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A의 출현. 호캉스, 스테이케이션 등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로 인해 지난 10년은 호텔업계에 있어서 격동의 세월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숨 가쁜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변화하는 호텔 이용 트렌드와 높은 OTA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한 호텔업계의 자구책과 호텔업계가 UI/UX를 바라보는 관점,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OTA(Online Travel Agency)의 등장
구글 앱 스토어에 등록되어 있는 OTA 서비스 목록 온라인 트래블 에이전시.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이름이지만 사실은 우리에게 익숙한 서비스 형태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언어적 의미로는 전통적인 여행사 (Travel Agency)에 온라인을 결합한, 온라인 여행업을 뜻하는 단어지만 현재는 온라인 여행 예약대행 서비스를 지칭하는 용어로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익스피디아, 아고다, 호텔스닷컴 등이 대표적인 OTA 서비스의 대명사 격으로 잘 알려져 있는 서비스입니다.
1994년 OTA 서비스의 효시라고 불리는 호텔 검색 사이트 트래블 웹(Travelweb.com)이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일 때만 해도 OTA는 호텔의 대안 유통채널에 불과했습니다. 비어있는 객실을 저렴하게 판매해 호텔은 공실률을 낮추고 OTA는 고객에게 저렴한 숙소를 제공하고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는 형태였죠.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의 등장과 여행산업의 디지털 플랫폼 전환이 시작되면서 OTA 서비스가 중흥기를 맞기 시작합니다. 신흥국들의 경제성장으로 인한 자유여행 트렌드의 확산과 저가 LCC의 등장이 OTA 서비스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덤이고요.
이러한 트렌드로 인해 여행정보의 부족, 항공권과 숙소 예약의 어려움으로 패키지여행을 선택해야만 했던 과거와 달리 스마트폰과 OTA 서비스를 이용한 자유여행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에 발맞춰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등 글로벌 OTA의 국내 공습이 시작됩니다.
갑이 되어버린 OTA
배달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버린 배달의 민족처럼 글로벌 OTA의 공세 역시 무서웠습니다. 강력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한 글로벌 OTA들은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갔고 근래에 이르러서는 판매대행을 넘어 OTA 서비스가 호텔업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갑의 위치에 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OTA는 어떻게 갑이 되었는가?
OTA 서비스가 호텔업계에 미치는 폐해
OTA 서비스가 태동하기 전 호텔의 예약 과정은 여행객이 지역에 있는 호텔을 일일이 찾고 서비스와 가격을 비교, 자신에게 적합한 호텔을 선택해 예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불편함을 한방에 해결해준 것이 OTA 서비스입니다. 일일이 호텔을 찾지 않아도 지역만 선택하면 지역에 있는 모든 호텔의 서비스와 가격 정보를 한눈에 보여줬으니까요. 편리한 결제 방식은 덤이고요.
OTA의 성장에는 호텔업계의 특유의 폐쇄성도 단단히 한몫을 했습니다. 각 세그먼트(객실) 별 날짜별로 천차만별인 요금은 사용자가 호텔 요금체계를 불신하게 되는 주요 원인이 되었고 호텔 이용 트렌드가 변화되는 것을 감지하지 못한 채 고급화 전략을 고수하는 동안 고객은 호텔의 정보를 얻기 위해 수많은 발품을 팔아야 했습니다.
호텔의 OTA 의존도가 나날이 상승하고 높은 성장성에 주목한 업체들이 OTA 서비스를 우후죽순 론칭하기 시작하면서 OTA 서비스는 최저가 경쟁에 돌입하게 됩니다. 호텔의 기본원가는 정해져 있고 이미 10~20%에 이르는 OTA 수수료를 부담하느라 호텔의 수익성은 나날이 떨어져 가는데 OTA 서비스들이 최저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호텔에게 원가 인하 압박을 하게 되면서 호텔은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 거죠. OTA 의존도가 50% 이상인 중소규모 호텔들은 OTA 서비스가 없으면 당장 문을 닫아야 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었습니다.
무분별한 최저가 경쟁과 이를 호텔에게 전가하는 OTA 서비스. 호텔의 수익성 저하와 비대해진 원가구조에 따른 서비스 품질 저하. 호텔이 OTA 서비스 의존도를 줄이는 일은 단순히 수익성 개선 차원이 아닌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상황이 돼버린 것이 현재 호텔업계의 현실입니다.
