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4월 28일. 롯데 7개 계열사 온라인몰을 통합한 롯데온이 소비자들에게 첫선을 보였습니다. 롯데 그룹이 온라인 전환을 위해 2년간의 준비기간과 3조원을 투자한 신동빈 회장의 야심작 롯데온. 초개인화를 앞세워 2023년까지 20조원의 연매출과 이커머스 업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출범 초기 야심찬 포부는 출발부터 삐걱거렸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위기의 롯데그룹을 살릴 구원투수에서 출시 6개월 만에 그룹 내 골칫거리로 전략해버린 롯데온. 롯데온은 왜 실패했을까요?
이제부터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5년간 이커머스 업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통합몰이었습니다. 이러한 시류에 가장 발 빠르게 반응한 것은 패션업계였습니다. LF Mall(LG패션/2014), SSF(삼성패션/2015), 한섬몰(2016) 등 패션 업계는 흩어져있던 자사 브랜드들을 규합하여 통합몰을 오픈했고 신세계 그룹은 2019년 온라인 통합법인 SSG닷컴을 출범하여 통합몰 대열에 합류하였습니다. 도대체 통합몰이 어떤 이점이 있길래 다들 통합몰에 열을 올리는 걸까요? 롯데온 분석에 앞서 먼저 통합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통합몰에 대한 이해가 롯데온의 실패를 분석할 수 있는 핵심 Key Point가 될테니까요.
개별몰과 비교해 봤을 때 통합몰이 가지는 장점은 크게 4가지입니다.
1. 관리 비용 절감
2. 물류통합
3. 브랜드 인지도 향상
4. 효율적인 네트워크 자원 재배분
A라는 그룹에 7개의 개별 브랜드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7개 브랜드를 개별몰로 구성할 시 브랜드 개수만큼 홈페이지와 서버, 관리인력이 필요합니다. (실제 서비스는 이렇게 무식하게 구성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예일 뿐입니다) 그런데 7개 브랜드를 하나의 통합몰로 관리하면 홈페이지는 하나, 서버와 관리인력은 개별몰보다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별몰이면 별도의 홈페이지와 인프라를 구성해야 하지만 통합몰이면 영역 하나만 마련해주면 됩니다. 통합몰이 가지는 가장 큰 이점 중 하나가 바로 인프라 비용의 절감입니다.
서점패션이라는 가상의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서점패션은 A부터 G까지 7개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홈페이지에서 옷을 주문하면 용인에 있는 하나의 물류창고에서 물건이 배송됩니다.
서점군은 A 브랜드에서 자켓을 하나 B 브랜드에서 바지를 하나 구매했습니다.
배송비가 2500원일 경우 각각 배송비는 얼마가 부과될까요?
정답은 개별몰에서는 5000원, 통합몰에서는 2500원의 배송비가 부과됩니다.
위에서 물류센터는 한곳이라고 가정하였습니다. 하지만 개별몰 구조에서는 A브랜드와 B 브랜드의 홈페이지가 각각 별도이기 때문에 A 브랜드 2500원 B 브랜드 2500원, 총 5000원의 배송비가 부과되지만 통합몰에서는 A,B 브랜드가 하나의 통합몰에 있기 때문에 2500원의 배송비만 부과됩니다.
통합몰로 전환하면 배송비 절감뿐만 아니라 포장횟수, 물류케파 등 운영 비용 절감과 효율적인 배송 프로세스, 물류센터 운영이 가능해집니다. (물류센터가 통합되었다고 가정할 경우)
서점유통은 7개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글로벌 유통회사입니다. 서점유통이 거느린 7개 브랜드의 인지도는 매우 높고 고객 충성도는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서점유통의 사장인 서점군은 어느 날 길을 가다 폴딩 카트를 발견하고 그 편리함에 매료되어 (주)서점폴딩이라는 폴딩 카트 브랜드를 론칭하기로 합니다. (전개가 이상해도 이해해주세요...) 서점군은 새로 론칭한 서점폴딩의 홍보전략을 고심합니다. 서점군은 무능했지만 유능한 부하를 둔 덕분에 샥닷컴이라는 통합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서점군은 통햡몰에 서점폴딩을 샥 입점시킵니다.
무능한 서점군은 홍보를 1도 하지 않았지만 샥닷컴의 충성스러운 고갱님들이 새로 입점한 서점폴딩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통합몰과 충성스러운 고객을 가진 것만으로 손쉽게 폴딩카트 브랜드를 론칭시키고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 위의 예와 유사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바로 쓱닷컴인데요. 쓱닷컴은 신세계 계열사인 스타벅스를 통합몰에 입점시켜 스타벅스의 충성고객을 쓱닷컴으로 유인하여 굿즈와 식음료 판매로 톡톡히 재미를 봤습니다.
위의 서점유통 예처럼 브랜드 인지도가 전무한 신규 브랜드를 통합몰에 입점시켜 브랜드 인지도를 쌓을 수도 있고 반대로 쓱의 예처럼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를 통합몰에 입점시켜 통합몰의 유인효과를 거둘 수도 있습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서점유통의 개별몰은 각 브랜드당 최대 동시접속자수 10명,
통합몰은 최대 50명의 동시접속자를 수용할 수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A 브랜드에서 어느날 재고 떨이로 특가 세일을 진행합니다.
평소에는 5명을 유지하던 동시접속자가 폭주하여 20명이 들어옵니다.
이럴 경우 개별몰의 A 브랜드 사이트는 접속 불가 상태가 됩니다. 반면 통합몰은 최대 50명까지 동시접속이 가능해 원활한 홈페이지 접속이 가능합니다. 분명 동일한 7개의 브랜드를 관리하고 통합몰이 개별몰보다 동시접속자 리소스를 20명이나 줄였는데도 개별몰은 접속 불가 상태가 되고 통합몰은 원활한 서버 운영이 가능해집니다.
서버 리소스는 보통 해당 사이트에 최대 몇 명이 들어올까를 감안하여 설계됩니다. 그런데 동시접속자는 접속량이 항상 일정치 않다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직장인을 타겟으로 한 쇼핑몰의 경우 월요일에 가장 주문이 많고 토,일요일에 가장 주문이 적은 특성을 보입니다. 최대 접속량이 10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월요일에는 7명 토,일요일에는 5명이 들어오는 식이죠. 그러면 월요일에는 서버 자원의 70%를 활용하지만 토/일요일에는 서버 자원을 50%밖에 활용하지 못합니다. 요일에 따라 서버유휴자원의 편차가 발생하는 거죠.
조금 더 쉬운 예를 들어볼까요.
A 브랜드와 B 브랜드의 동시접속자가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개별몰에서는 월요일에는 A 브랜드, 화요일에는 B 브랜드의 최대 동시접속 인원이 초과되어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게 됩니다. (빨간점선박스) 하지만 통합몰에서는 통합된 자원을 배분하기 때문에 접속이 가능하죠. 또한 서버유휴자원 부분에서도 통합몰이 개별몰보다 더 효율적인 자원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파란박스 / 숫자가 낮을수록 서버자원을 더 잘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
물론 네트워크 자원은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자유롭게 조절이 가능합니다만 통합몰은 클라우드를 도입하지 않고도 가용 자원만으로 유휴자원을 줄이면서 서버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통합몰의 개념에 대해 살펴봤다면 다음은 통합몰의 구현 방법론에 대해 살펴볼 차례입니다. 통합몰은 여러 개의 브랜드 사이트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분명한 성공 공식이 존재합니다.
통합몰의 성공 공식은 크게 4가지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1.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개별 브랜드몰
2. 통합몰의 브랜드 정체성 유지
3. 브랜드 간 유기적인 연결
4. 용이한 확장성
브랜드 전략에서 온라인몰의 역할은 타채널과의 유기적인 연계, 브랜드 고유의 헤리티지와 정체성을 홈페이지에서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입니다. 통합몰도 마찬가지입니다. 통합몰이기에 앞서 개별 브랜드이기 때문에 통합몰에서도 개별 브랜드의 정체성이 잘 표현되어 있어야 하고 고객이 해당 브랜드의 사이트임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할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합니다.
