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여름. 여느 때처럼 빈둥빈둥 대며 업무를 처리하던 서점군은 사장님의 호출을 받게 됩니다.
사장님 : 서점아 산후조리원 홈페이지 영업을 따 왔는데 네가 한번 해봐라
서점군 : 네???
결혼은커녕 여자 친구도 없었던 20대 후반의 서점군. 산후조리원은 고사하고 산부인과 근처도 가본 적이 없던 그였지만 윗사람의 업무지시를 잘 따르는 충직한 직원이었던 서점군은 산후조리원 홈페이지 제작 업무를 맡게 됩니다.
그리고 서점군의 고난이 시작됩니다.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산후조리원이 점차 대중화되기 시작했던 2014년. 산후조리원 홈페이지조차 몇 개 없던 시절, 벤치마킹을 하던 서점군은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닫게 됩니다.
서점군 : 왜 산후조리원 홈페이지는 예약 기능이 없는 거지???
고객님의 요구사항 중 하나였던 홈페이지 산후조리원 예약 기능 개발. 하지만 기존 레퍼런스가 없었던 탓에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가상 시뮬레이션을 돌려 산후조리원 예약 시나리오를 짜던 서점 군. 서점군은 여태까지 몰랐던 산후조리원의 중요한 비밀을 하나 알게 됩니다.
서점군 : 출산일은 픽스된 게 아니고 출산 예정일이잖아. 제왕절개야 예정일을 맞출 수 있다고 해도 자연분만은 예정일보다 아기가 일찍 나오거나 늦게 나올 수 있는데 예약 스케줄을 어떻게 조정하는 거지?
머릿속이 복잡해진 서점군은 예약 스케줄표를 짜 봅니다.
객실이 10개라고 가정하고 객실 예약은 출산예정일로부터 2주 동안 설정. 출산예정일이 겹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객실 예약을 설정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객실이 만석인 이후부터 문제가 발생합니다.
CASE1 / 산모1이 출산 예정일이었던 8월 21일을 넘겨 8월 23일 아이를 출산한 경우
CASE2 / 산모11이 출산 예정일이었던 9월 5일보다 이른 9월 3일 아이를 출산한 경우
두 가지 케이스 중 하나라도 출산 예정일을 넘기거나 출산 예정일을 앞당겨 아이를 출산하게 되면 객실1 예약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이를 늦게 출산하거나 일찍 출산한 날짜만큼 객실 예약이 겹쳐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이를 예약 스케줄표로 다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위와 같이 산모1이 예정일을 넘겨 출산을 하면 기존에 예약했던 산모11과 객실 예약 기간이 겹쳐버리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이 경우는 한 가지 해결 방법이 있습니다. 예약 담당자가 기지를 발휘해 산모9가 퇴실한 객실9를 후딱 청소하고 산모11을 1번 객실에서 9번 객실로 이동하는 방법이죠.
그런데 세상사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산모9가 예정일보다 늦게 출산을 하거나 산모11이 예정일보다 일찍 출산을 하는 경우 이런 변칙적인 객실 옮기기 꼼수가 통하지 않게 되는 거죠.
통상적으로 이런 겹치기 예약을 심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겹칠 수 있는 최대 일자를 가정해서 예약과 예약 사이에 그만큼 텀을 두면 웬만한 예약 겹치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요.
위 캘린더처럼 예약 대기텀을 7일 정도 두면 산모 1의 출산 예정일이 3일 늦고 산모 2의 출산 예정일이 3일 이르더라도 예약 대기텀 7일 - 출산 예정일 3+3 하면 1일의 여유가 있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 서점군이 멘붕에 빠질 일이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인생사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연구팀이 2012년 한 해 동안 자연 분만한 임산부 32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분만 예정일에 출산한 임산부는 전체의 5.5%에 불과했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세상에...