빨리 예약 안 하시면 다 팔린다구요!
가장 선제적으로 나선 것은 롯데호텔이었습니다.
홈페이지에 그런 경박한 기능은 달수 없어요!라고 손사래를 쳤던 다른 호텔들과는 달리 OTA 서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객실 조회 정보 위젯을 제공하기 시작한 건데요.
(좌) 오늘 예약자 현황을 표시하는 아고다 / (우) Today PV 현황을 표시하는 롯데호텔 이러한 정보는 사용자에게 조급함을 유발합니다. 지금 00명이 보고 있는데 빨리 안사면 품절될 거야. 이래도 안 살 거야?라는 메시지를 사용자에게 은유적으로 전달하는 거죠.
OTA보다 우리가 더 싸요!
모 호텔 개편을 위해 호텔 현업 담당자와 미팅을 가진 첫날. 호텔 담당자는 의외의 말을 꺼냈습니다.
"사실 호텔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하는 게 OTA에서 예약하는 것보다 더 싸요. 근데 사람들이 그걸 잘 모르니 예약 단계에서 그 부분을 강조할 수 있게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OTA에서 최저가 보증제를 실시하고 쿠폰을 뿌리는데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 게 더 싸다고? 그게 가능한가? 의구심을 가졌지만 호텔의 가격산정 시스템을 알아보니 담당자의 저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OTA에서 시행하는 최저가 보증제는 맹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OTA 최저가 보증제가 OTA 서비스끼리만 적용된다는 건데요. 예를 들어 들면 이렇습니다.
2020년 8월 4~5일 롯데호텔 서울 슈페리어 더블 룸 예약 시
아고다 235,000원 / 트립어드바이저 225,000원
- 아고다 예약 시 최저가 보증 가능
아고다 225,000원 / 롯데호텔 홈페이지 220,000원
- 아고다 예약 시 최저가 보증 불가
홈페이지 가격이 OTA 보다 더 저렴할 수 있는 이유 한 가지 더
OTA에서 예약 시 호텔은 OTA 측에 예약 비용의 10~20% 해당하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호텔 측에서 홈페이지를 통한 예약자에게 1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면? 또는 10% 가격만큼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조식이나 라운지 서비스 등) OTA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거죠.
문제는 이런 사실을 고객들은 잘 모른다는 겁니다. 최저가 보상제라는 문구에 현혹되어, OTA 서비스의 편의성에 취해 OTA가 당연히 최저가겠지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혀 있는 거죠.
이 인식을 전환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광고로 OO호텔은 OTA보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 게 제일 싸요 라고 광고를 때리는 겁니다. 어찌 보면 직관적이고 무식해 보이기까지 한 이 방법을 실제로 실현해본 호텔이 있었습니다. 바로 힐튼호텔이죠.
힐튼 호텔 97년 역사상 최대, 그리고 최고의 캠페인으로 평가받는 STOP CLICKING AROUND는 힐튼 닷컴에서 예약하는 게 제일 싸고 와이파이도 무료로 마음껏 쓸 수 있어라는 다소 도발적인 메시지로 무장합니다. 메시지의 파급력은 굉장했고 효과도 즉시 나타났지만 힐튼 호텔은 이 캠페인을 위해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습니다.
파급력은 낮지만 타깃이 확실하고 속도는 느리지만 큰 마케팅 비용이 들지 않는 효과적인 방법은 아마도 호텔 홈페이지에 접속해 가격을 알아보는 방문자에게 호텔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 게 OTA보다 더 싸요라고 은근슬쩍 어필하는 방법일 겁니다.
OTA와 홈페이지 판매가를 비교해주는 위젯 롯데호텔은 최저가를 홍보하기 위해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합니다.
예약 페이지 우측 하단에 자그맣게 위젯을 띄워 호텔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 게 제일 싸다는 점을 소심하게 어필하는 거죠. 창의 배치를 보면 호텔 측에서 최저가 홍보를 위해 고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는데요. 기존 정보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용자의 시선이 머무르는 제일 종단 영역에 그러면서도 사용자의 주목을 끌어내기 위해 아래에서 위로 팝업이 슬라이드 되는 형태로 최저가를 표현합니다.
제일 싼 날은 언제예요?