통합몰에서 브랜드의 정체성이 중요한 이유는 통합몰로 접근할 수 있는 루트가 여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1) 통합몰에서 해당 브랜드 또는 상품을 인지하고 접속
2) 포털 사이트에서 해당 브랜드를 검색해서 홈페이지 접속
3)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해당 브랜드의 상품 상세페이지로 이동
1번의 경우 통합몰을 경유해서 이동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이 사이트는 통합몰임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하지만 2,3번의 경우는 통합몰이 아닌 브랜드몰임을 인지하고 사이트에 접속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나는 브랜드 사이트인줄 알고 들어갔는데 통합몰이 나와버리면 사용자의 브랜드 인지와 경험에 혼란이 생겨버리기 때문이죠.
그래서 통합몰이지만 브랜드 페이지에 가면 개별 브랜드 사이트처럼 보일 수 있도록 브랜드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 표현해줘야 합니다. 타 업계보다 발빠르게 통합몰을 추진한 패션 업계는 이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요?
LF몰은 개별 브랜드몰을 두지 않고 위 이미지와 같은 형태로 개별 카테고리의 서브 페이지처럼 브랜드몰을 취급합니다. 상단에 화보 사진을 넣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게 전부죠. 멀티숍과 다를 바가 없는 구성인데 이런 구성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패션 통합몰이 오픈마켓화 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자사가 취급하는 브랜드 이외에도 타 브랜드 상품을 입점시켜 통합몰에서 취급하다보니 자사 브랜드와 입점 브랜드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진 것이죠. 자사 브랜드만 브랜드몰을 만들자니 입점 브랜드와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기니까요. LF몰은 LG 패션의 브랜드들을 아우르는 통합몰이라는 개념보다는 자사 상품과 입점 상품을 판매하는 패션 오픈마켓이라는 관점에서 통합몰을 추진했습니다. 이러면 매출은 올릴 수 있을지 몰라도 방문자들은 홈페이지에서 닥스의 브랜드 정체성을 느낄 수 없게 됩니다. LF몰이 다른 패션 브랜드들에 비해 통합몰이 빨랐던 것은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LF몰이 추구했던 것은 통합몰이 아니라 '패션 오픈마켓'이었으니까요.
한섬몰은 LF몰과는 다른 전략을 구사합니다. 자사 브랜드 홈페이지를 한 곳에 모으고 오픈마켓이 아니라 철저히 자사 브랜드 제품만을 판매하는 자사 통합몰이라는 관점에서 한섬몰을 기획했습니다. 한섬몰은 각 브랜드를 클릭하면 개별 브랜드 메인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측면에서 아쉬운 점은 있으나 통합몰이라는 본래 기획의도와 장점, 취지를 잘 살린 사이트입니다.
한섬몰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부분에서 2%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주 멀지 않은 곳에 개별 브랜드의 정체성을 잘 표현한 통합몰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쓰윽입니다.
쓱닷컴은 각 브랜드의 CI 컬러를 활용해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으려 했습니다. 주목할만한 건 단순히 네비게이션 컬러만 바꾼 것이 아니라 네비게이션과 레이아웃도 각 브랜드 특성에 맞춰 조금씩 변화를 줬다는 점이죠. 상단에 쓱닷컴 검색 영역을 때고 보면 브랜드 개별 홈페이지라고 봐도 손색없는 구조입니다.
롯데온의 표현방식은 쓱보다는 다소 소극적입니다. 레이아웃과 UI는 동일하고 포인트 컬러를 사용해 조금씩 포인트를 주고 카테고리 구조만 살짝 다르게 바꿨습니다. 이 구조는 A 브랜드몰에서 B 브랜드몰로 이동했을 때 통일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획일화된 구조 때문에 개별 브랜드의 콘셉트와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위에서는 개별 브랜드몰의 정체성을 살려야 된다고 했는데 갑자기 왜 통합몰의 브랜드 정체성이 나오냐고요? 개별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통합몰도 하나의 브랜드이기 때문이죠. 통합몰이 단순이 개별 브랜드 페이지를 담는 그릇이자 브릿지 페이지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몰 자체도 하나의 브랜드이기 때문에 개별 브랜드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통합몰의 브랜드 정체성 역시 유지하는 다소 모순된 상황이 펼쳐집니다.
쓱은 브랜드 페이지에서도 쓱의 검색 영역과 상단 네비게이션을 유지합니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여기는 쓱이야라고 인지시키는거죠. 개별 브랜드의 정체성과 쓱이라는 통합몰의 정체성 사이에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은 아주 좋은 구성입니다.
롯데온은 개별 브랜드 페이지로 가면 롯데온임을 숨깁니다. 페이지만 봐서는 롭스의 홈페이지인지 롯데온안에 있는 롭스의 브랜드 페이지인지 알수 없는 구성이죠. 통합몰이라기보다는 포털에 가까운 형태입니다. 쓱이 개별 브랜드몰을 쓱이라는 하나의 바구니에 담는 형태라면 롯데온은 개별 브랜드들을 해당 페이지로 이동하는 관문이자 안내자 같은 역할로 정의합니다. 롯데온은 그냥 잠시 스쳐 지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롯데온이라는 브랜드 정체성과 존재가치가 희미해지는거죠.
통합몰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면 통합몰간의 유기적인 연결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A 브랜드 물건을 보다가 B 브랜드 물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거나 A 브랜드 물건을 구입하는 김에 겸사겸사 B 브랜드 물건도 함께 구매하는,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그런 연결이죠.
쓱은 네비게이션에 탭 형태로 브랜드를 나열해서 브랜드 페이지간 이동이 용이하도록 구성했습니다. 내가 스타벅스에 있다가 이마트몰에 가고 싶으면 상단 네비에서 이마트몰 탭을 클릭하기만 하면 이동이 되는 방식입니다.
롯데온은 쓱에 비해 이동 방법이 조금 복잡합니다. 좌측의 롯데ON몰 이동 버튼을 클릭해서 레이어를 펼치고 그중에서 원하는 몰을 선택해서 이동하는 방식이죠. 쓱에 비해 몰 이동시 클릭 횟수가 한번 더 많아지는 구조입니다.
신규 브랜드 런칭, 브랜드 인수, 신규 몰 입점 등 브랜드가 추가될 수 있는 상황은 많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통합몰은 항상 브랜드 추가가 용이하도록 확장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롯데온에 대해 분석해볼 차례입니다.
롯데온에 대해 분석할 때는 아주 좋은 비교 모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최근 들어 가장 성공적인 통합몰 사례로 평가받는 쓱입니다. 일단 네비게이션 부분부터 알아볼까요.
SSG의 네비게이션 영역은 스큐어모피즘 스타일을 표방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웹브라우저의 탭 영역을 본따 브랜드 영역을 구성했습니다. 유저들에게 익숙한 스타일이다 보니 별도의 학습 없이 쉽게 브랜드 영역을 인지하고 이동할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어쩌면 전통적인 스큐어모피즘보다는 변형적인 뉴모피즘 스타일에 가깝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쓱의 네비게이션 영역에 대해 평가하자면 100점 만점에 98점입니다. 통합몰의 함의를 잘 이해하고 그것을 기능적으로 잘 구현한 UI입니다.
롯데온은 좌측에 몰이동 레이어를 제공합니다. 이건 과거 유행했던 리모콘 UI인데 (제가 마음대로 붙인 명칭) 브랜드를 클릭하면 해당 몰로 이동합니다. 앞선 브랜드간 유기적인 연결에서도 잠깐 설명했던 건데 다른 브랜드 몰로 이동하려면 쓱에 비해 클릭을 한번 더 해줘야 하는 구조입니다. 디자인의 세련됨이나 구조적인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이 UI가 최악인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롯데온의 리모콘 UI는 콘텐츠 영역 밖에 위치해있습니다. 이것만 봐서는 왜 최악인지 모르겠다고요? 쓱과 비교해보면 롯데온의 UI가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있습니다.
