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도 창작을 잘 할까?
챗GPT 4.5, 클로드 3.7 Sonnet, 제미나이 2.5 pro.
요즘 글 좀 쓴다는 AI들에게 흥미로운 제안을 해봤다.
프롬프트는 동일하게 '만년필을 소재로 슬픈 이야기를 만들어 봐' 이걸로 통일했다.
AI끼리만 경쟁시키면 조금 재미가 덜할 것 같아서,
나 역시 즉석에서 같은 주제로 글을 써봤다.
아래 글들은 공정한(?) 비교를 위해 번호만 표기했다.
누가 쓴 글인지, 어떤 AI 모델의 글인지 댓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을 읽고 나면,
앞으로 내 글쓰기 파트너로 어떤 AI가 적합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가장 슬픈 만년필 이야기를 쓴 주인공은 누구일까?
1번
오래된 책상 서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만년필 하나.
그것은 단순한 필기구가 아니라 김준호의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었다.
"대학교 입학 선물이야. 네 이름을 새겨 넣었단다."
만년필을 건네받던 그날, 아버지의 미소가 유난히 따뜻했다.
검은색 바탕에 금빛으로 새겨진 '김준호'라는 이름이 빛났다.
손에 들었을 때의 무게감, 잉크가 종이에 스며드는 부드러운 감촉, 모든 것이 특별했다.
그러나 대학생활이 시작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만년필은 점점 서랍 구석으로 밀려났다.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차지한 일상에서 만년필로 글을 쓰는 시간은 줄어들었고, 결국 잊혀 갔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병환 소식을 받은 것은 졸업을 앞둔 겨울이었다.
병상에 누운 아버지는 준호에게 물었다.
"그 만년필, 잘 쓰고 있니?"
준호는 대답을 망설였다. 아버지는 알고 있는 듯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네가 좋아하는 걸 하면 돼."
그날 밤, 준호는 잊고 있던 만년필을 꺼내들었다.
잉크는 말라 있었지만, 새 잉크를 채우고 종이에 펜을 댔다. 첫 글자를 쓰는 순간, 아버지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아버지께..."
준호는 밤새 편지를 썼다.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 미안함, 그리고 사랑을.
아버지는 그 편지를 읽지 못했다. 준호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아버지는 이미 눈을 감은 후였다.
장례식 날, 준호는 아버지의 사진 옆에 만년필과 편지를 두었다.
그리고 그날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만년필의 잉크가 종이에 번져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준호는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세월이 흘러 준호도 아버지가 되었다.
대학에 입학하는 딸에게 선물할 만년필을 고르면서,
그는 서랍 깊은 곳에서 오래된 만년필을 꺼냈다.
"이건 네 할아버지가 나에게 주신 거야. 이제는 네 차례란다."
만년필에 새겨진 이름은 희미해졌지만, 그 안에 담긴 추억은 더욱 선명해졌다.
2번
윤석은 늘 같은 자리에서 커피를 마셨다.
창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손끝으로 익숙한 감촉을 느꼈다.
오래된 만년필. 검은 몸체에 금장으로 장식된 그것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의 손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만년필은 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유품이었다.
윤석의 아버지는 글을 쓰던 사람이었다. 신문사 기자로 일하며 언제나 수첩과 만년필을 들고 다녔고,
틈틈이 윤석에게 글을 가르쳐주었다.
"만년필로 쓰는 글은 쉽게 지워지지 않아. 사람의 마음도, 기억도 마찬가지지."
그 말이 어린 윤석의 머릿속에 남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끝내 한 장의 편지만을 남기고 떠났다.
윤석아, 미안하다. 그것이 마지막 문장이었다.
만년필의 잉크는 번져 있었고, 글자는 흐릿했다.
그날 이후, 윤석은 한 번도 만년필을 사용하지 않았다. 단지 손에 쥐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윤석은 우연히 그 만년필을 열어보았다. 오래된 펜촉에 남아 있던 잉크는 이미 말라 있었다. 새 잉크를 채워 넣고, 그는 처음으로 만년필을 잡고 글을 썼다.
"아버지, 나도 이제 당신처럼 글을 써보려고 해요."
그리고 몇 달 후, 윤석은 출판사에 한 원고를 보냈다.
제목은 <지워지지 않는 글자>. 그 책은 아버지를 향한 마지막 편지였다.
3번
서명을 마친 그는 휴지 두 어장을 뜯어 만년필 촉에 묻은 잉크를 꾹꾹 눌러 닦았다.