전통적인 호텔 이용객의 페르소나 모델은 이용 날짜를 특정하고 호텔을 검색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죠.
나는 8월 2일부터 3일까지 부산에 출장(또는 여행)을 가. 그래서 8월 2~3일에 부산에 있는 호텔을 알아봐야 해.
이렇게 날짜가 특정되어 있는 고객이 호텔을 선택하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는
고객이 해당 호텔에 투숙했던 경험이 있을 경우 해당 경험의 만족도
해당 날짜의 호텔 가격
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적합도와 만족도
주로 이렇게 3가지입니다.
그래서 기존 호텔 홈페이지의 예약 시스템은 전통적인 호텔 이용객의 페르소나 모델에 맞춰서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밀레니얼 세대의 부상과 호캉스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페르소나 모델 설계에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새로운 이용 유형이 탄생하게 된 거죠.
호캉스를 목적으로 하는 고객들의 이용 유형은 크게 2가지입니다. 이를 페르소나 모형으로 설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CASE1 - 8월 2일은 내 생일(또는 기념일)이야. 그래서 그날 호캉스를 즐기고 싶어
CASE2 - 오랜만에 힐링을 위해 8월 중 주말에 호캉스를 즐기고 싶어. 날짜는 상관없고 주말 중에 제일 저렴한 가격에 예약할래
1번 유형은 전통적인 페르소나 모델과 동일합니다. 날짜가 특정되어 있으니까요.
문제는 2번 유형이죠. 기간은 정해져 있지만 날짜는 특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유형은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에서 기인합니다.
자신이 소비하는 재화의 가치와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호텔을 선택하는 데 있어 우선순위는 날짜가 아니라 경험입니다. 내가 호텔에서 편안하게 하룻밤을 묵고 그것을 나의 SNS에 올리는 그 경험이 중요하지 몇 월 며칠에 호텔에서 묵는지는 중요하지 않거든요. 가격의 합리성을 고려하는 특성까지 합쳐지면 8월 중 주말, 가장 저렴한 날짜에 호캉스를 즐기고 싶어라는 밀레니얼 세대 다운 다소 독특한 소비유형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 유형의 재미있는 지점은 또 있습니다. 호텔을 특정하는 부류도 있지만 (나는 롯데호텔 or 신라호텔에서 묵고 싶어) 호텔 그 자체가 중요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거죠. 어느 호텔이든 상관없이 나는 5성급(또는 비즈니스) 호텔에 묵고 싶어 그것도 가격이 제일 싼 호텔에
호텔 예약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은 이 두 가지 유형을 고려해야 됩니다.
날짜를 특정해서 호텔을 검색하는 사람 (주 고려사항 : 날짜)
날짜를 특정하지 않고 호텔을 검색하는 사람 (주 고려사항 : 가격)
문제는 이 두 가지를 양립할 수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호텔은 날짜와 객실에 따라 요금이 천차만별이라 날짜를 선택하기 전에는 고객이 객실의 금액을 알 수 없습니다. 투숙하고자 하는 날짜와 객실을 선택해야 해당 날짜 객실의 금액이 화면에 표시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날짜라도 객실 타입 (스탠다드룸, 디럭스룸, 슈페리어룸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한 화면에 모든 날짜, 모든 타입 객실의 가격 정보를 표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은 호텔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롯데호텔과 신라호텔은 날짜와 객실을 선택하면 다른 날짜 요금 보기라는 기능을 지원합니다.
선택한 객실 기준으로 해당 날짜 앞뒤 금액을 표시하는 거죠. 이 방법은 객실이 특정되어 있을 경우 날짜를 바꿔가면서 일일이 검색하지 않고도 한 화면에서 해당 객실의 다른 날짜 금액을 조회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묵고자 하는 객실을 결정하기 전에는 금액을 알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동일한 구조이지만 UX 측면에서 보면 신라호텔보다는 롯데호텔이 더 완성도가 높습니다. 롯데호텔은 화면에 표시되는 금액 중 최저가를 명시해주거든요.
