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주나물, 꽈리고추찜, 어묵볶음
설거지가 참 싫다.
특히 기름 묻은 큰 그릇의 설거지는 손목이 후들거려 너무 힘들다.
누가 설거지만 해준다면 끼니마다 진수성찬을 차려줄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히 더 하기 싫은 날 머리를 굴린다.
“어떻게든 팬 하나로 끝내야겠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오늘의 식재료는 숙주나물, 꽈리고추, 어묵이 있다.
며칠 전 파를 썰고, 마늘을 다져 미리 준비해 둔 것을 보니 보물을 찾은 기분이다.
먼저 전기포트에 물을 팔팔 끓이고, 대접 하나와 접이식 찜기, 웍과 뚜껑 하나를 꺼낸다.
1. 물 끓이는 사이에 꽈리고추와 숙주를 씻어 건지고, 대접에 충분한 양의 다진 마늘, 파, 고춧가루, 간장, 설탕 등의 양념을 넣어 잘 섞어둔다.
2. 웍에 끓은 물을 한가득 붓고, 숙주를 살짝 삶아 건져 식도록 둔다.
3. 웍의 물을 버리고 키친타월로 물기를 싹 닦은 후 찬물을 1Cm가량 붓고, 찜기를 올린다. 꽈리고추를 봉지에 넣고 밀가루를 한술 넣고 마구 흔든 뒤 찜기에 올려 쪄준후 찜기채 꺼내 식힌다.
4. 웍의 물기를 닦은 후 식은 숙주나물을 양념하여 완성!
5. 웍을 물을 휘익 둘러 버리고 물기를 닦은 후 식은 꽈리고추를 버무려 완성!
‘이 사이에 멸치를 볶을까’ 살짝 고민한다.
6. 웍을 물을 휘익 둘러 버리고 물기를 닦은 후 불을 켜고 어묵을 가위로 썽둥썽둥 잘라 넣는다. 센 불로 볶다가 양념장에 청주를 한술 넣어 섞은 후 확 붓고 양념이 스며들도록 조금 더 볶으면 어묵볶음 완성!
아무튼 큰 기름 묻은 설거지는 웍 하나로 세 가지 반찬 완성하니 뭔가 성취감이 있다.
설거지를 너무 완벽히 하려고 해서 그렇다고 남편은 말한다. 그런데 그 말이 설거지를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설거지가 쉽게 대충이라는 것이 있나?
예전에 시댁을 가면 물 마신 컵을 대충 흔들어 엎어두는 것을 보고 기절할 뻔했다.
내가 가는 날이면 제일 먼저 컵부터 반짝반짝하게 닦아두고 철수세미로 냄비를 닦고, 국그릇을 닦았다.
시어머님은..
“뭐. 안 죽고 산다”고 내 행동을 고까워하셨다.
시아버님은 내게 살짝 말씀하셨다.
“그사이가 오니 컵이 깨끗하구나!”
며느리는 시아버지의 칭찬에 기고만장 했다. 다음에 갈땐 더 열심히 빡빡!
생각해보니 뭔가 바보같았던것도 같다.
(이 이야기는 글을 보신 분들과 저의 비밀입니다.)
빼먹은 말이 있다.
나는 이제 설거지를 대충 할 줄 안다.
대충 해도 별일은 없다.
‘괜히 유난을 떨었네. 힘들게..‘
어른들의 말씀은
나중에 보면
대부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