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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야기

20. 나이 듦이 무섭다.

by 큰나무


나이가 들수록 몸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두렵다. 팔과 다리가 마음먹은 대로 반응하지 않고, 일어서거나 앉을 때, 혹은 무언가를 잡으려 할 때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허공을 집는다’ 거나 ‘헛다리를 짚는’ 일이 잦아진다.


이러한 변화는 사고의 위험을 높이며, 활동하는 시간보다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뇌 기능과 인지 능력도 점차 저하되는 듯하다.


요즘 아버지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지고, 인지 기능도 낮아진 것이 느껴진다. 낮과 밤을 구별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고, 식사를 한 후에도 하셨는지 되묻곤 하신다. 엊그제에는 마당을 걷고 난 후 의자에 앉으려다 팔걸이를 제대로 잡지 못해 뒤로 넘어지시면서 머리를 크게 다치는 일이 있었다. 다친 후에도 왜 머리에 피가 묻어 있는지, 병원에 다녀온 기억도 희미한 듯했다.


가까이 사는 누이가 헌신적으로 돌봐드리고 있지만, 먼 곳에서 소식만 전해 들으며 도울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고 죄스럽기만 하다. 다행히 잘 회복되고 있고 다시 따스한 봄바람을 느끼며 마당을 거닐기를 바랄 뿐,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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