쓱의 기준은 가운데입니다. 가운데를 기준으로 콘텐츠의 좌우 폭이 줄어드는 형태입니다. 가로 최소 해상도는 1280px로 1280까지는 브랜드 좌우 폭을 줄여가며 커버할 수 있는 형태죠. 애초에 설계 시부터 최소 해상도를 고려해서 해상도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가 된 구조입니다.
롯데온의 기준은 리모컨입니다. 리모콘을 기준으로 콘텐츠의 우측 폭이 줄어드는 형태입니다. 1280 해상도 일 때 우측 폭이 잘려 보입니다. 왜 이런 구조가 됐냐면 리모컨 때문입니다. 리모컨만 없다면 쓱처럼 기준을 가운데로 잡고 좌우 해상도를 줄이는 식으로 1280 해상도를 대응할 수 있는데 해상도가 줄어들어도 좌측 리모컨은 무조건 보여야 되는 형태로 만들다 보니 좌측 리모컨 영역 크기만큼 우측 콘텐츠가 잘리게 됩니다. 이건 UI의 기본을 못지 킨 겁니다. 콘텐츠에 맞춰 레이아웃을 설계해야 되는데 레이아웃을 잡고 콘텐츠를 끼워 넣는 형태로 만들다 보니 저런 미스가 발생하는 거죠.
네비게이션을 보면 롯데온과 SSG가 통합몰을 어떠한 전략과 관점으로 설계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SSG가 여러 개의 브랜드를 한 바구니에 품는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통합몰을 설계했다면 롯데온은 개별 브랜드를 안내하는 관문이자 포털이라는 관점에서 통합몰을 설계하였습니다. SSG가 물리적인 통합으로 통합몰을 만들었다면 롯데온은 논리적인 통합으로 통합몰을 설계한거죠.
이 두 사이트의 상반된 전략이 SSG와 롯데온을 이해하는 시작이자 끝입니다. 이 전략은 네비게이션뿐만 아니라 브랜드몰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롯데온은 롯데백화점을 클릭 시 '롯데백화점으로 이동합니다'라는 메시지를 표시합니다. 이 화면 어디서 많이 본 화면이죠?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상세 페이지로 넘어갈때 표시되는 화면입니다. 제가 롯데온의 통합 전략이 포털이라고 표현한게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롯데면세점은 더 심한데 클릭 시 앱내에서 이동하는 형태가 아니라 아예 롯데면세점 어플로 화면을 넘겨버립니다. 단순 링크죠. 통합몰이라는 구호가 무색해지는 순간입니다.
SSG는 브랜드몰 클릭 시 해당 브랜드 페이지 메인으로 이동합니다. 홈페이지 내에서 브랜드몰을 이동하는 형태로 통합몰이라는 정의에 알맞은 구성입니다.
11월 30일 롯데면세점은 내국인 전용 면세점인 럭스몰을 론칭합니다. 정부의 내수통관 면세품 판매 정책 (코로나로 판매하지 못한 면세품을 내국인에게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제도)에 따라 내수통관 면세품만을 판매하는 전용샵을 오픈한건데요. 재밌는 건 럭스몰 런칭 이전에는 롯데온을 통해 내수통관 면세품을 판매했다는 점입니다. 롯데온 출범 이후 최대의 히트상품이었던 내수통관 면세품을 롯데온에 브랜드관을 만들어 키워줘도 모자를 판에 별도 사이트를 만들어서 독립한거죠.
반대로 이와 정반대의 전략을 펼친 곳이 있습니다. 11월 25일 오픈한 SSG의 스타벅스입니다. 그동안 온라인 판매채널이 없던 스타벅스가 SSG에 전용 브랜드관을 만들어 굿즈와 기프트 상품, 새벽 배송을 통한 식음료 판매를 시작한건데요. 온라인 판매 채널이 필요했던 스타벅스와 스타벅스의 브랜드 네임, 높은 고객 충성도가 필요했던 SSG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입니다. 양사 간의 이런 합종연횡은 스타벅스의 매출뿐만 아니라 새벽배송의 매출까지 상승시키며 흥행몰이에 성공한 모양새입니다.
여기서 다시 SSG와 롯데온의 통합 전략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SSG에 입점된 15개 브랜드(12월 13일 기준) 중 외부 업체인 LG전자를 빼고 시코르와 까사미아, SI빌리지(신세계 인터네셔널 소속)를 제외하고 이마트몰을 비롯한 신세계그룹의 11개 브랜드는 별도의 온라인몰을 운영하지 않습니다. 신세계 브랜드의 상품을 구매하려면 어쩔 수 없이 SSG에 접속해야 되는 구조죠.
반면 롯데온에 입점된 8개 브랜드 중 3개 브랜드 (롯데면세점, 하이마트, 롯데홈쇼핑) 는 롯데온과 별개로 각자의 개별 브랜드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전 계열사가 통합몰 올인 전략을 펼친 신세계에 비해 롯데그룹은 계열사가 각자 도생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두 통합몰의 상반된 전략은 면세점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면세점은 주문 과정과 물류 프로세스가 특수해 일반몰과 통합하기 힘든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세계도 계열사로 면세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통합몰 통합대상에서 과감하게 제외한 반면 롯데온은 롯데면세점에 이동할 수 있는 링크를 제공했습니다. 신세계는 물리적인 통합을 중시한거고 롯데는 논리적인 통합을 중시한 결과물입니다.
4월 27일 정식 출시 전 전략 설명회에서 쇼핑계의 넷플릭스가 되겠다는 야심찬 포부와 함께 출발을 알린 롯데온. 그러나 오픈 첫날인 28일 오전 10시부터 트래픽 과부하에 따른 서버 다운 사태가 발생하였습니다. 출발부터 삐걱거린거죠.
롯데온의 서버 다운 사태는 6월 23일 재고 명품 판매 때도 한차례, 10월 27일 롯데온세상때도 한차례 이어졌습니다. 트래픽이 몰리면서 서버가 다운되는 건 흔한 풍경입니다. 업체의 예상보다 훨씬 방문자가 많았을 수도 있고 시스템 구조상 트래픽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죠. 그런데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는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롯데그룹의 전산망을 담당하고 있는 롯데정보통신은 AWS의 초기파트너라는 사실을요.
2016년 아마존이 AWS의 국내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때 파트너사로 선정한 곳이 KT와 SK브로드밴드, 롯데정보통신 3곳입니다. 국내 SI업계 중에서는 롯데정보통신이 최초였죠. 그리고 롯데정보통신은 AWS를 기반으로 수많은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했습니다. 아마 국내 SI업체 중 가장 많은 AWS 구축 경험과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곳이 롯데정보통신일겁니다. 그리고 롯데온은 AWS를 사용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이해가 잘 안가죠? AWS 구축과 운영 경험이 많은데 서버 다운이 잦다? 한 언론 기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20년 6월 23일 일요신문
‘오프라인’ 사고방식 못 버린 탓? 야심찼던 ‘롯데온’ 멋쩍은 스타트 기사 中
롯데닷컴, 하이마트 등 롯데그룹의 많은 시스템들은 롯데정보통신이 구축한 ECS를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롯데온은 신기술인 EKS를 사용해서 구축했죠. 저 기사에서 등장한 경쟁사는 SSG를 의미합니다. 어떤 시스템이 효율적일가?는 생각하지 않고 신기술이고 경쟁사도 썼으니까 우리도 쓰자라는 전형적인 2등 기업의 마인드입니다. 구축과 운영 경험이 풍부한 ECS를 버리고 새로운 기술인 EKS를 사용하니 서버가 불안정하고 오류가 잦은 게 아닐까 라는 게 개인적인 추측입니다.
