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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점직원 Jan 01. 2022

실전 UI/UX -
시니어를 위한 UI/UX는 없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시니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뒷방 늙은이, 꼰대 등 부정적인 단어로 점철되었던 시니어 세대가 소비의 중심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세상.

소비 주력 세대가 된 시니어. 그리고 시니어를 위한 UI/UX 아티클의 범람.

정말 시니어를 위한 UI/UX는 필요한 걸까요?




왜 시니어를 위한 UI/UX가 주목받게 된 걸까?


시니어 세대가 소비 주축 세대로 주목받게 된 가장 큰 이유.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초고령화 사회로의 전환 때문입니다.


2020년을 기준으로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시니어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15.7%로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나긴 했습니다만 아직 걱정할만한 수치는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전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출산율 0.8대의 초저출산 국가라는데 있습니다. 20년 후인 2040년에는 전체 인구 중 시니어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34.4%, 50년 후인 2070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65세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가 됩니다. 미래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기업입장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서비스의 방향성이나 마케팅 포인트를 전환해야 할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죠.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긴 합니다만 한국은 그 속도가 유독 가파릅니다. 현재 추세로 보면 한국은 세계에서 인구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2018년 기준 28.1%)을 2043년에 추월해 (한국 36.4%, 일본 36.35% / 통계청 2019 장래인구추계) 세계 1위의 초고령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인구구조 변화 이외에도 기업들이 시니어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세대별 자산 격차인데요.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산업화세대(40~54년생), 베이비부머(55~74년생), X세대(75~84년생)까지는 자산축적이 원만한 상승곡선을 그리며 세대별 격차가 엇비슷해지지만 Y세대(85~96년생)로 오면 이전 세대들과 자산 격차가 심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 상승을 꼽을 수 있는데요. 이전 세대들은 고도성장기와 부동산 상승을 경험하며 수월하게 자산을 축적할 수 있었지만 고도성장의 기회도 부동산을 구매할 기회도 사라져버린 Y세대는 자산축적의 소중한 기회와 시간을 박탈당했고 그 결과가 벌어진 자산격차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이는 다른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동일한 20대 후반의 나이에 X세대(75~84년생)는 8897만원의 자산을 보유한 반면 Y세대(85~96년생)는 절반인 4094만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나이에 Y세대는 X세대의 절반의 자산만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단순히 노오오력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세대별 자산격차와 기회의 불평등이 각종 통계자료로 증명되고 있는 셈입니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시니어 세대의 증가, 소비의 주축으로 성장해야 할 미래세대가 가난과 불평등으로 인해 자산을 제대로 축적하지 못하고 그들의 소비가 위축되면서 기업들은 새로운 소비시장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기업들이 찾은 새로운 소비시장이 20대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풍족한 기성세대들이었던거죠.


기업들이 시니어 세대를 주목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요. 현재 시니어 연령인 산업화 세대(40~54년생)들에 비해 4060으로 대표되는 베이비부머 세대와 X세대는 이전세대에 비해 IT기기의 활용에 능숙합니다. 코로나 판데믹으로 비대면 소비가 보편화되면서 이커머스와 온라인 소비에 능숙해진 액티브 시니어가 등장하게 되었고 구매력이 강한 중장년층이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게 되면서 기업들이 액티브 시니어를 주목하게 된것이죠.




TV 자막이 커졌다?


오랫만에 TV를 켠 서점군. SBS 뉴스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맙니다.

어 TV 자막이 왜 이렇게 커진거야???


(좌) 2021년 SBS 뉴스 / (우) 2015년 SBS 뉴스

TV 자막이 과거에 비해 확연히 커졌는데요. 이게 서점군의 착각이 아닌 것이 실제로 옛날뉴스와 요즘 뉴스의 자막을 비교해보면 1.5배 정도 자막 크기가 커졌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유튜브와 OTT로 대표되는 뉴미디어의 성장, 젊은 세대가 더 이상 티비를 보지 않게 되고 티비 주 시청층이 고령화되면서 일어나게 된 현상인데요. 사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화시대에 진입한 일본에서 먼저 벌어진 현상입니다. 젊은 층이 티비를 외면하고 티비 시청층이 점점 더 고령화되면 앞으로 공중파 방송은 일본처럼 자막이 점점 커지고 자막이 방송 화면의 절반 이상을 뒤덮는 수준으로 변화하게 될겁니다.