파라다이스시티의 일별 상세 요금표 파라다이스시티는 과감하게 캘린더로 한 달치 요금을 표시하는 전략을 선택합니다. 날짜별로 객실별로 한 번에 금액을 조회해볼 수 있는 기능으로 한눈에 딱 들어오는 직관성이 장점이죠. 이 방식 역시 문제점이 존재하는데 다양한 변수에 의해 캘린더에 표시된 금액과 실제 예약 페이지에 표시되는 금액이 다를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캘린더에 표시된 금액은 60만 원인데 실제로 예약 페이지에서는 75만 원이라는 금액이 찍힐 수 있다는 거죠. Westbrook와 Reilly(1983)가 정의한 기대 불일치 이론에 따르면 고객은 기대와 성과의 불일치를 비교하여 상품,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결정한다고 합니다. 나는 분명 60만 원이라고 생각하고 예약 페이지에 들어갔는데 75만 원이 돼버리면 고객은 실망의 차원을 넘어 서비스와 가격에 대한 불신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많은 호텔들이 확정금액을 제시하지 못하고 적당한 범위 값을 고객에게 안내하는 건 호텔의 가격 결정 변수가 너무 많고 그 항목들이 유동적이라 프로그램이 특정 금액을 픽스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99번을 성공했더라도 1번을 실패한다면 그 1명의 고객은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될 테니까요.
공홈족을 잡아라.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계 OTA의 예약 점유율은 53.7%, 국내 OTA의 예약 점유율은 33% 로 국내외 OTA 서비스의 예약 점유율을 합산할 시 약 8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자료출처 : 컨슈머 인사이트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인데요. OTA의 점유율은 나날이 높아지는 반면 직접 예약이나 종합여행사를 통한 예약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OTA 서비스 의존도는 특급호텔보다 일반 숙박업에서 더 심화됩니다.
외국계 OTA 예약 비율
- 4~5성급 : 30.8%
- 1~3성급 : 55.1%
- 일반 숙박업 : 78.6%
호텔의 등급이 낮을수록 OTA 의존도가 높아 객실 점유율이 상승해도 과도한 수수료 구조로 인해 수익성은 악화되고 OTA의 시장 지배력은 강화되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이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먼저 칼을 빼 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OTA 예약 비율이 가장 낮은 글로벌 호텔 체인입니다.
OTA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는 고객들에게 혜택을 주는 건데요. 이른바 공홈족을 겨냥한 멤버십 서비스입니다.
노골적인 신라호텔, 은근슬쩍 롯데호텔
호텔이 공홈족을 겨냥해 고객에게 주는 혜택은 크게 3가지입니다.
1) 홈페이지 한정 특별 할인가
2) 홈페이지 한정 패키지 상품 판매
3) 멤버십 회원 마일리지 적립 서비스
신라호텔의 모바일 메인 페이지와 내비게이션 메뉴 신라호텔의 멤버십 프로그램 홍보는 꽤나 공격적입니다. 메인 배너 전면에 홈페이지 한정 상품을 홍보하고 자사의 멤버십 서비스인 신라 리워드 홍보 영역과 회원 전용상품 바로가기 링크를 전면에 배치했습니다. 초기화면에서 내비게이션 영역과 객실 검색 영역을 제외하면 나머지 콘텐츠 영역을 멤버십 서비스 관련 정보 영역으로 할애한 거죠.
롯데호텔의 모바일 예약 페이지 신라호텔이 노골적이라면 롯데호텔이 취하는 전략은 은근슬쩍입니다. 홈페이지와 예약 과정 곳곳에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시 고객에게 주어지는 혜택에 대해 은근슬쩍 어필하는 거죠.
(좌) 신라호텔의 회원 전용 객실 예약 / (우) 롯데호텔의 비회원 예약 두 호텔의 극명한 차이는 예약 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라호텔은 패키지 상품의 95% 이상을 롯데호텔은 상품의 10~20%가량을 회원만 예약이 가능한 Membership Only 예약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는데요. 신라호텔은 회원이 아니면 객실 예약 자체를 불가능하도록 설정해 회원가입을 유도하지만 롯데호텔은 비회원 예약 버튼을 둬서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예약이 가능합니다.
회원가입을 하지 않으면 예약할 수 없어 라고 말하는 신라호텔
회원가입을 하면 조금 더 혜택을 줄 테니 해보는 게 어때 라고 권유하는 롯데호텔
어느 방법이 옳다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취향의 차이일 뿐인 거죠.