서버 다운이야 뭐 흔한 거고 다른 사이트들도 종종 발생하는 문제니까 그럴 수 있습니다. 어차피 서버 다운이야 일시적인 문제니까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롯데온은 론칭한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느린 속도와 에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에러와 속도저하를 거의 느낄 수 없는 쓱과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쓱과 롯데온의 구글 앱스토어 평점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건 평균 평점이 아니라 평점 1점의 부정평가 항목입니다. 쓱도 1점대 평점이 많긴 하지만 4점대 평점도 있고 5점대의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많습니다. 불만이 있긴 하지만 평타 정도는 칠 수 있는 앱이라는거죠. 그런데 롯데온은 1점대 부정평가가 5점보다 훨씬 많습니다. 리뷰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론칭한 지 1년이 넘은 쓱의 리뷰수가 7천대인데 비해 론칭한 지 이제 반년 된 롯데온은 2배 인 1.7만대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사용자가 앱을 평가하는 행동 양식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앱에 긍정적인 경험과 평가를 가진 사람이면 평가를 잘 남기지 않습니다. 잘 쓰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부정적인 평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앱에 부정적인 평가를 남길 확률이 높습니다. 내가 맛있고 친절한 음식점에 갔다면 음 맛있군하고 만족하고 말테지만 불친절한 음식점에 가서 불쾌한 경험을 했을 때 식당 평가에 대한 리뷰를 남기는 것과 같죠.
하인리히의 법칙에 따르면 "1건의 강력한 고객 클레임 이전에 29건의 일반적인 클레임이 있었고, 그 뒤에는 300개의 소리 내지 않는 손님들의 불만이 있었다"라고 합니다. 미국의 제너럴시스템은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에 만족할 경우 6명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만, 불만족스러울 경우에는 22명에게 이 사실을 전파한다.”라고 현대 소비자의 특성에 대해 정의합니다. 즉 불만을 제기한 고객의 뒤에는 불만이 있지만 불만을 표출하지 않고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고객, 불만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수많은 고객들이 존재한다는거죠.
일부러 설치하고 방문해야 하는 애플리케이션의 특성상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된 고객은 해당 서비스를 앞으로 이용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려면 수많은 인식개선과 기회비용이 발생하죠. 롯데온은 가장 중요한 첫인상에서 많은 방문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겼습니다. 서비스의 편리함을 거론하기 이전에 잦은 접속 오류와 기능 오류가 발생하는, 기본적인 사용조차 원활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을 누가 계속 이용하고 싶을까요?
첫인상이 좋지 않았다면 UI/UX는 어떨까요? 하나씩 차근차근 UI/UX를 분석해봅시다.
카드 결제 청구할인이 적용되는 상품이 있습니다. 롯데온은 결제화면에서 카드를 선택해도 청구할인 금액을 안내해주지 않습니다. 쇼핑몰 자체 할인가가 아니고 청구할인이니까요. 우리는 물건 금액을 카드사에 청구했고 카드사 이벤트로 가격을 깎아주는 거니 몰에서는 굳이 해당 가격을 안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거죠.
반면 쓱은 결제금액 안내에서 한번, 결제 버튼에서 또 한번 청구할인 금액에 대해 안내합니다. 청구할인이라 쇼핑몰측에서 안내해줄 의무는 없지만 고객 편의를 위해 알려주는 겁니다. 굉장히 사소한 디테일이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다를 겁니다.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내가 얼마를 주고 이 물건을 사느냐 하는 것이니까요.
상품 상세페이지에서 스크롤을 내리면 롯데온은 해당 상품의 상품명이 뭔지 알 수 없습니다. SSG는 스크롤을 내리면 상단에 상품명을 표시합니다.
인간은 시각적 요소에 영향을 많이 받는 동물입니다. 기능이 다른 두 가지 요소에 대해 시각적인 차별성을 주면 인간은 시각적 차별성만으로 두 기능의 차이를 인지할 수 있게 됩니다. 좁은 의미의 HCI 개념 중 하나입니다. 롯데온은 장바구니 담기와 바로 구매하기 두 가지 기능에 동일한 컬러를 사용하는데 비해 SSG는 서로 다른 컬러를 사용합니다. 어떤 게 더 좋은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롯데온은 상품명 우측에, SSG는 바로구매 우측에 좋아요 버튼을 배치했습니다. 버튼의 배치는 사용자가 어떤 시점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가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면 어느 위치가 좋을지 알 수 있습니다.
1) 제품의 간략정보와 가격을 보고 좋아요를 누름 (나중에 관심이 생기면 상세정보를 보겠다)
2) 제품 상세정보를 끝까지 보고 좋아요를 누름 (나중에 지름신이 오거나 필요해지면 사겠다)
즉 좋아요를 누르는 시점은 대중이 없습니다. 상품 상단의 상세페이지만 보고 좋아요 버튼을 누를 수도 상품 정보를 중간이나 끝까지 다 보고 좋아요 버튼을 누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아요 버튼은 페이지의 특정 위치가 아니라 페이지의 어디에서든 누를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합니다. 이왕이면 터치하기 편한 엄지영역에 둔다면 더 좋겠죠?
쇼핑몰 상세페이지에서 고객의 주목도가 가장 높은 영역은 상품 이미지와 가격 부분입니다. 그래서 2개 정보는 사용자가 접속 시 제일 먼저 볼 수 있도록 페이지 상단에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가격정보 영역이 주목도가 높은 만큼 가격 정보 영역을 잘 활용하면 고객의 구매유도나 전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롯데온은 가격정보, 할인혜택, 배송정보를 Dry 하게 안내합니다. 별로 특이할 것이 없는 구성이죠. 반면 SSG는 최근 구매횟수나 리뷰 정보를 안내합니다. 구매 횟수 부분은 이전에 호텔 OTA 글에서 설명드린적이 있는데 지금 몇명이 보고 있다 식으로 사용자의 초조함을 유발할수도 몇명이 구매했다 라는 형태로 상품의 공신력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여기다가 사용자 후기를 함께 배치하면 상품에 대한 신뢰도도 함께 높일 수 있겠죠?
롯데온 하단영역을 자세히 다른 사이트와 다른 특이점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이페이지가 좌측에 있고 다른몰들에는 없는 주문배송이 우측에 위치해있죠. 다른 사이트들과 비교해보면 이게 얼마나 특이한 건지 알 수 있습니다.
하단영역은 어떤앱이든 큰 틀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필요로 하고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정해져있고 그 사이에 우선순위만 조금씩 다를뿐이죠. 특히 하단영역 우측이 사용자 접근성이 가장 높은 '엄지영역'이기때문에 사용자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기능을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롯데온은 특이하게 배송조회를 우측 영역에 배치하고 마이페이지를 좌측에 배치했습니다. 다른 사이트랑 비교해봐도 롯데온만 꽤나 튀는 구성입니다.
분명 롯데온이 배송 조회를 엄지영역에 배치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클릭율과 같은 데이터 기반일 수도 있고 통합몰의 성격에 따른 전략적인 구성일 수도 있죠. 하지만 마이페이지보다 배송조회가 중요한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듭니다.
롯데온은 검색결과 화면에서 검색어 삭제 기능을 제공합니다. 삭제 버튼을 터치하면 검색어가 삭제된 통합 검색 팝업화면이 표시됩니다. 기능상으로는 검색어를 삭제하였는데 Dimd로 가려진 뒷 배경화면에서는 여전히 이전 검색결과가 표시됩니다.
SSG는 검색결과 화면에서는 검색어 삭제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검색어 팝업화면에서 검색어 삭제 기능을 제공합니다. 여기서 검색어 삭제 버튼을 누르면 검색어가 초기화됩니다.
