번 같은 케이스가 생기냐? 갑인 고객사 직원이 특정회사를 편애하면 재무팀의 감사를 받기 때문이죠.


너 외주를 특정회사에 너무 몰아주는데? 돈 받아먹는거 아냐?

갑의 고객사 직원이 특정 회사를 너무 마음에 들어하거나 사장이 갑회사의 부장이나 임원 출신인 경우 이런 케이스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서류상으로만 이름이 다른 야매회사를 세우는거죠. 부인이나 친인척 명의로. 


자기가 면접보고 있는 사장의 이름과 사업자 등록증상 사장의 이름이 다르다? 자기가 본 사장은 남자인데 사업자 등록증 상의 이름은 여자 이름이다? 99%의 확률로 사장 부인의 명의입니다. 이런 회사는 믿고 거르면 됩니다. 회사가 어려워졌을때 니가 임금체불을 당할 확률이 아주 높은 회사거든요. 이미 전적이 있잖아요.




면접에 사장 혼자 들어오는 회사


보통 에이전시 면접은 3인이 공식입니다. 

임원급(사장일수도 있음) + 팀장 + 실무자(시니어급 과장 혹은 차장)

규모가 작은 회사라면 팀장이 혼자 면접을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팀장이 있는데 사장 혼자 면접에 들어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팀장이 휴가가면 면접을 미루면 미뤘지 사장 혼자 면접을 보진 않거든요.


면접을 보러 갔는데 사장이 혼자 덜렁 앉아있다는 말은 기획팀장이 없는 회사란 말이고 사장이 기획팀장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사장은 입으로만 기획하는 기획알못일 확률이 무척 높습니다. 기획자 출신의 사장은 기획팀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래서 에이전시를 꾸릴 때 제일 먼저 찾는 게 기획팀장, 디자인팀장이죠. 


초기 에이전시의 경우 기획팀장이 공석일수도 있습니다. 기획팀장은 뽑기가 무척 어렵거든요. 그럼 최소한 사장이 조만간 팀장으로 세울만한 내부에서는 이미 팀장급 대접을 받고 있는 과장급 시니어 기획자라도 면접에 들어옵니다. 사장 혼자 면접에 들어왔다는건 내부에 미래 팀장으로 키우고 있는 기획자도 없고 키울 마음도 없다는 뜻입니다. 


간혹가다 혼자 영업도 하고 제안서도 쓰고 PM도 기가 막히게 잘하는 굇수같은 사장도 있습니다. 진흙속에서 운좋게 진주를 발견할 확률 정도로요. 그런데 그런 사장이 있는 회사는 금방 성장합니다. 


사장이 혼자 면접에 들어왔는데 그 사장이 업계에서 손꼽히는 기획 능력자일 확률은 내가 스타트업에 들어갔는데 그 스타트업이 운좋게도 초기 배달의 민족이나 카카오톡일 확률 정도 됩니다. 뭐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확률상 그만큼 드물다는거죠. 저라면 낮은 확률에는 배팅하지 않겠습니다.




월급을 제때 주지 않는 회사


잡플래닛에서 월급이 밀린 경험이 있다 라는 얘기가 적혀 있다면 믿고 거르면 되는 회사입니다. 멀쩡한 사장은 절대 월급을 밀리지 않거든요. 


에이전시는 수주 산업이라 직원 월급날과 수금일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장님들이  직원 월급을 주려고 대출을 땡겨씁니다. 에이전시 사장치고 1~2억 정도 대출 없는 사장이 드물겁니다. 사장이 맘만 먹으면 5천정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많거든요. 


에이전시는 결국 사람장사입니다. 사람의 소중함을 아는 사장은 절대 월급이 밀리지 않습니다. 사장이 집 담보로 대출을 받아서라도 월급을 주죠. 월급이 한번이라도 밀렸다는건 대출을 받아서 줄 정도로 직원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이미 땡길만큼 땡겨서 더 이상 땡길 구멍이 없을 정도로 궁지에 몰렸거나 둘중 하나입니다.


