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밥 먹이려는 자
비누가 가장 속 썩이고 얄밉게 구는 일은 밥을 안 먹는 일이다.
그럴 때 부르는 이름은 “얌송이 비누”
비누는 밥을 잘 안 먹으려 한다.
좋아하는 고구마를 작게 썰어 넣어주면 얄밉게 그것만 싹 먹고 입에 들어간 사료를 모두 뱉어놓는다. 밥그릇 근처는 지뢰밭 같다. “비누야, 수박씨 발라놨어?”
다시 간식 중 말린 오리고기를 아주 작게 썰어 넣어주면 또 그것만 싹 먹고 사료를 발 디딜 틈 없이 뱉어놓는다.
“허허 참! 우리 비누 오늘도 얌송이 했네~”
운이 좋으면 고구마 고명을 다 먹고 사료도 마저 다 먹는 날이 있다. 그러면 박수를 치고 칭찬을 해주고, 개껌을 하나 주었다.
밥을 먹기 시작할 때 주변의 환경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때는 이때다 “ 하고 밥 먹기를 멈춘다. 비누가 밥을 먹을 때면 온 가족은 얼음상태가 된다. 꼼짝 마. 얼음!!
원래도 사료를 잘 먹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밥 먹이기가 아주 어렵다.
혹시 이빨이 안 좋은가 싶어 병원에 가보니 이빨은 몇 개 빠졌지만 튼튼하다고 했다.
비누는 고집이 얼마나 센지 사료를 절대 먹지 않고, 배는 고프니 계속 징징거린다.
못 견디는 다른 가족들은 다 도망을 가고, 최후의 전사인 엄마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분명히 얌송이 비누는 배가 고프다.
징징..
“밥 먹어!”
징징징..
“밥 먹어!”
징징징징...
“밥 먹으라고..”
히유히융 징징징 징징..
각종 소리를 내며 말을 하기 시작하다가 결국 얼굴에 대고
“왕!”하고 큰소리로 짖는다.
“아잇! 깜짝이야. 너 안 되겠다”
밥그릇을 가져와 한알씩 던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흥!” 하고 무시하더니 간격을 두고 던지니 놀이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쫓아다니며 한 알씩 먹었다.
눈이 잘 안 보이니 코를 바쁘게 움직이며 사료알을 찾았다. 강아지들의 노즈워킹(Nose Walking)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좌우로 왔다 갔다 스무 알쯤 던지니 밥그릇을 찾아와 밥을 마저 싹 먹었다.
박수~~~
아이에게 비누 밥을 먹이라고 했더니 또 다른 놀이가 적용되었다.
사료알을 손아래 두고 비누가 똑똑 노크를 하면 열어주고, 손 아래 있던 사료알을 아작아작 먹었다.
한 그릇을 다 그렇게 먹였다.
박수~~~
하.. 밥 먹는 일이 칭찬받을 일인가?
요즘의 비누는 그렇게 밥을 잘 먹고, 부작용은 우리에게 나타났다.
“손에서 비누 밥냄새가 계속 나!”
사료냄새는 무척 진해서 아무리 꼼꼼히 씻어도 냄새가 남아있다.
대체 무엇을 넣어서 그렇게 향이 진한건지..
아무튼 뭐 우린 비누가 밥만 잘 먹는다면 손에서 나는 밥냄새쯤이야 감당할 수 있다.
(누군가의 손에서 개밥냄새가 남다면 저일 수도....)
아이를 키울 때도 강아지를 키울 때도 식물을 키울 때도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는 것 같다.
내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생명을 기르는 법, 육아가 아닐까 생각한다.
노즈워킹(Nose Walking)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현대사회에선 땅에서 뭔가 주워 먹는 것은 위험한 버릇이 될 수 있기도 하다.
반면 노령견들에겐 에너지 소모를 적게 하며 후각을 이용한 활동으로 재미와 활기를 줄 수가 있다고도 한다.
우리 비누에게 후자가 적용된 듯하다.
오늘은 다른 이야기를 쓰다가 비누 밥 먹이는 이야기가 주가 되어 방향을 전환했다.
가족들에겐 변화된 비누의 밥 먹는 풍경이 최대의 이슈이다. 게다가 그 모습이..
“아후! 얼마나 귀여운지..”
요즘 비누의 밥 먹이기는 치명적이다.
비누야
밥 잘 먹고, 똥 잘 싸고, 잘 자고
오래오래 건강하자
넌 그거면 돼
* 반려생활의 에티켓을 지킵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