반면 희망적인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2018년 스탠포드 의대 연구팀이 혈액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출산 예정일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는데요. 이 연구는 희망 편과 절망 편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희망은 정확도를 5%에서 79%로 대폭 상승시켰다는 거고 절망은 이 연구는 아직 상용화 단계가 아니며 위대한 스탠퍼드 의대 연구팀의 연구로도 79%의 정확도밖에 기록하지 못했으며 서점군이 산후조리원 홈페이지를 만들던 2014년에서 4년 후인 2018년에 이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는 것이죠.
시스템은 정확도가 생명입니다. 설계 시 1%의 오차도 없이 정해진 규칙, 정해진 범위 내에서 동작해야 훌륭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죠. 서점군은 자신이 가진 얕은 기획 지식과 개발 지식을 총동원했지만 복잡한 산후조리원 예약 프로세스를 시스템화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절망에 빠진 서점군은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기로 합니다.
예비 아빠로 가장해 산후조리원에 전화를 걸어 정보를 캐보기로 한 것이죠.
서점군 : 안녕하세요. 홈페이지 보고 연락드렸는데요...
상담원 : 네네 아버님. 출산 예정일이 어떻게 되시죠?
서점군 : (대충 2달 후 날짜를 계산해서) 10월 15일이요.
상담원 : 어머 예정일이 얼마 안 남으셨네요. 저희 산후조리원은 어쩌구 저쩌구 쏼라쏼라
서점군 : 저기 근데 제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상담원 : 네네 아버님 말씀하세요.
서점군 : 아기가 출산 예정일보다 늦게 나오거나 일찍 나오면 어쩌죠? 딱 그 날짜에 낳는다는 보장이 없는데... 그러면 예약이 취소되나요?
상담원 : 어머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예정일이 맞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저희가 전체 객실의 20%는 항상 비워둬요!
서점군 : !!!!!!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전체 객실의 20%를 공실로 잡고 변칙적인 예정일 변경에 대응하는 거죠. 그제야 산후조리원의 예약 시스템과 예약 전문 직원이 필요한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출산 예정일이 일주일 남은 시점부터 예약 전문 직원이 산모에게 전화를 걸어 경과를 확인하고 예정일이 앞당겨지거나 미뤄질 경우 예약 스케줄을 실시간으로 조정해서 그때그때 변칙적으로 대응해야 원활한 예약 및 입실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생각보다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고 변칙적이어서 산후조리원은 예약을 해도 호텔처럼 몇 호 몇 호 객실 지정을 지정할 수 없고 (그 날짜에 몇 호 객실이 빌지 모르니까) 그제야 왜 산후조리원 홈페이지에는 예약 기능이 없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시스템으로 변칙적인 예약 스케줄을 관리하는 것보다 수기로 관리하는 것이 더 편리하고 간단하기 때문이죠.
드디어 깨달음을 얻은 서점군. 예약시스템은 시스템화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장실을 노크합니다.
서점군 : 사장님 이러저러해서 예약 시스템은 못 만들 것 같아요
사장님 : 그래? 그럼 네가 정리해서 고객한테 얘기하고 설득해봐
장문의 PPT를 만들고 고객을 설득하러 간 자리. 하지만 고객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혹시나 될까 해서 요청사항에 넣어봤다는 고객님 이놈이 알면서도!!! 쿨하게 예약 시스템을 포기한 고객님. 서점군이 야근을 하면서 만든 장문의 PPT도 그 PPT를 만들기 위해 했던 장시간의 삽질도 모두 한 줌의 재처럼 허무하게 날아가버린 순간이었습니다. 일정도 빠듯한데 이놈이 도움은 못줄 망정!
메인 페이지는 사용자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처음 마주하게 되는 공간이며, 홈페이지의 아이덴티티와 정체성을 표현해주는 사람으로 표현하자면 얼굴 같은 곳입니다. 메인 페이지는 홈페이지의 목적과 방문자의 성향에 맞춰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전면 비주얼로 아이덴티티와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표현할 수도 있고 (비주얼형)
홈페이지 내의 중요 정보를 요약하여 보여줄 수도 있고 (포탈형)
주요 메뉴들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링크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브릿지형)
그렇다면 산후조리원의 메인 페이지는 어떤 정보를 표시하고 방문자에게 어떤 이미지를 전달해야 할까요.
