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생
J 네가 떠난 이후 참 많은 게 바뀌었는데 제일 크게 바뀐 게 뭔지 아니? 내가 천국과 지옥을 믿고 죽음 후 다음 생이 존재할 거라고 믿게 되었다는 거야. J 네가 인생은 다시 돌고 돌아서 오는 거라고 우리는 전생처럼 이번생처럼 다음 생도 함께 할 거라고 그랬잖아. J 네가 뱉던 그 말을 매 번 들을 때마다 다음 생이 도대체 어디 있냐며 그런 건 없을 거라고 죽고 나면 끝이라는 말을 확신했는데 그런 내가 오로지 J 너 하나로 인해서 다음 생을 믿게 되었다는 게 참 웃겨. 정말 나는 다음 생 같은 거 필요 없을 줄 알았는데 그건 J 네가 내 곁에 평생 함께 있을 줄 알았을 때 이야기였나 봐. J 네가 나의 마지막까지 함께 할 거라고 착각했기에 나에게 다음 생이 필요 없었던 거였고 그런 나의 오만함이 이번 생 같은 거 다시 한번 찾아오지 않길 바란다고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뱉어냈던 거였어. 항상 저렇게 말해왔던 내가 다음 생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J 너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하네. 나에게 다음 생이 다시 찾아온다는 게 지금처럼 살아가는 걸 반복해 보겠다는 것이 J 너는 나한테 어떤 의미인 건지 수없이 들어봤으니 알잖아. 그런데 내가 그 의미를 부숴 없애버릴 정도로 J 너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 그러니까 내가 죽고 난 그 이후에 언제든 좋으니 천국이든 지옥이든 다음 생이든 한 번만이라도 J 너에게 닿고 싶다. 다시 나를 마주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있는 힘껏 두 팔을 벌려 내 몸이 으스러지도록 꼭 안아줘. 그리고 내 이름을 J 네 목소리로 여러 번 불러주라. 난 그거면 돼. 그거면 원하지 않던 다음 생을 달게 받을 수 있을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