언뜻보면 별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느끼게 됩니다. 사용자가 검색어 삭제를 눌렀을 때는 나는 이 검색어 말고 다른 검색어를 입력하고 싶어. 지금 검색결과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롯데온은 통합검색 화면을 Dimd로 표시하기 때문에 검색어 자체는 삭제하지만 뒷배경에는 여전히 이전 검색어로 검색된 결과페이지가 표시됩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내가 검색어를 제대로 삭제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게 됩니다. 반면 SSG는 팝업에서 검색어 삭제 시 검색어가 삭제된 화면을 명시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내가 검색어를 제대로 삭제했다는 걸 인지하게 됩니다.
이 둘의 결정적인 차이는 또 있습니다. 검색 팝업 (롯데온 2번화면, SSG 3번 화면)에서 팝업을 닫으면 둘다 검색결과인 1번 화면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롯데온은 검색결과인 1번 화면에서 검색어를 삭제할 수 있고 SSG는 검색팝업인 2번에서 검색어를 삭제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롯데온은 분명히 검색어를 삭제했는데 검색 팝업을 닫으면 삭제했던 검색결과 화면으로 다시 돌아간다? 뭔가 앞뒤가 안 맞죠. 사용자가 검색어를 삭제한다는 건 더 이상 이 검색결과 화면을 보고 싶지 않다 라는 뜻인데 롯데온은 삭제했던 검색어의 검색결과를 다시 보여줍니다.
SSG가 1번 검색결과 페이지에서 검색어 삭제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건 검색어를 삭제했을 때 하단 컨텐츠 영역에 어떤 내용을 표시할 것인가 부분이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전체 상품을 보여주기도 추천상품을 보여주기도 애매하기 때문에 검색결과 화면에서는 삭제 기능을 빼고 검색 팝업화면에서만 검색어 삭제 기능을 제공하는 거죠. 그러면 검색 팝업을 닫아도 검색결과가 표시되는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나는 검색결과화면이 아닌 검색 팝업에서 검색어를 삭제한 것이니까요. 그런데 롯데온은 검색결과에서 검색어 삭제 기능을 제공하는데 검색어를 삭제해도 검색결과 페이지는 계속 유지됩니다.
이건 검색어 삭제라는 기능을 설계할 때 유저의 경험(experience)을 무시하고 기능적으로만 시스템을 설계했을 때 생기는 문제입니다. 유저가 검색어를 삭제할 때 의도와 생각을 고려하지 않고 UI를 단순히 기능 중심으로 해석한 결과물입니다.
사펑이 하고 싶던 서점군은 RTX 3070라는 키워드로 제품을 검색해서 총 282개의 상품을 찾았습니다. 이왕이면 근처 롯데백화점이나 하이마트 매장에서 물건을 수령하고 싶었던 서점군은 선택할 수 있는 매장을 모두 선택 후 상품 보기 버튼을 클릭합니다. 그리고 한 개라는 충격적인 검색결과를 마주하게 됩니다. 나머지 281개 상품은 어디로 간 걸까요?
나머지 281개 상품은 롯데온이라는 오픈마켓에 등록된 개별 셀러들의 물품입니다. 그래서 매장으로 검색하면 검색결과 화면에서 표시되지 않는 거죠. 그럼 롯데온이라는 오픈마켓에 등록된 상품만 검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롯데온은 자사 브랜드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는 오픈마켓 물품은 검색도 안 되는 서자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놓고 차별하는데 제가 셀러라면 롯데온은 별로 입점하고 싶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롯데온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제가 느낀 첫인상은 롯데홈쇼핑의 새로운 온라인몰 브랜드인가? 였습니다. 주위 사람들 반응도 비슷했습니다. 롯데닷컴의 새로운 이름인가? / 엘롯데가 이름 바꿨어? 같은 반응이 대다수였죠. 이름에서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몰이라는 아이덴티티를 느끼기 어려운 네이밍입니다.
신세계 그룹은 SSG라는 신규 브랜드를 앞세웠습니다.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기 위해 공중파, 케이블, 포털, 유튜브 등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전방위적인 홍보를 단행했죠. SSG의 마케팅은 근래 본 어느 브랜드보다 공격적이었습니다. 티비를 틀어도 포털에 접속해도 버스정류장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SSG의 광고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쯤 되면 쓱이 뭔지 궁금해서 들어가보고 싶을 정도로요. CM 전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거 읽어봐요 쓱~ / 코트하나 쓱 해야겠어요 / 쓱 찾아올께요 / 아침에 장봤으니까 5분뒤에 쓱 올거에요 쓱이라는 네이밍과 언어유희로 보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에 반해 롯데온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습니다.
롯데온이 쓱에 비해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던 건 롯데가 가진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를 믿었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통합몰을 새로운 이름으로 론칭한 쓱에 비해 롯데는 통합몰의 이름에 롯데를 붙여 롯데가 가진 인지도를 무기로 삼으려 했던 거죠. 이건 브랜드 전략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신세계는 SSG을 기존 오프라인 매장과는 다른 새로운 온라인 판매창구라는 형태로 인식했고 롯데는 롯데온을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연장선상에서 판매하는 채널만 바뀐 온라인 채널로 인식한거죠.
하지만 이건 큰 패착입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판매전략은 다릅니다. 오프라인이라면 몰라도 온라인에서는 사람들이 롯데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믿고 제품을 구매하지 않습니다. 그냥 내가 사려는 물건을 싸게 팔거나 우연히 거기에서만 팔아서 구매한것 뿐이죠.
이건 의류 통합몰의 예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LG패션의 LF Mall이나 삼성패션의 SSF는 새로운 이름의 온라인 통합몰을 만들었는데 대대적인 온/오프라인 홍보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쿠폰이나 적립금을 열심히 뿌리면서 사람들을 모객하려고 노력했을 뿐이죠. 왜일까요? 여기는 브랜드 파워가 있는 독점 브랜드들을 다수 보유한 곳들이기 때문입니다.
LF몰은 닥스, SSF에는 빈폴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있는 브랜드들이 존재합니다. 닥스나 빈폴 상품을 보려면 자연스럽게 자사통합몰로 이끌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됩니다. LF와 SSF는 자신들이 가진 의류 브랜드의 브랜드 파워를 믿었던 겁니다.
여기에 온라인몰에서는 파는 익스클루시브 상품을 끼얹어주면 자사몰의 확실한 차별성이 생깁니다. 쓸데없는 홍보비용을 지출하느니 그 비용을 고객에게 돌려줘 자사몰의 인지도와 유입 효과를 만드는 겁니다. 이건 우리 몰에서밖에 못사 / 우리 몰에서는 이런 스팟성 특가 상품을 팔아. 이래도 안 들어올래?
SSG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세계는 기본적으로 유통기업이지만 다양한 자사 브랜드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이마트몰의 피코크라던가 노브랜드, 자주, 까사미아 등 다양한 자사 브랜드들은 통합몰에서 고객을 유인하는 유인책 역할을 합니다. 타 유통업체와는 확실한 차별점이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세계는 SSG란 브랜드를 알리고자 천문학적인 금액을 광고비로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그 전략은 성공했죠. 우리나라에서 쓱을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최소한 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자 이제 롯데온의 브랜드들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롭스, 토이저러스, 면세점, 홈쇼핑, 하이마트. 이 회사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자사 브랜드가 없는 유통기업이라는데 그 문제가 있습니다. 자사 브랜드로 만드는 물건은 없고 다 남의 물건을 가져와서 판매만하는 유통기업들이죠. 이러면 몰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롯데온에서 파는 물건들은 롯데온말고도 다른 몰에서도 충분히 살 수 있는 물건이니까요. 독점 제품이 없으면 다른 몰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은 저가공세와 가격경쟁력뿐입니다. 전형적인 제살 깎아먹기식 전략이죠. 오프라인에서는 박리다매나 규모의 경제를 통한 대규모 물량공세가 통할지 몰라도 온라인에서는 이런 전략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롯데온은 매출이 떨어지자 롯데온세상이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파격세일과 물량공세를 펼쳐 매출을 끌어올렸습니다. 쿠팡식의 출혈경쟁은 하지 않겠다던 출범 초기의 구호가 무색해지는 순간입니다.