서점군이 온 동네 맘 카페를 돌며 자체 수집한 데이터(뇌피셜)를 통해 살펴본 산모들의 산후조리원 선택 시 고려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산후조리원 결정요소 (출처 : 서점군 뇌피셜)
사용자 후기
산후조리원의 위치
산후조리원 신뢰도 ★
시설 만족도 (객실) ★
프로그램 ★
가격과 가성비
자료조사를 통해 도출된 6가지 요소를 종합하면 산모들이 원하는 산후조리원의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집과 가깝고 객실이 깨끗하며 높은 신뢰도를 자랑하고
이용자들의 평이 좋은 저렴한 산후조리원
산모들이 바라는 산후조리원의 이미지를 종합하여 이를 산후조리원 메인 페이지 표현할 수 있다면 해당 산후조리원은 방문자에게 높은 신뢰도와 호감도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위 결정요소 중 산후조리원 메인 페이지에 쓰이기 부적합한 항목이 몇 가지 있습니다.
1) 산후조리원의 위치
고객이 산후조리원을 검색할 시 가장 먼저 고려하는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위치입니다. 출산하는 병원과 인접해있거나 거주지 또는 돌봐줄 사람(예를 들면 친청어머니나 남편)이 가까이 살고 있는 곳 근처 산후조리원을 찾는 게 일반적인 행동 패턴이죠. 고객이 산후조리원 홈페이지에 들어왔다는 건 자신이 고려한 위치에 있는 산후조리원의 리스트를 1차적으로 취합한 후 보다 디테일한 정보를 얻기 위해 해당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고 가정하는 편이 확률이 더 높습니다. 내가 관악구의 산후조리원을 알아보고 있는데 용인에 있는 산후조리원 홈페이지에 들어갈 일은 없을 테니까요.
2) 가격과 가성비
고객은 자신이 지불한 재화보다 높은 가치의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지만 가격이 저렴할 경우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가격이 비싸면 서비스의 질도 높을 거라는 선입견도 가지고 있죠. 메인 페이지 전면에 가격 정보를 노출한다는 건 고객이 해당 가격을 근거로 산후조리원의 서비스와 품질 등급을 단정 지어버릴 것이라는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가격이 저렴하니 서비스의 질도 떨어질 거야 라고 멋대로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가격 정보는 최대한 제일 마지막에 노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객실의 청결함, 알찬 프로그램,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접한 후 제일 마지막으로 가격 정보를 노출해 고객이 시설이나 서비스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구나 라고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거죠.
3) 사용자 후기
사용자 후기는 양날의 검같은 존재입니다. 좋은 후기가 많다면 신뢰도가 상승하지만 반대로 나쁜 후기가 하나라도 있다면 고객은 해당 산후조리원의 서비스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됩니다. 긍정적인 경험보다 부정적인 경험일 때 후기를 더 많이 남긴다는 고객의 Shy 한 특성을 생각해보면 후기를 전면에 노출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행동입니다. 여러 사업자를 한 곳에 묶어 놓은 플랫폼 서비스의 경우 후기가 좋은 사업자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되지만 단일 사업자에게는 리스크로 작용할 수 개연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산후조리원의 위치, 가격과 가성비, 사용자 후기라는 3가지 요소를 제거하고 나면 산후조리원의 신뢰도, 시설만족도(객실), 운영 프로그램이라는 3가지 요소가 남습니다. 이 3가지 요소를 잘 버무려서 메인 페이지에 표현할 수 있다면 좋은 메인 페이지가 될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두 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이 자료는 철저히 서점군의 뇌피셜로 이루어진 검증되지 않은 자료이고 만약 검증이 되었다고 해도 3가지 요소 중 어떤 것을 우선순위로 둘 것인가 하는 문제죠.