에이전시는 사업 특성상 한번 자금 회전이 막히면 이전처럼 정상궤도로 복귀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한달벌어서 한달 먹고 사는 회사가 많거든요. 월급이 3달이상 밀렸는데 기적적으로 살아났다는 회사를 저는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애초에 살아날 회사는 월급이 3달이상 밀리지 않거든요. 




템플릿형 홈페이지를 만드는 회사


회사 홈페이지에 갔는데 기본형, 일반형, 고급형이라는 메뉴가 있다? 그 옆에는 웹호스팅과 유지보수관리라는 메뉴도 있다? 웬만하면 가지 않기를 권합니다. 그 회사에 들어가면 너는 홈페이지 찍어내는 기계가 되거든요.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필요한 구성원들, 기획자 / 디자이너 / 퍼블리셔 / 개발자 4인 구성이라고 할때 주니어로만 채워도 최소 한달에 1000만원의 인건비가 듭니다. 기본형 템플릿 홈페이지 하나가 200만원이라고 하면 한달에 최소 5개 홈페이지를 만들어야 직원들의 월급을 줄 수 있다는 얘기죠. 공과금이나 4대보험, 사무실 임대료 등등을 고려하면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한달에 홈페이지를 5개씩 만드는데 기획 따위 고민할 시간이 없죠. 정해진 틀에 콘텐츠만 채워넣는 붕어빵형 홈페이지만 계속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멀쩡한 사장이라면 그런 짜치는 일은 절대 안합니다. 차라리 대형 에이전시 외주일을 받아서 하는게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훨씬 낫죠.


절박해서 그런 회사라도 들어가야겠다면 그런 회사에서 기획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드릴께요. 아래 일화를 듣고도 가야겠다면 말리지 않겠습니다.


고객님 한페이지 추가당 10만원입니다.

유지보수는 월에 3만원이고요. 월 2회 텍스트 수정 및 이미지 교체 작업 지원됩니다.

팝업 띄우는건 별도 비용 지불하셔야 됩니다. 10만원입니다.

기본형으로는 못 만들고요. 원하시는 형태로 만들려면 고급형으로 선택하셔야 됩니다. 




사실 이 주제는 오래전부터 생각했고 몇번정도 쓰려고 시도했으나 발행하지 못하고 묵혀둔 일종의 숙원사업 같은 글이었습니다. 


"내가 괜히 긁어부스럼 만드는게 아닐까?"
"에이전시는 블랙 기업만큼이나 좋은 회사도 많은데 내가 이 글을 썼다가 에이전시 업계 전체 이미지에 먹칠을 하는건 아닐까?" 같은 부담감이 마음 한구석에 늘 자리잡고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을 발행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가끔 이쪽 업계에 발을 들이려고 하는 사람이 저에게 에이전시 홈페이지 주소를 보내주며 물어볼 때가 있습니다.


"이번에 내 동생이 면접 보는 회사인데 어때?"


블랙기업은 잡플래닛까지 갈 필요도 없이 홈페이지만 봐도 삘이 딱 옵니다. 

지인이 보내준 회사도 그랬습니다. 저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가며 면접을 만류했지만 지인의 동생은 결국 그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그만큼 절박했으니까요. 그리고 예상했듯 끝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도시락 싸들고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한 걸 후회했습니다. 


그리고 10년전 에이전시 업계에 입문했던 내 인생 최악의 블랙기업이었던 첫회사를 수소문했을 때 그곳이 지난 10년동안 이름을 2번이나 바꿔가면서 과거를 세탁하고 멀쩡히 살아있다는 사실에 분노했습니다. 아직도 구직자의 절박한 마음과 열정을 빨아먹는 거머리 같은 회사들이 있다는 사실에 좌절했습니다. 10년동안 변한게 하나도 없어서요.


저는 당했지만 제 뒤의 누군가는 당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단 한명이라도 이 글을 읽고 블랙기업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만족합니다. 


지금 자신이 다니고 있는 에이전시가 위 항목 중 2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라는 분들께 마지막으로 꼭 하고싶은 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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