물론 롯데가 취급하는 브랜드 중에서도 국내 독점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유니클로와 무인양품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브랜드 충성도도 높고 (유니클로는 망했지만...) 독자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헤리티지를 보유한 브랜드들이죠. 이 브랜드들을 롯데온으로 끌어올 수 있었으면 롯데온에 꽤 큰 도움이 됐을 겁니다. 그런데 왜 못 끌어왔냐? 유니클로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이 지분 51%, 롯데쇼핑이 49%를 보유한 회사고 무인양품은 일본 양품기획이 지분 60%, 롯데상사가 40%를 보유하여 두 회 사 모두 롯데 측에서 주도권을 가지기 어려운 브랜드들이기 때문입니다. 브랜드 전략도 운영도 일본 본사에서 하달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운영에서 롯데가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죠.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일본의 잘 나가는 브랜드를 수입해 롯데의 유통망으로 깔아놓고 키우는 전략이 가능했지만 온라인에서는 더 이상 그런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되어버렸습니다.
비록 카피캣이라고 욕을 먹고 메종 티시아나 피에로쇼핑같이 망한 사례도 있지만 신세계 정용진 회장 일찍이 전문몰과 자사 브랜드에 주목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노브랜드와 자주, 스타필드였고요. 하지만 롯데는 유니클로, 무인양품 등 일본에서 성공한 브랜드들을 수입하며 자체 브랜드 개발에 소홀했고 그 결과물이 유통기업들만 가득하게 된 롯데온의 현주소입니다. 자사 브랜드가 없다면 유통이라도 잘했어야 했는데 유통은 어떨까요?
최근 무인양품이 오픈마켓 최초로 쿠팡에 입점을 발표합니다. 무인양품에서 롯데상사의 지분이 40%인 것을 생각하면 무인양품은 어떻게든 쿠팡이 아니라 롯데온으로 끌어와야 했습니다. 무인양품 고객들은 충성도 높기로 유명한데다가 무인양품 온라인몰은 이미 롯데 물류시스템과 유통망을 이용하고 L 포인트 적립도 되니까요. 무인양품을 롯데온으로 끌어올 수만 있었어도 시너지 효과가 꽤 괜찮았을 겁니다. 그런데 눈앞에서 쿠팡에게 뺏겨버렸죠. 유통도 계열사 컨트롤도 제대로 안 되는 총체적 난국인 상황입니다.
이렇게 독점제품과 브랜드 인지도가 딸리는데도 불구하고 롯데 통합몰은 롯데온 이란 브랜드를 알리는데 소홀했습니다. 그 결과가 SSG와 롯데온의 인지도, 그리고 위상 차이가 돼버린 것이고요.
독점 상품 없이 남들과 다른 유통 전략으로 큰 성공을 거둔 기업이 두 곳 있습니다. 바로 많은 분들이 잘 아시는 쿠팡과 마켓컬리입니다. 사실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할 혁신적인 아이템은 아닙니다. 이커머스 업체라면 한 번쯤 실무차원에서 가능성을 검토해볼 수 있는 아이템이었죠. 그런데 왜 아무도 하지 않았냐?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봐도 이익이 날 것 같지 않았거든요.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물류센터와 설비투자, 이를 운용할 운용인력과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직매입에 따른 재고부담도 짊어져야 하고요. 좋은 사업모델인 건 맞지만 물류센터 투자비용과 운영비용을 따져보니 아무리 계산해봐도 흑자가 날 구석이 없어 다들 좋은 걸 알면서도 안한겁니다. 기업은 철저하게 이익을 따지는 곳이니까요. 기존 업체들은 가만히 있어도 오픈마켓 중계수수료로 앉아서 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무리한 투자를 감행할 필요가 없었던 보신주의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어쩌면 무모해보이기까지한 쿠팡의 공격적인 투자는 쿠팡을 시장지배자로 만들진 못했지만 게임체인저로 만드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3조 가까운 적자를 감수해가며 구축한 쿠팡의 대규모 물류센터가 기존 업체들이 이커머스업계에 진출하는데 있어 진입장벽이 되기 시작한거죠.
쿠팡과 경쟁하려면 최소 쿠팡 절반만큼의 물류센터를 갖춰야 하는데 쿠팡의 절반만큼의 물류센터만 만들려 해도 조 단위의 돈이 필요합니다. 거기다가 운영비용까지 생각하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투자비용과 적자를 감수해가면서 쿠팡과 최저가 경쟁을 벌여야하죠. 공생은 애초에 불가능하고 상대를 쓰러뜨려야만 내가 살아남는 치킨게임의 양상이 되는데 문제는 치킨게임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시장지배자가 된다거나 대규모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기존 유통업체들은 시류를 생각하면 이커머스를 하긴 해야겠는데 하자니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안하자니 서서히 말라죽어가는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입니다.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SSG가 선택한 건 투트랙 전략입니다. 기존 이마트 오프라인 점포는 조금씩 근거리 물류센터로 전환하고 쓱배송 전용 온라인 물류센터인 네오(Next Generation Online Store)를 만들어 근거리, 원거리 배송에 대응하는 전략입니다. 비록 쿠팡에 비해 물류 케파는 많이 떨어지지만 쓱은 조금씩 꾸준히 성장하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질적인 적자구조는 피할 수 없겠지만요.
쓱의 물류전략이 투트랙이었다면 롯데온의 물류전략은 뭘까요?
롯데온의 물류전략은 O4O(Online for Offline)입니다. O2O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유기적인 결합이라면 O4O는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입니다.
여기서 잠깐 롯데온 오픈 하루 전인 4월 27일 롯데온 전략설명회에서 나온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 대표의 발언을 한번 들어봅시다.
20년 4월 27일 비즈니스 포스트
[일문일답] 조영제 "롯데온 출혈경쟁 않고 2023년 손익분기점 달성" 기사 中
- 경쟁사 대비 배송 차별화 전략이 있나?
“경쟁사에서 하고 있는 ‘새벽배송’과 같은 단일화된 배송서비스보다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배송 서비스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롯데가 운영하고 있는 전국 1만5천여 개의 점포를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천사 서점군의 해석
기존에 깔려있는 강력크한 롯데의 오프라인 유통망을 이용해서 배송을 해줄께
악마 서점군의 해석
오프라인 점포 못 잃어. 물류센터 세울 마음도 돈도 없어. 오프라인 매장으로 대충 어떻게 안될까?
경쟁사가 온라인에 올인하고 있는 걸 보고도 아직도 오프라인 점포 타령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3년 전에 유행하던 O4O라는 쌍팔년도 고리짝시절 단어를 들고 나온 것이죠. 롯데온의 모든 문제는 이 지점입니다. 모든 전략이 나는 오프라인 점포 못잃어로 시작되니 통합몰도 브랜드 전략도 스탭이 꼬여버린거죠. 경쟁사에 비해 온라인 전환이 한참 늦었는데도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습니다.
자 반대로 생각해봅시다. 신세계그룹도 롯데그룹만큼이나 많은 계열사와 오프라인매장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대형마트만 해도 이마트 130개, 롯데마트 120개로 이마트 매장이 롯데마트보다 더 많고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는 18개, 빅마켓 3개로 양으로 보나 질로보나 이마트쪽이 훨씬 앞섭니다.
그런데 왜 신세계는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만든 걸까요?