위의 3가지 요소 (신뢰도, 시설만족도, 프로그램)을 취합하여 비주얼형으로 메인 페이지를 구성할 경우 1,2,3번 이미지에 롤링으로 3개 이미지를 배치하면 됩니다. 포털형으로 메인 페이지를 구성할 경우 1번 이미지는 신뢰도, 2번 이미지는 시설만족도를 이미지 롤링으로 배치하고 하단 콘텐츠 영역에 픽토그램을 적절히 사용하여 프로그램 안내 영역을 배치하면 됩니다. 레이아웃은 이 정도면 됐고 중요한 건 서점군이 세운 가설이 맞느냐를 검증하고 어떤 요소가 최우선 순위인지 도출하면 되는 거죠.
산후 조리원 이용의 일반적 현황에 따른 시설 및 직원 만족도에서는 현재 이용하고 있는 조리원에 대한 선택 동기가 시설 및 환경이 맘에 들어서일 때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산후조리원 재원 산모의 간호 요구도와 만족도 - 고신대학교 보건대학원 김선옥 (2007) -
산모들의 산후조리원 선택 동기 중 가장 선호도가 높은 요소는 거리와 시설 및 환경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특히 시설을 보고 산후조리원을 선택한 경우 이용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점군의 뇌피셜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앞서 말했듯 거리는 메인 페이지에 노출하기 부적합한 요소이니 거리를 제외한 메인 페이지 비주얼과 콘텐츠 노출의 우선순위는
1. 실제 시설 환경 사진
2. 신뢰도를 줄 수 있는 감성적인 비주얼
3. 프로그램 사진
이 될 겁니다.
실제 산후조리원 홈페이지 사례를 보면서 Good Case와 Bad Case를 꼽아볼까 합니다.
※ 본인은 아래 소개되는 산후조리원과 어떠한 관련도 없으며 금전적 지원 및 일체의 향응을 제공받지 않았습니다. 콘텐츠 노출의 우선순위를 소개하기 위한 예시일 뿐이며 산후조리원의 실제 서비스 및 만족도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A 산후조리원은 첫 번째 사진에서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객실 사진을, 두 번째 사진에서 산모와 아기의 감성적인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메인 페이지 노출 우선순위 1,2번에 해당하는 정석에 가까운 구성과 비주얼이죠. 문구도 휴양지라는 키워드를 사용해서 감성적으로 표현했는데 '휴식'이라는 산후조리원 이용 의도에 적합한 문구입니다. 한 가지 옥에 티라면 라이선스 문제로 외국 산모 사진을 사용한 것 같은데 국내산모의 사진을 썼다면 정서적으로 더 친근하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B 산후조리원의 콘셉트는 호텔입니다. 메인 페이지에서 롤링되는 4개의 이미지 모두 시설을 소개하는 이미지로 첫 번째 이미지는 객실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다른 산후조리원과 차이점은 객실 사진의 구도를 침대를 중심으로 한 호텔 사진을 사용해서 호텔 같은 산후조리원의 이미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점이 특징이죠. 세 번째 이미지는 영아실 사진을 썼는데 산모들이 휴식하는 객실 공간만큼이나 영아실 역시 시설의 선택 포인트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영아실의 사진 구도가 살짝 아쉬운데 방문자에게 어떤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 건지 와 닿지 않았다는 점이 조금 아쉽습니다. (예를 들면 영아실 광각 전경보다는 베드를 기준으로 사선으로 비스듬한 형태의 구도로 찍었다면 훨씬 좋은 비주얼이 되었을 듯) 호텔 같은 산후조리원이라는 콘셉트도 좋았고 콘셉트에 알맞은 적절한 사진 배치도 좋았습니다.
산후조리원 자체는 고급스러운 자연주의 쉼터 콘셉트인데 홈페이지에 그 느낌을 잘 살리지 못했습니다. 시설도 엄청 고급지고 연예인들도 많이 이용한 산후조리원인데 저런 비주얼을 사용해야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여담으로 메뉴 구성이나 UI 등 종합적으로 총체적 난국인 사이트입니다. 실제 시설 사진이나 프로그램을 절반만 홈페이지에서 표현할 수 있었다면 기똥찬 홈페이지가 됐을 텐데 말이죠.
