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자전거

by 이응사

나에겐 노란 자전거가 있었다. 몸체부터 고무바퀴까지 예쁜 노란색을 입고 있었는데, 길에 핀 들꽃이나 병아리의 솜털은 흉내 내지 못하는 인공적인 색감에 알 수 없는 자부심을 느꼈다. 또한 그 자전거를 특별하게 여김은 처음으로 보조바퀴를 떼고 밟았던 바로 그 자전거였기 때문이다. 보조바퀴는 처음에야 속도를 맛보게 해 주지만 시끄러운 소음과 더불어 때로는 자유로운 운전을 방해하고 무엇보다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넘어야 할 벽으로 통했다.


아주 몰두해서 놀았던 다음 날 아침에 자전거를 놀이터에 두고 왔다는 것이 밝혀졌다. 아버지께서 출근하시며 유난히 허전한 현관에 깨달은 것이다. 나는 부리나케 달려 나가 공터 어딘가에 있을 노란색 점을 필사적으로 상상했다. 전날에 훑고 다녔던 동네바닥이 머릿속에 상기되며 좌표의 어느 특정한 지점에 있어야만 하는 자전거를 생각하니 정말로 거기에 있을 것만 같은 확신을 느꼈다. 그러나 자전거가 어떤 식으로든 놓여 있을 장면을 그 이상 사실적으로 상상하기란 불가능했다. 다만 부모님에게 크게 야단맞을 사실이 두려웠으며, 화가 누그러지고 운이 좋으면 다시 얻게 될 자전거에서 이전과 같은 특별함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있었다.


놀이터까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미친 듯이 교차하던 다리는 소년의 한정된 체력을 반영해서 걸음보다 약간 빠른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조금 더 빨리 간다고 해서 달라질 일도 아니었다. 옆구리가 아파오자 턱밑까지 차오른 호흡을 되돌리려 마음을 진정시켜 본다. 토요일 아침에 어울리지 않게 흥분한 몸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러더니 구석구석에 매달린 땀방울들의 위치를 전부 알 것만 같았고 들러붙은 티셔츠가 바람에 날려 공중으로 띄워지자 생경한 감각이 피부를 덮기 시작했다. 느려진 만큼 광활해진 시야에 빽빽한 아파트 단지를 힘겹게 오르는 태양이 보인다. 숨은 광원이 등방하게 발하는 빛이 번지고 가장 높은 도화지를 횡단하는 색의 향연에 나는 얼어붙었다. 황금빛 후광이 아파트를 넘는 순간 하늘과 뒤섞이며 연보라색 비단으로 이어지는 그라데이션을 완성한다. 복잡한 일의 순서와 긴박함이 이토록 예민한 감수성과 공존하는 것이 과연 어떻게 가능한지, 그 신비에 감탄하며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