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카가 발 측정 제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 하는 이유는?
요즘 제 취미는 러닝입니다. 러닝 1개월차 런린이인데요. 슬슬 러닝에 익숙해지고 관련 제품을 알아보게 되는 시기죠. 우연히 아웃렛에 갔다가 호카 매장을 발견하고 호카에서 제공하는 발 측정 서비스를 체험한 후 얼떨결에 호카 추천하는 추천 제품을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1. 아웃렛에 들렀다가 호카 매장 발견
2. 평소 관심 있던 브랜드라 매장 방문
3. 매장에서 풋 스캐닝 서비스 발견
4. 궁금한 마음에 셀프 풋 스캐닝 서비스 체험
5. 추천 제품을 안내받고 궁금한 마음에 점원에게 시착 요청
6.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는듯한 착용감에 감동
7. 구매 결심
저는 물건을 살 때 굉장히 신중한 스타일입니다. 물건을 살 때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이상 고민하고 심사숙고해서 구매여부를 결정하는 스타일이라 어지간하면 충동구매할 일이 거의 없죠. 그게 10만 원이 넘어가는 물건이면 더더욱 그렇고요. 매장에서 처음 신어본 브랜드의 신발을 인터넷 최저가를 비교해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구매한다? 살면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살면서 처음 있는 일을 가능하게 했던 건 호카의 구매경험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호카란 브랜드를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신발을 주로 검정이나 흰색으로만 구매해 화려한 색상의 호카는 제 취향이 아니었고 가격도 상당히 비쌌던 데다가 그때는 러닝을 하던 시절도 아니어서 호카라는 브랜드의 존재는 알고는 있었지만 관심밖의 브랜드였죠. 호카에 대한 저의 이미지는 사람들이 저렇게 열광하는 걸 보니 내가 모르는 장점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뭔지는 모르겠고 일단 내 취향은 아니다였습니다.
호카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가 바뀌게 된 계기는 러닝을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언제부턴가 주위사람들이 러닝을 시작하고 하나둘씩 못생기고 화려한 호카 신발을 구매하기 시작하는데 공통점으로 하는 말이 착용감이 정말 예술이다였습니다. 그때부터 호카에 대한 제 이미지는 착용감이 기가 막히게 좋으니까 사람들이 저렇게 열광하는구나. 나도 기회가 되면 한번 신어봐야겠다로 바뀌게 되었죠.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던 와중 아웃렛에서 우연하게 호카 매장을 발견하여 궁금한 마음에 매장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웃렛에서는 가격이 얼마나 하는지 한번 보자 정도의 생각이었습니다. 적극적인 구매는커녕 시착을 해보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습니다. 전 I 니까요.
그렇게 호카 매장에 들어갔다 풋 스캐닝 서비스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평소 해외 직구로 구매한 신발이 발볼이 좁아서 불편하다던가 운동화를 신고 오래 걸으면 발바닥이 아팠던 경험이 있어 제 족형에 대해 궁금하던 차였는데 무료로 발 사이즈 측정을 해준다니 안 해볼 이유가 없었죠. 대기 인원이 꽤 있었지만 고민하지 않고 긴 대기 끝에 서비스를 체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만약 발 측정 서비스가 셀프가 아니라 점원의 응대와 상담이 필요한 서비스였다면 저는 체험행렬에 동참하지 않았을 겁니다. 구매를 위해 매장에 방문한 것이 아니었고 직원이 맨투맨으로 사이즈를 추천하고 상담을 진행한다면 대기시간이 훨씬 길어졌을 테니까요. 제가 발 사이즈 측정 대기열에 줄을 설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서비스가 셀프서비스였기 때문입니다.
셀프로 발 사이즈 측정을 하니 3D 풋 스캐너가 저에게 적합한 제품을 추천해 줬는데요. 제가 평소 가지고 있던 호카는 화려한 컬러의 신발만 있다는 이미지와 달리 몹시 무난한 그레이 컬러의 신발을 추천해 줬습니다. 내 족형에 맞는 신발 + 무난한 컬러 + 주위 사람들의 착용감에 대한 극찬. 이 3가지 요소가 결합되니 한번 신어나 볼까?라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크게 용기를 내어 (전 I 니까요) 점원에게 시착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구름 위를 떠 있는 듯한 극강의 착용감을 느끼게 됐죠. 아 이래서 호카 호카 하는구나. 그렇게 홀린 듯 신발을 구매하게 됐습니다.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구매에 이르기까지 호카의 구매경험은 하나의 잘 짜인 각본 같았습니다. 하나만 어긋났어도 저는 호카의 신발을 구매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호카라는 브랜드를 알지 못했다던가
주위사람들의 극찬을 듣고 호카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다던가
호카 매장에 풋 스캐닝 서비스가 없었다던가
풋 스캐닝 서비스가 셀프가 아니었다던가
추천받은 제품이 화려한 컬러였다던가
추천받은 제품의 착용감이 별로였다던가
이 중 하나라도 어긋났었다면 저는 호카를 구매하지 않았을 겁니다.
우연히 모든 상황이 딱딱 맞아떨어졌던 걸까요? 아닙니다. 몇 가지 우연이 있었을 수 있지만 호카의 매장경험은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치밀한 설계가 곳곳에 숨어있습니다. 제품추천만 봐도 그렇죠.
호카는 컬러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라 불릴 정도로 화려함이 포인트인 브랜드입니다. 제가 호카 브랜드에 대해 은연중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던 이유도 화려한 컬러때문이었는데요. 호카는 제품 추천 단계에서 같은 제품이라도 화려한 컬러가 아닌 검정, 회색, 흰색 같은 무채색 위주의 신발을 추천해 줍니다. 풋 스캐닝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초보러너들일 것이고 초보러너들은 화려한 컬러보다는 무난한 검정, 회색, 흰색 같은 컬러를 선호하며 사람들이 호카의 신발을 러닝뿐만 아니라 일상 신발로도 많이 활용한다는 사실을 알고 같은 제품이라도 의도적으로 화려한 컬러대신 무난한 컬러를 추천해 주는 것이죠.
호카의 브랜드 경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것을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브랜드 경험이나 마케팅이 좋더라도 제품이 좋지 않다면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 높은 수준의 품질, 적절한 마케팅 포인트, 고객이 느끼는 매장의 제품과 매장의 경험. 이 모든 것들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졌을 때 훌륭한 브랜드 경험이 됩니다.
UX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상품을 팔고 있더라도 구매경험이 불편하다면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됩니다. 반대로 좋은 UI와 고객을 배려한 편의 기능으로 무장해도 제품력 자체가 낮다면 고객의 외면을 받게 되겠죠. 좋은 제품, 제품의 특성을 고려한 세일즈, 고객을 고려한 사용성과 편의기능. 모든 것이 어우러져야 훌륭한 고객 경험, UX가 됩니다.
호카의 훌륭한 브랜드 경험과 고객 경험을 경험한 서점군은 오늘도 호카를 신고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