메뉴구조에는 우리가 모르는 혹은 눈치채지 못했던 여러 가지 장치와 심리적인 접근들이 숨어있습니다. 산후조리원 메뉴구조 분석을 통해 살짝이나마 그 장치들과 심리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산후조리원 콘텐츠는 크게 5개의 카테고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A. 산후조리원 소개 - 인사말, 연혁, 위치 등 전반적인 소개
B. 시설소개 - 객실, 공용시설 등 시설 안내 / 소개
C. 프로그램 안내 - 산모, 유아 프로그램
D. 이용안내 - 입퇴실 안내 / 가격 안내 등
E. 커뮤니티 - 공지사항, 문의게시판 등
A부터 E까지 5개의 카테고리를 1Depth에 배치할 경우 어떤 카테고리를 첫 번째에 노출해야 할까요
전통적인 메뉴구조 문법은 오프라인에서 상담사가 산모에게 산후조리원을 소개하는 흐름을 온라인에 그대로 이식합니다. 우리 조리원의 역사와 의료진에 대해 소개하고 (A 산후조리원 소개) / 훌륭하고 깨끗한 시설을 안내하며 (B 시설소개) / 산후조리원에 진행되는 각종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와 안내 (C 프로그램 안내) / 마지막으로 입퇴실 및 가격 정책에 대해 안내 (D 이용안내) 순인 거죠.
그런데 몇몇 사람들이 이러한 방식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합니다.
산모들이 가장 관심 있어하는 정보는 시설(서비스/제품)인데 산후조리원 소개가 시설보다 중요할까? 사실 제일 중요한 건 산후조리원 소개가 아니라 시설소개 아닐까?
그리하여 위와 같이 산후조리원 소개를 제일 뒤쪽에 배치하고 시설 소개를 앞쪽으로 이동한 형태가 등장합니다. 산후조리원 소개를 제일 앞으로 배치하냐, 뒤에 배치하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회사의 경우 회사 소개를 맨 앞으로 배치하냐 맨 뒤에 배치하냐에 정해진 정답이 없습니다. 산업의 성격, 회사의 성격, 제품의 브랜드 인지도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죠. 예시를 한번 볼까요.
위에는 삼성전기의 홈페이지 GNB 영역 / 아래는 삼양옵틱스의 GNB 영역입니다.
언뜻 봐도 두 사이트가 확연히 다른 메뉴구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두 사이트의 메뉴 순서가 다른 건 각 회사의 주요 고객과 산업의 특성 때문입니다. 삼성전기는 주요 생산제품이 B2B 위주의 전자부품이고 삼양 옵틱스는 B2C 위주의 카메라 렌즈 전문 판매사입니다. 당연히 홈페이지 방문자들의 성격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기는 국내ㆍ외 바이어들이 홈페이지를 주로 방문하다 보니 기업정보가 우선순위가 될 수밖에 없고 삼양 옵틱스는 회사 정보보다는 카메라 렌즈의 스펙이나 가격을 알아보려는 일반 사용자들이 많아 제품 카테고리를 제일 앞에 배치한 거죠.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그렇다면 산후조리원은 산후조리원 소개, 시설소개 2개 메뉴 중 어떤 메뉴를 제일 앞쪽 우선순위로 배치해야 할까요.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는 거 벤치마킹입니다.
산후조리원 홈페이지를 조사해본 결과 위 이미지와 같이 산후조리원 소개 메뉴가 제일 앞에 배치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왜 산후조리원들은 산모들이 제일 관심 있어하는 시설안내 메뉴가 아닌 소개 메뉴를 제일 앞에 배치한 것일까요? 이건 두 가지 정도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 많은 산후조리원들이 영세하고 산후조리원 홈페이지가 많은 기능이 필요 없는 콘텐츠 위주의 홈페이지다 보니 적은 비용으로 홈페이지를 만듭니다. 예산이 적다 보니 고객의 입맛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주문형보다는 기 제작된 템플릿에 스킨이나 콘텐츠만 입히는 형태로 홈페이지를 만들게 되는데 이런 홈페이지는 위에 설명했던 전통적인 메뉴구조 문법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메뉴 위치를 변경하는 게 큰 기술이나 비용이 드는 것이 아닌데도 산후조리원 측은 적은 예산과 전문성 부재로 제작사 측은 시간에 쫓겨 많은 홈페이지를 찍어내듯이 박리다매 형식으로 만들다 보니 세세한 커스터마이징의 어려움이 있어 메뉴구조가 획일화된 형태로 나올 수밖에 없는 겁니다.