홈페이지 개편과 함께 멤버십 프로그램을 리뉴얼한 롯데호텔은 공식 홈페이지 가입자수가 작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급증하였고 2019년 11월 4일부터 진행한 특급세일에서 8000개 객실의 판매실적을 거뒀습니다. 패키지 상품을 회원 전용상품으로 변경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신라호텔은 전체 예약의 20%가 홈페이지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 (업계 평균 14%) 각자 방식은 다르지만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는 데 성공한 모습입니다.
OTA와 차별성을 가지는 방법. 패키지 상품
글로벌 호텔 체인 홈페이지를 보면 하나 특이한 지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로 패키지 상품이 없다는 점이죠.
있어도 웨딩 패키지, 여름휴가 패키지 등 상시 판매 형태로 우리가 아는 패키지와는 많이 다릅니다.
사실 '호텔 패키지 상품' 이란 건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특이한 상품입니다.
호텔 패키지 상품은 객실과 그에 따른 부가 상품을 조합하여 만든 상품으로써 일반적으로 주중과 비수기 기간에 낮은 객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매출의 극대화를 위하여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주중과 비수기 기간의 낮은 객실 점유율을 극복하고자 고안되었지만, 최근에는 국내 수요 층을 넓히고 매출의 극대화를 위하여 연중 기간 동안 다양한 상품을 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특급 호텔의 패키지 상품 개발에 관한 연구 - 한양대학교 국제관광대학원 유정화 (2007) -
비수기의 낮은 객실 점유율을 해소하기 위해 끼워 팔기 형태로 시작됐던 패키지 상품이 아이러니하게도 OTA와 차별점을 가질 수 있는 요소가 되었습니다. OTA에서는 패키지 상품을 팔지 않고 Room Only 상품만 팔기 때문이죠.
패키지 상품은 보통 객실 + 조식 or 어메니티로 구성됩니다. OTA에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기 힘든 이유는 패키지 상품이 한국에서만 존재하는 특수한 상품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패키지 상품의 구성이 너무 복잡하고 정형화되어 있지 않은 데다가 상시 판매가 아닌 기간을 정해놓고 판매하는 스폿성 상품이 대다수라는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사람들이 모르는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부가서비스의 재고 관리 여부입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죠.
8월 15일 투숙하는 객실 + 조식 패키지 상품의 경우
- 스탠다드룸 객실 재고 = 10개
- 스위트룸 객실 재고 = 15개
- 조식 재고 = 9개
위와 같은 조건에서 판매 가능한 객실 + 조식 패키지 상품의 개수는 몇 개일까요? 바로 9개입니다. 스탠다드룸과 스위트룸의 객실 재고가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객실 + 조식 패키지 상품의 총판매 가능 수량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조식의 재고 유무입니다. 조식도 테이블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무한정으로 받을 수는 없으니까요. 더군다나 조식은 투숙객뿐만 아니라 비투숙객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고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전화예약 등 다양한 예약 채널이 존재하여 재고관리가 무척 까다롭습니다. 해당 날짜의 조식 재고가 없으면 조식과 연계된 모든 패키지 상품이 판매 불가 상태가 되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죠.
호텔 홈페이지는 방문자가 많지 않고 실시간 재고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동시접속자가 많은 OTA에서는 무척 리스크가 큰 일입니다. 조식 재고가 1개 남은 상태에서 사용자 두 명이 동시에 동일한 조식 패키지 상품을 예약한다면 1,2초 차이로 늦게 예약한 한 명은 예약이 불가능한 상태가 될 테니까요. OTA에서는 이런 리스크를 줄이고자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패키지 상품이 OTA와 차별점을 가질 수 있는 무기라면 반대로 리스크 역시 존재합니다. 패키지 상품의 상품 구조가 워낙 복잡한 데다가 날짜별, 상품 구성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사용자는 어느 상품이 자신이 원하는 조건과 일치하고 가격이 저렴한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딱 맞는 저렴한 패키지 상품을 찾기 위해 쉴 새 없이 손품을 팔아야 겨우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죠.