(좌) TV조선 미스터 트롯 / (우) MBC 음악중심

이러한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음악방송입니다.

중장년층의 시청 비율이 높은 TV조선 <미스터 트롯>의 경우 노래 가사의 자막이 화면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큰것에 비해 젊은층이 주로 시청하는 MBC <음악중심>은 미스터 트롯에 비해 자막 크기가 확연하게 작습니다. 같은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데도 말이죠.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세상은 시니어를 중심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이제와서 시니어 UI/UX를 얘기하는 건 어쩌면 조금 뒤늦은 담론일지도 모르죠.




시니어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최근 시니어를 위한 아티클이 범람하고 있습니다. 키오스크와 은행 ATM기의 불편함이라던가, 고대비나 글자크기라던가 뭐 그런것들 말이죠. 그런데 이런 개념은 이미 10년전, 모바일앱이 막 시작되던 시기에도 존재했던 개념입니다. 최근 들어 주목받았을 뿐 별로 새삼스럽거나 새로운 개념은 아니라는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는 정말 시니어 세대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는걸까요?

글자크기를 크게 하고 고대비를 맞추고 그런게 정말 시니어를 위한 UI/UX일까요?




어머니는 보청기가 싫다고 하셨어


예전부터 청력이 안좋으셨던 어머니,
서점군은 수차례 보청기 착용을 권유했지만 어머니는 이래저래 핑계를 대며 만류하셨습니다.

최근에 급격히 청력이 떨어지신 어머니. 결국 보청기를 착용하기로 하고 그동안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았던 속내를 털어놓으셨습니다.


서점군의 어머니 曰

사실 보청기 차면 같이 일하는 박씨가 놀릴까봐... 좀 창피해서...


생활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어머니가 보청기 착용을 거부했던 이유.

착용의 불편함이나 금전적 부담이 아니라 바로 쪽팔려서 였습니다.


사실 우리는 잘 모르지만 시니어 세대들 사이에서는 과시와 자랑이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어휴 우리 아들이 이번에 서울대를 갔어

어휴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아들이 최신 우주폰을 사줬네


그리고 이런 과시와 자랑은 건강부문에서도 예외가 없죠.


어휴 김여사 나이가 몇인데 벌써 무릎이 안좋아? 나는 아직 쌩쌩한데?

어휴 김여사 벌써부터 보청기를 껴? 김여사 많이 늙었구나 ㅎㅎㅎ


일명 시니어 세대들의 구분짓기

젊음과 건강함을 과시하는 문화

시니어 전용템을 차면 창피해하고 서로 핀잔을 주는 문화

우리세대로 비교하면 뭐랄까요. 짝퉁 조던을 신고 온 친구에게 꼽을 주는 문화와 비슷하다라고 보면 될까요?


자 이제 이걸 스마트폰에 대입해봅시다.

돋보기 어플을 사용하시는 어머니. 어르신 전용 메신저 어플을 사용하시는 어머니.

이런 어머니를 보며 박여사님은 이런 얘기를 하시지 않을까요?


어휴 김여사 벌써 눈이 침침해? 이게 잘 안보여???

어휴 김여사 시대가 어느시댄데 어르신 카카오톡을 써? 나는 걍 카카오톡 쓰는데 ㅎㅎㅎ


우리가 시니어를 위해, 혹은 배려랍시고 만든 것이 사실은 그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건 아닐까요?

자 우리 한번 생각해봅시다.


내가 생각하는 효도폰(보급형 우주폰)과 어머니가 생각하는 효도폰(최신형 플래그십)의 차이

정작 시니어 세대를 마음속으로 무시하고 배려해야 될 대상으로 생각했던건 우리가 아닐까요?




보편적인 UI/UX


시니어들에게 필요한건 그들만을 위한, 그들을 배려하는 UI/UX가 아닙니다.

최근 논쟁이 되고 있는 키오스크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키오스크를 어르신들이 이용하게 불편하다 라는데 초점을 맞추고 접근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도 키오스크는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현실을 애써 외면하면서 말이죠.


우리에게 필요한건 시니어를 위한 특별 모드나 전용 기기가 아니라 어른도 아이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UI/UX입니다.


어쩌면 시니어를 잘못 이해한 것은 우리인지도 모릅니다.


시니어를 위한 UI/UX 같은 건 없습니다. 특정 계층이나 사용자에 맞춘 UI가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UI. 그게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참된 자세는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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