두 번째는 산후조리원의 신뢰도 문제입니다. 많은 산후조리원이 영세하고 안전시설이 잘 갖춰져있지 않아 매년 산후조리원과 관련된 사건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산후조리원이 아직 프랜차이즈나 대형화,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사건사고가 언론에 자주 노출되다 보니 산후조리원 입장에서 우리 산후조리원이 얼마나 안전하고 역사가 오래된 산후조리원인가를 홍보하고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 시설소개보다 우선시 되는 현실 때문에 산후조리원 소개 메뉴가 시설소개보다 앞단에 위치하게 되는 거죠.
산후조리원의 기본적인 카테고리 구조와 노출 순서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이제 실제 예제를 통해 좋은 메뉴구조와 개선이 필요한 메뉴구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1번 산후조리원은 메뉴 명칭과 순서가 위에서 언급한 메뉴구조 문법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정석에 가까운 산후조리원입니다. 다른 곳에는 없는 특이한 포인트가 하나 있는데 바로 특별함이라는 두 번째 메뉴입니다.
특별함 메뉴는 특별함, 든든함, 편안함, 깨끗함, 건강함, 편리함이라는 6가지 키워드로 조리원 소개와 시설안내에는 담을 수 없는 산후조리원만의 장점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특별함이라는 메뉴의 레이블링도 좋았고 안에 담고 있는 콘텐츠나 메뉴 배치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메뉴명 옆에 화살표 표시인데요. 일반적으로 아래쪽 화살표는 해당 메뉴의 하위 메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하는데 이 홈페이지는 하위 메뉴 없이 메뉴 하나당 1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어 고객에게 혼란을 유발합니다. 하위 메뉴를 의미하는 아래쪽 화살표(▼) 보다는 링크를 의미하는 오른쪽 화살표(▶)가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2번 산후조리원 역시 기본 메뉴구조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으나 C 프로그램을 C-1 서비스와 C-2 스파 2개 메뉴로 분할하여 노출했습니다. 1번 산후조리원에 비하면 메뉴가 세분화되어 있고 메뉴명이 직관적이라 하위 메뉴명만으로 콘텐츠 내용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아마도 스파코스의 강점과 차별점을 고객에게 어필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2개 메뉴로 분할한듯합니다. 강점을 어필하면서 타 산후조리원과 차별점을 둘 수 있는 좋은 전략이죠.
하위메뉴(2depth)는 주메뉴(1depth)에 마우스를 오버하면 전체메뉴가 펼쳐지는 형태인데 이런 형태는 홈페이지 구성과 콘텐츠를 한눈에 볼 수 있고 고객이 원하는 메뉴로 한 번에 이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많은 산후조리원들이 전문성을 보여주겠다는 욕심 때문에 영어 메뉴명을 사용하는데 글로벌 사이트가 아닌 이상 메뉴명에 영어를 쓰는 건 굉장히 지양해야 될 행동 중 하나입니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기초교육과정으로 영어를 배웠다고는 하나 영어 메뉴가 직관성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죠. 메뉴명을 딱 보고 어떤 콘텐츠가 나오겠구나 라고 어느 정도 연상이 되어야 하는데 영어 메뉴명은 딱 보고 콘텐츠가 연상될 정도로 직관적이기 않거든요. 영어와 한글의 뉘앙스 차이 때문에 영어 메뉴가 한글 메뉴를 완벽히 대체하기 어려운 특성도 있고요.
