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MZ세대라는 말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MZ세대의 성향에 맞춰 변화한', 혹은 'MZ세대에게서 트렌드인' 등, MZ세대는 '젊은 세대'라는 말을 완전히 대체하는 단어가 되었다. 사회적으로는 대체어가 될 수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도 MZ세대 = 젊은 세대일까? 거꾸로 말하자면, 젊은 세대는 스스로가 MZ세대라고 자각하고 있을까? 정의상 MZ세대의 일원으로서, 나는 저 물음에 당당하게 '아니오'라고 답할 수 있다.
MZ세대라는 용어부터 살펴보자. MZ세대는 1980년대~1990년대에 태어난 세대인 M세대, 혹은 밀레니엄 세대와 1990년대 후반~2010년대에 태어난 Z세대를 한데 묶은 용어이다. 이를 나이로 환산하면 10대 혹은 그 미만부터 40대까지 아우르는 매우 넓은 정의이다. 극단적으로 보면 198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 20대가 되자마자 비슷한 나잇대의 배우자와 결혼하고 2세를 본 가정은 가정 전체가 MZ세대일 정도로 넓은 정의이다.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임기 시작부터 지금까지 전부 한 세대라는 뜻이다. 그 사이에는 말 그대로 강산이 바뀔 정도로 많은 일이 일어났었다. 통금이 갓 해제되었고, 소련이 해체되고, 일본 문화가 정식으로 들여오게 되었고, 태풍 매미가 지나갔으며, 인터넷, PC, 스마트폰 등 말 그대로 홍수와도 같은 신문물이 많이 나오다 못해 범람했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과연 강산이 최소 3번 변하는 동안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 과연 한 세대라고 부를 수 있을까? 꼭 태어난 시대가 아니더라도 사람의 문화는 후천적인 영향으로 정의된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더더욱 하나의 세대라고 부를 수 없다. 특히나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어릴 때 접한 세대일수록 점점 하나의 세대라는 공감대가 적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문화적 의의는 바로 개성화의 심화라는 점이다. 한 나라, 좁게는 한 동네에서만 한정되던 정보 습득의 창구가 전 세계로 넓어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제 자신이 원하는 매체를 택해서 소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그들을 하나로 묶는 문화적 구심점이 다원화되어, 같은 세대라도 누구는 A매체를 소비했으며 누구는 B매체를 소비하는 등 자신이 관심사가 다양해진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한 세대 안에서도 다른 점이 너무나도 많은데, 40년 동안 나고 자란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의 세대가 될 수 있겠는가.
TV 만화영화를 예시로 들어보자. 필자는 만화영화를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슈가슈가룬>, <꿈빛 파티시엘>, <디지몬 어드벤처> 같은 이름들은 유치원에서 어깨너머로 듣기는 했다. 특히 앞의 두 애니메이션은 여아를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아 남자들 사이에서는 보면 놀림받는 대상이었지만 필자를 포함한 몇몇 아이들은 호기심을 못 이겨 여자들 몰래 보는 경우가 있었다. 성인이 된 후 타지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알았지만, 다른 동네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음을 확인해 공감대가 하나 생겼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아동용 애니메이션이 다양해졌음은 물론, 그걸 접하는 매체부터 달라졌다. 옛날에는 집이나 유치원에 있는 TV로 대다수가 원하는 만화영화를 볼 수밖에 없었다면, 지금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 자신이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필자가 어렸을 때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있었다면 굳이 <슈가슈가룬>을 부끄럼 타면서 몰래 볼 이유가 없었을 것이며, 서로 그러한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을 사실도 모르니 그러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가능성도 크게 줄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MZ라는 용어가 나왔을까? 공감대가 극히 적은 이러한 세대들을 하나로 합친 이유가 무엇일까?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공통된 것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있기에 MZ세대라는 말이 나왔을 터이다. MZ세대가 모르는 MZ세대의 특징을 다룬 각종 언론 등에 의하면 MZ세대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1. 자신이 취향에 맞는 제품에 대해 과감히 지갑을 열며, 명품 옷·신발은 되파는 행위를 즐긴다.
2. 미래보다는 지금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며, 자기중심적 이득을 실현하는데 민감하다.
3. 직업 서열, 정규직 및 비정규직 여부에 연연하지 않으며, 물질적 보상보다 개인 시간 확보를 선호한다.
4. 개인의 사생활을 중요시하며, 자신을 위한 의견을 내고 그것에 대한 피드백을 듣는 등 소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5. 연애는 긍정적으로 보나, 개인주의 성향이 옅어질 수밖에 없는 결혼 및 출산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
이외에도 많은 특징들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들을 다섯 가지 골라보았다. 이 다섯 가지 핵심을 요약할 수 있는 키워드는 '개인주의', '소비', '현재중심적', '소통', '자기실현' 등이 있을 수 있겠다. 즉, 저 다섯 키워드들이 MZ세대를 정의하는 핵심들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개가 끄덕여지긴 하지만 생각해 보자. 이 세상 사람들 중 누가 다른 이유가 없이 내게 이득이 되는 일을 마다할 것이며,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을 싫어할 것이며, 타인과 소통을 거부할 것이며, 현재 내가 손해 보는 길을 택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실현하기 싫어할까? 저 '다른 이유'에는 "내가 속한 회사/공동체/그룹에 이득이 되기 때문에", 혹은 "내가 저걸 얻으면 다른 사람에게 실례가 되기 때문에", 혹은 "남과 다른 개성 있는 존재가 되면 조직이 불안해지기 때문"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즉, 집단의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라면 저런 가치들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단을 위하여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것에 가장 익숙해진 집단이 누구일까? 대체적으로 소위 말하는 비 MZ세대, 다시 말해 기성세대가 이에 가장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기성세대가 일부러 악의를 가지고 MZ세대라는 용어를 만들어냈을 리는 없겠지만, 점점 단체라는 울타리를 뜯어내고 자신만의 영역을 선포하는 젊은 세대들의 행위가 낯설어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런 극도로 이질적인 행위가 잠시 보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밑 세대까지 전해지는 것을 보고서는 저들을 부를 단어가 필요했을 것이고, 그것이 처음에는 '버릇없는 놈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들'같은 저렴한 언어로부터 순화되어 MZ세대까지 온 것이지 않을까 추측된다. 처음엔 단지 다르다고 혐오하는 본능적인 반응에서 어느 정도의 정체성을 인정받은 단계까지 온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이 MZ세대라는 단어의 결속력은 너무나도 약하다. 자유분방하고 개인주의적이고 어리니 전부 MZ세대라는 논리는 마치 현 50대와 60대와 70대와 80대가 가난하게 컸고 반공의식이 강하니 전부 같은 세대라고 부르는 것과도 같은 과도한 일반화이다. 현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빠르게 탈중심화되고 개인화되고 있기에, 아마 근미래에 생물학적 탄생연도를 기반으로 한 세대라는 단어는 구시대적이라는 이유로 도태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기에 부디,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는 한 명의 기성세대에게 부탁드린다. MZ세대라는 실로 젊은 친구들을 어설프게 엮기 전에,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즉 세대 구분보다는 눈앞에 있는 사람에 집중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충분히 기성세대와 공감하는 젊은 친구들도 많으며, 기성세대들 중에서도 젊은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은가. 젊은 친구들도 꼰대라는 언어를 가급적 지양하도록 노력할 테니, 서로 혐오보다는 협력을 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