신라호텔의 MEMBER EXCLUSIVE 패키지 옵션별 상품 구성 위 이미지는 신라호텔의 대표 패키지 상품인 MEMBER EXCLUSIVE 패키지의 옵션별 상품 구성 페이지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디럭스와 비즈니스 디럭스, 그랜드 코너 디럭스는 부가 상품의 구성은 동일하고 객실에 따른 차이만 있는데 이그제큐티브 비즈니스 디럭스와 이그제큐티브 그랜드 디럭스에는 다른 옵션에는 없는 라운지 혜택과 실내 사우나 혜택이 추가로 있습니다. 부가 서비스는 동일하고 객실에 따른 가격차이만 존재해야 사용자 입장에서 비교하기가 편한데 객실에 따라 제공하는 부가서비스가 다르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옵션이 가성비가 좋은지 손익계산을 해봐야 하죠. 예를 들어 고객은 원래 그랜드 코너 디럭스 룸을 예약하고 싶었는데 이그제큐티브 비즈니스 디럭스룸과 가격차이가 5만 원밖에 나지 않는다면 라운지 혜택과 실내 사우나 혜택이 5만 원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열심히 계산기를 두들겨봐야 합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냐면 디럭스룸과 이그제큐티브의 룸 등급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그제큐티브 라운지가 이그제큐티브룸 투숙자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라운지이기 때문이죠. 이건 신라호텔이 패키지 구성을 조금 안일하게 한 탓도 있습니다. 멤버십 전용상품이라도 디럭스룸 / 이그제큐티브룸 2가지 타입으로 나눠서 패키지를 구성했다면 고객 혼란이 없었을 텐데 등급이 다른 방들을 한 패키지 상품에 때려 넣으니 고객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죠.
롯데호텔의 2 Nights Offer 옵션별 상품 구성 롯데호텔은 객실과 가격은 동일한데 부가 서비스가 다른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러면 고객들은 해당 패키지의 옵션에 따라 구성이 어떻게 다른지 두 눈 크게 뜨고 하나하나 비교해봐야 하죠.
결국 패키지 상품의 UI/UX는 고객이 원하는 조건의 객실과 부가 서비스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으며 패키지마다 다른 객실과 옵션의 차이를 보기 쉽게 비교해줄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신라호텔과 롯데호텔의 목록 페이지 키워드 검색 신라호텔과 롯데호텔은 목록 페이지에서 키워드 검색 기능을 지원합니다. 패키지 상품에 주요 키워드를 삽입해서 주요 부가 서비스인 조식, 석식, 라운지가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거죠.
패키지 상세 페이지 상단 / (좌) 신라호텔 (중) 롯데호텔 (우) 조선호텔 상세페이지 상단은 방문자가 페이지에 접근했을 때 첫 번째로 마주하게 되는 영역입니다. 주목도가 가장 높고 페이지 하단으로 내려갈수록 고객의 페이지 이탈률이 높아지는 특성상 상세페이지 상단은 해당 상품의 주요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구성이어야 하죠.
여기서 롯데호텔이 다른 호텔과 차별성을 보이는 부분이 이미지에 붉은 점선으로 표시된 부가 서비스(키워드) 표시 영역입니다. 주요 부가서비스를 키워드 형태로 표시해서 패키지의 상품 구성 정보를 보지 않고도 페이지 상단에서 키워드 정보만으로 패키지 구성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죠.
패키지 옵션 정보 영역 / (좌) 신라호텔 (중) 롯데호텔 / (우) 조선호텔 패키지 옵션 정보영역은 페이지의 핵심 영역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각 옵션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지 보기 쉽게 비교해줄 수 있어야 그 효용가치가 있는 법이니까요. 여기에도 각 호텔마다 패키지 옵션에 대해 생각하고 접근하는 방식은 각자 다릅니다.
신라호텔은 객실, 가격, 부가서비스를 간단명료하게 안내합니다. 롯데호텔은 패키 지명과 가격, 패키지 구성 (객실/부가서비스), 추가 옵션과 예약 유의사항을 아주 디테일하게 안내하죠. 조선호텔도 자세하게 안내하긴 하는데 통 이미지라 모바일에서 텍스트가 잘 안 보입니다. 이렇게 호텔마다 옵션 정보 영역의 차이가 발생하는 건 패키지 예약에 대한 관점 차이 때문입니다.