이건 오프라인 매장이 가지는 구조적 한계 때문입니다. 통합몰의 장점에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가 있으면 물류통합이 가능합니다. A브랜드에서 하나 B브랜드에서 하나 사도 택배는 합쳐서 하나만 오는 거죠. 근데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보내면 각 브랜드에서 물건을 보내니까 구매한 브랜드 수만큼 택배 개수가 늘어나게 됩니다. 무료배송이니까 소비자는 상관없다고요? 이 구조는 주문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적자도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쿠팡이 규모의 경제로 적자규모를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는 것도 결국 통합물류의 힘 덕분입니다. 롯데의 야심찬 포부처럼 23년까지 20조 매출을 달성하면 최소 적자가 1~2조는 날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거기다가 통합물류의 진짜 강점은 빅데이터의 활용입니다. 예를 들어 물류센터 근방에 대규모 신도시가 들어선다고 가정하면 물류센터에 이사나 입주 관련 용품을 잔뜩 비치해두면 효율적인 물류 운송이 가능해집니다. 롯데의 야심찬 포부가 23년까지 20조 매출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초 개인화였죠? 이 두 개를 달성하려면 무조건 대규모 통합 물류센터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롯데는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통합 물류센터의 장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압도적인 주문소화능력이죠. 롯데마트 기준으로 매장하나에 하루 소화 가능한 주문 케파가 500건, 롯데슈퍼가 매장 하나에 30~50건 정도입니다. 그런데 롯데마트의 김포온라인물류센터는 하루 1만건 주문 소화가 가능합니다. 온라인물류센터 하나가 롯데마트의 20배, 풀필먼트 스토어의 6~8배의 물류효율을 보여줍니다. 사람이 하나하나 담아서 포장하는 오프라인 매장과 대규모 자동화 물류센터는 당연히 효율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죠.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 1,2,3호기를 운영하고 있는 SSG의 하루 주문 케파는 이마트 5만건, 네오 1~3호기가 8만건 총 13만건이고 김포 온라인 물류센터와 오프라인 매장을 병행하는 롯데마트의 일일 주문 케파는 6만건입니다.
배송 효율과 빅데이터를 활용환 물류 최적화, 늘어나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설비투자가 필요합니다. 쿠팡의 하루 일일 배송 케파가 170만건, 매출이 7조(거래액 17조) / SSG의 일일 배송 케파가 13만건, 올해 예상 매출액이 3조 5천억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일 배송 케파가 6만건인 롯데온이 20조 매출을 달성하려면 대충 러프하게 계산해도 일일 배송 케파가 최소 50만건은 나와줘야 합니다.
대형 물류센터를 하나 지으려면 천억정도 비용이 듭니다. 네오 3호기 기준으로 물류센터 하나에 일 3만 5천건을 배송할 수 있으니까 물류센터가 최소 10개는 있어야 롯데온의 목표 매출을 달성할 수 있는 물류 케파를 겨우 맞출까 말까 하는 수준이죠. 롯데가 1조가 없어서 물류센터를 못짓는걸까요? 아뇨 진짜 원인은 따로 있습니다.
현재 롯데마트와 롯데프레시의 온라인 가동률은 평균 60~70% 정도입니다. 물류센터는 배송이 포화상태가 돼야 설비투자의 명분이 생기는데 이미 있는 오프라인 점포만으로 대충 감당이 되니까 신규 설비투자에 주저하게 되는 거죠. 오프라인 점포를 쥐어짜서 온라인 가동률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면 일일 10만건의 배송 케파가 나오니까요. 아직은 4만건 정도 여유가 있는 거죠. 그래도 매출 20조 달성에는 턱 없이 못 미치는 수량입니다. 온라인 물류센터가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미래를 대비하려면 선제적으로 물류센터 설립 계획을 추진해야 합니다. SSG가 6곳의 온라인 물류센터 신규 건립을 계획하고 있는 것에 비해 롯데온은 아직 물류센터 설립 계획이 없습니다. 롯데온의 대전제는 대규모 설비투자는 하지 않는다, 오프라인 매장을 최대한 돌린다니까요. 애초부터 매출 20조가 달성 불가능한 공염불이었던 거죠.
물론 롯데도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롯데그룹은 어떻게든 오프라인 매장을 쥐어짜내서 배송 케파를 늘려보기로 합니다. 잠시 언론기사 하나 보시고 오시죠.
20년 7월 6일 더벨
'베일 벗은 롯데쇼핑의 통합배송 실험' 기사 中
과정부터 결론까지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비싼 돈 들여서 영입한 인재들과 전략기획팀은 어디다 팔아먹고 엄한 마케팅팀 직원들 데려다가 묘수를 짜보라고 합니다. 애초에 전제가 글러먹었는데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리가 있나요. 마케팅팀 직원들도 머리 쥐어짜내서 나온 결론이 결국 B마트 짝퉁인거죠. 옴니협의체에 끌려간 직원들은 무슨 죄인가요.
다음 기사입니다.
20년 11월 26일 이투데이
[종합] “쿠팡 한판 붙자” 롯데온 ‘새벽배송’ 부산 진출' 기사 中
새벽배송에서 롯데가 택한 방법은 연어입니다. 격전지인 수도권을 벗어나 마음의 고향 부산으로 돌아가 재기의 칼날을 가는거죠. 언뜻 보면 괜찮은 전략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롯데의 모태가 부산이고 부산은 롯데에게 안방같은 곳이니까요.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있습니다. 여전히 물류센터는 지을 생각이 없는 거죠.
기존 롯데 물류센터들의 물류 소화량을 비교해 봤을 때 롯데온 새벽배송의 거점인 부산서부 오토프레시센터의 일일 물류 소화량은 하루 1~2천건 정도로 추정됩니다. SSG가 하루 2만건, 마켓컬리가 하루 6만건, 쿠팡 로켓배송까지 하면 서울+경기 일부 지역에서 새벽배송의 하루 케파는 10~15만 정도로 추산됩니다.
수도권 커버리지 2000만, 일일 배송 10~15만
부산 커버리지 300만, 일일 배송 1~2천?
언뜻 봐도 숫자가 안 맞죠? 커버리지를 부산으로 한정해서 그렇지 부산, 울산, 경남까지 영역을 확대하면 커버해야 되는 인구수가 대략 500만에 이릅니다. 적어도 최소 일일 배송 2~3만건 정도의 케파가 돼야 부울경 전역을 겨우 커버할 수 있는 여건이 될까 말까. 오토프레시센터 하나로 감당이 안 되는 물량이죠. 부산에 제대로 진출하려면 일일 케파 1~2만건 정도의 온라인 물류센터는 하나 짓고 시작해야 말이 되는 겁니다.
결국 롯데는 쥐고 있는 유통 기득권을 놓을 생각도 대규모 설비투자를 할 생각도 없어 보입니다. 온라인에서 설비투자 없이 기존 자원을 활용해서 흑자를 내겠다는 나이브한 오프라인 DNA로 온라인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그게 성공할리가 없죠.
SSG와 롯데온, 두 회사의 차이는 두 조직을 이끄는 수장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잠시 살펴볼까요?
2003 디앤샵 본부장
2005 다음커머스 부문 대표
2006 디앤샵 CEO
2010 이마트 온라인사업담당 상무
2014 신세계 경영전략실
2014 롯데백화점 기획부문장
2016 롯데지주 운영2팀장
2017 롯데지주 가치경영2팀 팀장
2019 롯데지주 경영전략2팀 팀장
SSG닷컴을 맡고 있는 최우정 대표는 뼛속까지 온라인맨입니다. 온라인 커머스 태동과 대중화를 경험한 온라인의 산증인이죠. 최우정 대표의 이력에서 주목할 부분은 바로 디앤샵입니다. 디앤샵은 종합쇼핑몰에서 시작해 오픈마켓까지 진출한 다음의 전자상거래 사업부입니다. 최우정 대표는 이미 오픈마켓에 진출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롯데온의 수장인 조영제 대표는 유통전문가입니다. 롯데백화점에서 시작해 영업과 마케팅, 경영전략까지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친 산업역군이자 베테랑 유통 전문가죠. 온라인몰인데 왜 유통 전문가가 대표냐? 롯데온은 오프라인 매장이 중심이고 온라인은 하나의 판매채널일 뿐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조영제 대표는 신동빈 회장님이 생각한 롯데온의 적임자가 맞을 겁니다.