영어와 한글의 뉘앙스 차이는 D. GUIDE LINE 메뉴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는데요. GUIDE LINE 메뉴는 이용안내 (입실, 퇴실 절차와 가격안내) 메뉴인데 GUIDE LINE = 이용안내가 한 번에 딱 연상되진 않습니다. GUIDE LINE은 한글로 해석하면 이용안내보다는 주의사항 쪽에 더 가깝거든요. 영어 메뉴를 쓰면 더 세련되고 전문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사대주의적인 관점이 담긴 메뉴구조입니다.
이 산후조리원의 메뉴는 영어 이외에도 2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HOME 메뉴입니다. 많은 사용자들이 로고를 누르면 홈 화면으로 이동한다는 것을 학습을 통해 알고 있어 1Depth 에서 HOME을 노출하지 않는 것이 최근 추세입니다. 메뉴 영역은 공간적인 한계 때문에 최대 7개 메뉴까지 노출이 가능한데 사용성이 떨어지는 HOME 메뉴를 빼고 다른 더 중요한 콘텐츠를 노출하는 것이 최근 트렌드입니다. HOME 화면에 별다른 큰 기능이 없는 산후조리원 같은 경우 더욱더 HOME 메뉴명을 1Depth 메뉴에 노출할 필요가 없습니다.
두 번째는 PRESS 메뉴입니다. 언론보도 기사를 노출해 산후조리원의 신뢰도를 향상하는 게 목적인 듯한데 PRESS 메뉴는 커뮤니티 하위 메뉴로 존재해도 큰 문제가 없는 메뉴입니다. 언론보도가 많은 대기업 홈페이지들도 PRESS 메뉴는 1Depth 가 아니라 홍보메뉴나 커뮤니티에 하위메뉴로 두는 것이 일반적인데 어떤 의도로 PRESS 메뉴를 1Depth에 노출한 것인지 의도는 이해하지만 이런 의도는 오히려 방문자의 산후조리원 신뢰도를 저해하는 행위입니다. 왜냐면 언론보도가 하나밖에 없거든요. 언론보도를 1Depth로 빼서 사용자가 여기는 언론보도가 많은 신뢰도 있는 산후조리원인가 보다 생각하게 만들고 사용자가 메뉴를 클릭했을 때 언론보도가 하나밖에 없다면 오히려 사용자의 신뢰도는 급격히 추락하게 될 겁니다.
2번 산후조리원 역시 Bad Case 1번처럼 불필요한 HOME 메뉴를 1Depth 에 노출하였습니다. 다른 홈페이지라면 2Depth 에 있어야 할 문의사항과 오시는길을 1Depth로 올렸는데 언뜻 생각해보면 필요하겠다 싶은 문의사항과 오시는 길 메뉴는 사실 1Depth 에 노출할 필요가 없는 메뉴입니다.
문의사항을 1Depth에 노출하기 위해 정작 그 위치에 있어야 할 커뮤니티 메뉴를 없애버렸습니다. (영역 가로 크기 상 노출 개수의 한계가 있으니까) 커뮤니티 메뉴를 없애는 바람에 홈페이지에서 꼭 필요한 공지사항과 이용후기 역시 같이 없어졌습니다. 문의사항을 강조하려고 정작 필요한 소통 기능을 제거한 거죠.
오시는길은 개요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산후조리원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 지역을 특정하고 산후조리원을 검색하기 때문에 오시는길 메뉴를 앞단에 노출할 필요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최하단 푸터에 가면 산후조리원 주소가 써져 있는 경우가 많아 굳이 오시는길을 더 노출할 필요가 없죠.
이상으로 산후조리원 홈페이지를 통해 그 속에 숨겨진 간단한 UI/UX 기법들을 알아봤습니다. 산후조리원 홈페이지들이 대부분 제작된 지 오래되었고 템플릿 형태라 변별력을 갖기 어려워 분석하는데 많은 어려움과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최신 UI/UX 기법이 적용된 대형 포털 사이트의 XX 기능을 분석하여 보다 더 전문적이고 실전적인 글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만나는 시간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