패키지 상세 페이지에서 예약 버튼 위치 / (좌) 신라호텔 (중) 롯데호텔 / (우) 조선호텔 신라호텔은 예약 버튼이 페이지 최상단과 최하단에 위치합니다. 사용자가 페이지에 접근해서 바로 예약을 하거나 구성요소를 검토한 후 제일 마지막에 예약 여부를 결정한다는 관점입니다. 조선호텔은 예약 버튼이 페이지 끝에 위치해 있는데 신라호텔과 동일하게 패키지 구성과 옵션을 모두 검토한 후 맨 마지막 단계에서 예약 여부를 결정한다는 관점이죠. 반면 롯데호텔은 각 패키지 타입마다 예약하기 버튼을 배치했는데 패키지의 구성 요소를 모두 확인하고 바로 예약을 진행한다라는 관점입니다. 롯데호텔의 패키지 옵션 정보가 구체적이고 기타 세부사항과 유의사항까지 적혀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패키지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검토하고 예약을 진행해야 되니 예약하기 버튼 근처에 모든 정보를 담아두는 거죠.
(좌) 동일 패키지의 타입(옵션) 비교 / (우) 패키지 상품의 옵션 비교 롯데호텔에는 다른 호텔에 없는 특이한 기능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타입(옵션)과 패키지 상품끼리 비교가 가능한 비교 기능인데요. 타입별로 상품 옵션과 다른 패키지의 상품 옵션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사용자의 니즈를 고려한 사용자 친화적인 기능이죠.
OTA의 단점을 파고든다. 챗봇과 라이브챗
OTA 서비스가 장점만 있는 듯 보이지만 단점도 존재합니다. 바로 CS 문제인데요.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3년간 소비자상담센터와 소비자 포털에 접수된 OTA 서비스 소비자 불만유형 중 62.7%가 취소, 환불, 교환 지연 및 거부, 과도한 위약금과 수수료 청구가 13%로 뒤를 이었습니다. CS 대응 문제는 중계 플랫폼 사업자라면 응당 겪어야 할 리스크이긴 하지만 많은 OTA 업체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고객센터 인력 확충을 소홀히 하거나 호텔 측에 책임을 떠미는 듯한 모습을 보여 고객의 신뢰를 잃고 있죠.
한국소비자원 조사 2016~2018년 7개 OTA 사업자의 소비자 불만현황 조사 OTA 서비스에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OTA 서비스 탓만 할 순 없습니다. 호텔마다 예약/환불 조건이 달라 OTA에서 모든 호텔의 이런 '특별 규정'을 예약 시스템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죠.
이런 시스템적인 문제 때문에 고객이 예약을 변경하거나 취소하고자 하는 경우
1. OTA 서비스의 고객센터 연결 (20~30분)
2. 고객센터에서 호텔 측에 확인해보라는 답변을 받음
3. 고객이 직접 호텔 측에 변경(또는 취소) 여부를 확인
4. 해당 가능 여부를 다시 OTA 서비스 측에 통보
라는 다소 황당하고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편리한 예약을 위해 OTA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오히려 더 복잡하고 번거로운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이럴 때 다이렉트 예약의 장점이 빛을 발하게 됩니다. 번거로운 절차 없이 전화 한 통 화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롯데호텔의 라이브챗 기능 롯데호텔은 여기에 한술 더 떠 24시간 실시간 상담이 가능한 라이브챗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실시간 대응은 가능하지만 24시간 대응에 한계가 있는 프런트 데스크의 단점과 언택트 시대에 발맞춘 서비스인데요. 아직은 도입 초기단계라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이러한 시도가 다른 호텔로 확산된다면 호텔들이 OTA 서비스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 자명해 보입니다.
언택트 시대, 호텔의 미래는?
OTA와의 경쟁에서 가까스로 희망을 찾았지만 호텔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아직 산적해있습니다. 검색엔진 점유율을 바탕으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구글의 트래블 서비스,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에 따른 호텔 이용 트렌드의 변화, 호텔이 단순히 숙박시설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차별화된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체험 이벤트 발굴까지. 앞으로 호텔은 많은 도전을 이겨내야 하고 시대의 변화된 흐름에 적응해나가야 합니다.
가장 최근에 홈페이지 리뉴얼을 진행한 곳이 롯데호텔뿐이다 보니 이번 주제에는 다소 롯데호텔에 편중된 감이 있었습니다. (저 롯데호텔한테 돈 안 받았어요!) 다음에는 여러 업체들을 비교하고 분석해볼 수 있는 주제를 가져와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