온라인 마켓 전문가 vs 오프라인 유통 전문가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오프라인 유통의 경험을 살려 온라인에 융합하면 되는 거 아냐?
분명 신동빈 회장도 똑같은 생각을 했을 겁니다. 일 잘하는 놈은 어느 자리에 앉혀놔도 잘하지 암. 맞는 말일 수도 있죠. 하지만 일을 잘하는 것과 한 분야의 전문가는 다릅니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은 시마과장을 너무 감명 깊게 본 것이 틀림없습니다.
조영제 사장님이 온라인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건 몇 가지 인터뷰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20년 4월 27일 조선비즈
신동빈 회장의 야심작 '롯데온' 출범 기사 中
조 대표는 글로벌 영상 콘텐츠 플랫폼 넷플릭스를 사례로 들며 "롯데온은 고객의 취향을 선제적으로 분석, 대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커머스 보다는 오히려 넷플릭스와 방향이 같다"고 말했다.
조영제 사장님이 추구하는 롯데온의 지향성은 쇼핑계의 넷플릭스입니다. 넷플릭스처럼 고도의 개인화된 추천기능을 이용해 검색창 없는 개인화 쇼핑몰을 구현하겠다는 게 롯데온의 복안이었습니다. 아 놀랍습니다. 넷플릭스라니.
OTT서비스와 통합몰은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넷플릭스 같은 로그인 기반에 OTT 서비스는 고도의 개인화된 서비스가 가능한데 반해 롯데온같은 비로그인 오픈마켓 시스템은 개인화 기능을 갖추기가 극도로 어렵습니다. 조영제 사장님은 넷플릭스와 오픈마켓이 가지는 구조적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 분명합니다.
넷플릭스의 시스템은 중앙에서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중앙 집권형 체제입니다. 신규 영상물을 올릴 때는 카테고리, 스타일, 선호도, 키워드 등 규격화된 가이드에 맞춰 영상을 업로드합니다. 동일한 영상이라도 누군가는 액션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누군가는 로맨스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규격화된 가이드가 있으면 해석의 차이가 없거나 극히 적어집니다. 거기다가 넷플릭스는 회원제 서비스입니다. 규격화된 데이터 + 회원 개인정보 , 2가지가 결합되면 넷플릭스와 같은 촘촘한 개인화 추천 서비스가 가능해집니다.
반대로 오픈 마켓은 봉건제 형태에 가깝습니다. 셀러가 각자 상품을 등록하고 운영하는 구조죠. 이런 형태에서는 동일한 상품에도 셀러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생깁니다. 예를 들면 동일한 야구모자를 등록할 때도 어떤 셀러는 모자 카테고리에 등록하고 어떤 셀러는 패션 잡화 카테고리에 등록할 수 있다는 얘기죠. 거기다가 오픈마켓은 비회원도 이용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웹브라우저의 쿠키를 사용한다고 해도 로그인 베이스가 아니면 극도로 개인화된 상품 추천이 어렵게 됩니다. 남매가 하나의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고 여동생이 롯데온에서 전날 신나게 수영복을 봤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다음날 오빠가 롯데온에 접속했을 때 메인에 여성용 추천 수영복이나 비치용품 같은 연관 상품이 무더기로 노출될 겁니다. 로그인을 안 했으니 롯데온에 들어온 사람이 오빠인지 여동생인지 알 수 없으니까.
넷플릭스가 여러 개의 프로필을 제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각자 프로필을 구분해야 개개인별 성향분석에 따른 개인화가 가능해지니까. 2500만의 회원을 보유한 신세계 멤버십의 SSG도, 100% 사입방식의 자사몰을 운영하는 마켓컬리도 초개인화 같은 말은 하지 않습니다.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잘 아니까.
다음 기사도 한번 볼까요
20년 7월 2일 뉴스웨이
조영제 대표 “소비자 쇼핑할 때 롯데ON부터 켜게 만들겠다” 기사 中
조 대표는 두 달 여간 거둔 성과 중 가장 뿌듯한 것으로 ‘송객율 증가’를 꼽았다. 송객율이란 각 사의 앱에서 다른 계열사 앱으로 이동하는 비율을 말한다. 예를 들어 롯데온에서 백화점몰로, 혹은 마트몰에서 롯데온으로 이동하는 등 앱 내에서 다른 앱으로 이동하는 경우다.
이 송객율은 롯데온 통합 이전에는 2%대에 그쳤으나 통합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아 23.1%까지 높아졌다.
일단 전제부터 틀렸죠? 통합몰인데 앱간 이동이 성과라는 말 자체가 이해가 안갑니다. 통합몰은 앱이 하나거든요. 조영제 대표님은 롯데온에 입점한 자사 브랜드들, 하이마트나 롯데백화점을 각각 하나의 앱으로 인식하신 듯합니다.
롯데온에서 다른 앱으로 넘어가는 비율이 높아.
그렇다면 롯데온을 보다가 롯데온의 다른 브랜드에 관심이 생겨 그곳을 눌러보고 넘어갔겠지?
롯데온이 통합몰로써 다른 브랜드의 유인책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군.
아 롯데온에 롯데슈퍼도 있구나. 신선식품이나 좀 볼까
(롯데슈퍼 클릭 > 롯데 슈퍼 어플 설치 화면으로 이동)
아니 통합몰이라며. 왜 롯데슈퍼 어플로 이동하는 건데????
조영제 사장님을 탓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조영제 사장님이 일일히 데이터를 뒤져가며 송객율 데이터를 찾아봤을리는 없고 분명히 누군가가 보고를 했을 겁니다.
대표님 저희 송객율이 높아요. 롯데온이 모객효과가 있어요
사장님 그놈입니다. 그놈이 범인이에요!
업계 1위와 2위의 홈페이지를 만들다 보면 왜 이들이 업계최고이고 만년 2등인지 알게 됩니다.
업계 1등 고객사는 새로움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미 우리는 업계 짱이고 브랜드 인지도, 조직구성원과 프로세스 등 모든것이 완벽하니 홈페이지에서 그 완벽함을 정확히 표현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할 뿐입니다.
그런데 업계 2위는 좀 다릅니다. 업계 1위의 앞선 전략을 그대로 따라해서 뒤늦게 홈페이지를 바꾸거나 우리의 올드한 브랜드 이미지가 홈페이지를 통해 세련되게 바꿔지길 원합니다.
미안한데 큰 착각입니다.
홈페이지는 그냥 브랜드가 가진 정체성이나 방향성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자 도구에 불과합니다. 바탕이 엉망인데 아무리 분칠을 해봐야 좋은 결과물이 나올리가 없죠. 근본이 부족하니 껍데기로 대충 속인다는 방식은 이제 더 이상 안 통합니다. 고객들은 더 이상 껍데기에 속을 만큼 멍청하지 않으니까.
여태까지 수많은 홈페이지를 봐오면서 회사는 좋은데 홈페이지가 엉망인 경우는 본 적이 있어도 회사가 별로인데 홈페이지는 기가 막힌다 라는 사례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최종 결정권자는 고객이기 때문에. 아무리 에이전시에서 기가막힌 UI와 기획안을 가져가도 고객에게 칼질에 칼질을 당하다 보면 최종 결과물은 고객의 입맛에 맞춰지게 되고 결국 최초 기획안과는 많이 동떨어진 결과물이 탄생하게 되니까요
롯데온은 전략도 브랜드도 홈페이지도 무엇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초심으로 돌아가서 전략부터 다시 시작해야 됩니다.
오프라인에서 하던 것처럼 저가 공세로 물량투하를 해 반짝 매출을 올린다고 해서 롯데온이라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상승하지도 살아나지도 않습니다.
홈페이지는 원인이 아니고 잘못된 전략이 빚어낸 총체적인 결과물일뿐입니다.
정말 하나면 됩니까?
PS. 저 롯데마트 VIP등급(이었습)니다. 제가 다 애정이 있어서 까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