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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사이 Feb 16. 2024

너의 이름은 비누

콩깍지 마법에 걸렸다

비누 요?”

아기 강아지가 집으로 온 지 한 달 만에 예방접종하러 들른 병원에서 인상 좋은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이 웃으셨다.

“샴푸는 종종 만나는데 비누는 처음 들어요~^^“

“어떻게 이름을 비누로 지으셨어요?”


“음, 우리 비누는 새하얗고 예쁜 향기가 나고, 그냥 비누 같아서요”


처음에 여러 이름이 물망에 올랐었는데 14년이 지나고 보니 기억이 안 난다.

비누는 내가 내놓은 이름이었다.

강아지 이름 같지 않다고 남편은 처음에 좀 이상하다고 했지만 우리 집에 온 아기 강아지에게 제일 잘 어울렸다.

비누를 쳐다보니 비누였다

우리 집에 온 두 번째 날 비누의 이름은 만장일치로 정해졌다. 거부할 수 없는 엄마 파워였나?


나는 비위가 약해서 안 좋은 냄새에 취약하고, 후각이 민감해서 순한 비누, 세안용품과 화장품, 특히 빨래 세제와 섬유린스를 거의 향기가 없는 걸 사용한다.

선물 받은 비싼 고급 향수도 어쩌다 뿌리면 씻어내기 전까지 계속 머리가 아픈 멀미를 느낀다.

그런데 나는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말하는 개냄새라는 걸 잘 모르겠다.

더욱이 우리 비누에게선 어떤 냄새가 나도 싫은 냄새가 없이 귀엽다.

어떤 사람들은 털 알러지가 있는데도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운다.

냄새를 못 느끼고, 알러지를 이겨내며 반려생활을 하기도 한다.

주문을 외듯 이름을 지어 부르며 가족이 된 반려 동물과 함께 사는 일은 힘들어도 참을 수 있는 콩깍지 마법에 걸린 것과 같다.


귀여움에 향기가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까?

비누에게선 애견인이라면 아는 귀여운 향기가 난다.

비누가 무방비로 발을 내주던 순진했던 어릴 적엔 폭신한 발바닥을 종종 코에 대곤 했다. 그립다..

발바닥의 꼬순내는 치명적으로 귀엽다.


자꾸 부르고 싶은 향기로운 너의 이름

“비누야~”


겨우 찾아낸 가장 어린 아기비누의 모습 (2011년 초)


이름이란 존재의 의미를 더한다.

연인끼리 그들만의 애칭을 정하고, 태아에게 태명을 지어 부른다.

누군가에게 이름을 정하고 부르는 순간 서로에게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가 된다.

이름을 지을 때 꽤나 신경을 쓰고, 신중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강아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강아지에게 한번 각인된 이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기에 강아지 이름 짓기는 매우 매우 심각한 회의를 거쳐 탄생한다.

애완동물의 귀여운 이름들은 그렇게 지어진다.


저마다 자신의 애견에게 이름을 짓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지어준 이름은 점점 강아지와 닮아가고, 꼭 처음부터 그 이름 이어야만 했던 것 같다.

이름은 운명이고, 어쩌면 강아지의 이름은 벗겨지지 않는 콩깍지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주문을 외치니 콩깍지 마법은 절대 풀리지 않고, 영원할 수밖에 없다.


나의 어릴 적 강아지 이름은 뽀삐(시츄), 쫑(스피치)

남편의 어릴 적 강아지 이름은 복돌이(바둑이), 토토(닥스훈트)


서로 알고 이름을 지어준 것도 아닌데 신기하게도 가까운 지인들이 키우는 강아지들의 종류와 이름이 겹치지 않는다.

내가 만난 강아지들은 모두 딱 어울리는 이름을 갖었고, 모두 사랑스럽다.

마치와 모카, 마리 , 별이, 코나, 율무

우리 비누..

“올해도 모두 건강하자~“



반려견과 사는 일은

귀여움에 향기가 있음을 깨닫게 되며

사랑스러운 마법에 걸리는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 반려 생활의 에티켓을 지킵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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