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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마언니 Apr 12. 2024

엄마는 네가 부러워

올해 3학년에 오른 첫째딸

3학년부터는 학급에서 회장, 부회장을 뽑는다고 한다.

(라떼는 말이야, 반장과 부반장이였는데, 지금은 회장 부회장이라니, 어색하다)

3월 어느날, 딸아이는 내일 회장선거에 나가겠다며,

무언가를 적은 종이를 들고 쫑알쫑알 떠들어댔다.


다음날, 학교가 끝날쯤 딸아이의 전화가 기다려졌다.

회장선거 나가기전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막상 한다고 하니, 결과가 궁금한걸보니 내심 기대했었나보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아이를 만나니

표정이 뭔가 화가 나있었다.

표정을 보니 결과가 눈에 보였다.


그래도 조심스레 물어보니 회장선거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회장선거에서 떨어져서 화가난거냐고 물어보니

회장선거에서 떨어진것도 화가나고 속상하지만

무엇보다 내이름을 적어준 친구 2명이 이름을 적은 종이를 반대로 접어서

제출하는바람에 무효표가 되었다고 한다.

2표나 무효표가 생겨서 너무 속상해서 화가난다고 했다.


눈시울이 빨개지면서 눈물이 나오려는걸 꾹 참는 딸 모습을 보았다.


힘껏 안아주면서 잘했다고 회장선거 나간 자체만으로도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우리딸 멋지다고 말해줬다.

비록 무효표가 2개나 있었지만 너를 뽑아준 친구가 5명이나 있었다는 사실이 더

멋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줬다.

(내심 1표도 안나올까봐 걱정했었다)


딸아이는 눈시울이 잠시 빨개졌지만

이내 다짐하는 말투로 내게 말했다.


"엄마 나 2학기때 다시 도전할꺼야!

2학기때 떨어지면 4학년때도, 5학년때도, 6학년때도 도전할꺼야!"


-

사실... 엄마는 말이야...

엄마도 3학년때 반장선거에 나갔어.

엄마가 원해서 나간건 아니고, 선생님이 추천해줘서 앞으로 나가게 되었지.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벌써30년전일인데도 말이야.


반장선거에 나가서 친구들은 자신있게 "내가 반장이 된다면~" 발표를 했는데

엄마는 멀뚱 멀뚱 쭈볏 거리다가 한마디도 못하고 그대로 자리에 들어가버렸지뭐야...

그때는 남들앞에서 말하는게 왜이렇게 부끄러웠던지, 바보같이 한마디도 못했어.


근데 우리 딸은 스스로 회장선거에 나가겠다고 다짐하고

또 선거준비도 하고 용기있게 해낸 모습이 정말 대견하다고 생각해

그런 자신감이 높은 네가 너무 부러워


사실 가장 걱정되었던건, 회장선거에 떨어진 후에

혹여나 자신감이 떨어질까 걱정했거든.

하지만 왠걸? 2학기때 다시 도전하겠다고 하는 널 보며

어리지만 용기있는 네가, 하고싶은건 해내고 말것이라는 너를 보며

그런 너의 자신감, 성격이 부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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