컨설팅 직원은 자신이 건넸던 삼색볼펜을 거두며 말했다.
“만년필은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멋집니다. 하하.”
“...”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이 마저 정리할 뿐이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새롭고 편한 것이 있어도 쓰던 것만 쓰는 사람.
카톡보다는 문자. 메일 대신 편지. 볼펜보다는 만년필.
옛것을 고수하는 나름의 이유(정성이니 진심이니 하는)가 있었지만,
그와 수년간 살아온 나는 알고 있었다. 그가 새로운 것을 극도로 무서워한다는 것을.
그리고 신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고집이라는 것도.
그런 의미에서, 그의 서명을 받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에게 볼펜을 쥐게 하는 것이 더 쉽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무엇이 그를 움직였을까?
지독한 고독이었을까? 아니면 나날이 소실되는 기억이었을까? 그 이유가 무엇이든 한시름 놓은 나였다.
컨설팅 직원은 행여나 남자가 딴 말을 할까 두려워, 책상 위에 널브러진 서류들을 분주히 챙겼다.
“서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머지 안내 사항은 카톡이랑 메일로 보내드릴 테니까 꼭 확인해 주시고-”
“허.” 카톡이니, 메일이니, 그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에 나는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아드님, 왜 그러시죠?”
“아, 아니에요. 계속 말씀하세요.”
직원이 잠시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우리 아버님도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저희 실버타운은 다른 곳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괜찮거든요.
뭐, 침대, 식탁, 소파 이런 것도 다 새 걸로 바꿨고요. 운동기구도 최신식으로-”
4번
할아버지의 손은 늘 투박했지만,
그가 쥐여준 만년필은 세상에서 가장 섬세하고 아름다운 물건이었다.
짙푸른 밤하늘 같은 몸체에 금빛 별처럼 반짝이는 펜촉.
할아버지는 어린 내 손에 만년필을 쥐여주며 웃으셨다.
"이 펜으로 세상을 담는 글을 쓰거라. 네 마음의 목소리를 종이 위에 흐르게 하는 게다."
할아버지의 서재에는 오래된 책 냄새와 함께 희미한 잉크 향이 배어 있었다.
주말마다 할아버지는 내 작은 손을 잡고 만년필 잡는 법부터 가르쳐 주셨다.
사각사각, 펜촉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는 비밀스러운 속삭임 같았다.
우리는 함께 시를 베껴 쓰기도 하고, 서툰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언젠가 이 펜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함께 쓰자고 약속하셨다.
하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갑작스레 병석에 누우셨고,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내 곁을 떠나셨다.
장례식 내내 나는 할아버지가 주신 만년필을 손에 꼭 쥐고 있었다.
차갑고 단단한 감촉만이 할아버지의 부재를 실감케 했다.
그 후로 오랫동안 만년필은 내 책상 서랍 깊은 곳에 잠들어 있었다.
꺼내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펜을 볼 때마다 할아버지의 따뜻했던 손길, 함께 글씨를 쓰던 오후의 햇살
그리고 끝내 쓰지 못한 우리의 이야기가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몇 년이 흘러 대학생이 되었을 때, 문득 그 만년필이 생각났다.
큰맘 먹고 서랍을 열어 먼지 쌓인 상자를 꺼냈다.
짙푸른 몸체는 여전히 밤하늘처럼 깊었고, 금빛 펜촉은 빛을 잃지 않고 있었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선물이었던 잉크병도 그대로였다.
떨리는 손으로 잉크를 채우고 종이 위에 펜을 가져갔다.
할아버지께 편지를 쓰고 싶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말들, 사무치는 그리움을 담아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펜촉 끝에서 잉크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몇 번이고 흔들어보고, 펜촉을 닦아보아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할아버지와의 약속처럼, 우리의 이야기처럼, 잉크는 그 길을 잃고 멈춰버린 듯했다.
사각거리는 소리 대신, 종이 위에는 아무것도 새겨지지 않은 흰 여백만이 남았다.
그 빈 공간을 바라보며 나는 깨달았다.
어떤 슬픔은 글자로 표현할 수 없고, 어떤 그리움은 잉크로 흘려보낼 수 없다는 것을.
만년필은 여전히 내 책상 위에 놓여 있다.
흐르지 않는 잉크를 품은 채,
전하지 못한 말들과 함께 영원히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다.
그것은 아름답지만 너무나 슬픈, 할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