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가 끝은 아니야

마트에서 키우는 꿈

by Jerome 예롬

누구에게나 화양연화가 있다.

그러나 과거의 좋은 기억 속에서만 수 없다.

요즘은 소확행,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일상로 살고 있다.

매일매일 호숫가의 꽃길을 산책한 후 마시는 모닝커피가 더 평화유롭다.

전날 밤 마트에서 일한 피로를 날려 보내기에는 그 정도면 족하다.


돌아가신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팬데믹 기간 중에 그로서리(식료품점) 종사자에게

위험을 감수하고 헌신한다며 칭찬과 감사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나도 마트에서 일했던지라 그 말씀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한편 캐나다에서는 존경받는 직업순위를 조사한 적이 있는데 전체 조사 29 개 직업군에서 그로서리 종사자가 10위를 차지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그럼에도 정작 마트에서 일하는 나 스스로의 개인 만족도나 자부심은 2% 아니 20%는 부족한 거 같다.

내 라이프 사이클을 감안해도 마트 일이 내 인생의 마지막 직업이고 끝이면 서글플 것이다.


기에 마트에 다니면서 틈틈이 글을 읽으며 영혼을 살피는 편인데,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 내 처지 말해주는 것 같아 주 생각난다.

어제도 그렇고, 오늘도 어느 길을 갈 것인지 선택해야만 한다.

난 이제껏 왔던 을 계속 걷거나 뒤돌아 보기보다는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하고 싶다.

어차피 인생은 소풍이고 순례라 하지 않던가!

그동안 내 인생이 숫자를 다루는 치열한 직업이었다면, 인생의 마지막은 글자 다루는 여유로운 직업의 길을 걸어보고 싶다.

내가 몸담었던 직장활, 투자생활 그리고 이민생활도 편집하여 수필로 써보고 싶다.

언젠가는 내 인생의 화양연화보다 더 우아하고 화려하게 설을 써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회귀나 빙의를 통하는 웹소설이면 또 어떤가!


올봄까지만 해도 수시로 모바일 트레이딩을 했었다면, 요즘은 틈만 나면 어디서든 글을 끄적이는 게 습관이 되었다.

내게 변화가 찾아온 셈이다.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의 조각들을 글로 맞춰보고 다.


그런데 얼마 전 집에서 가족끼리 얘기하다가 난처한 일을 당했다.

그날도 거실에 앉아 글로 끄적이고 있었는데 " 도대체 매일 뭐를 쓰고 있느냐"며 아내가 물었다. 대화에 집중하지 않는 것에 대한 경고 것이다.

"뭐 하긴 작가가 글을 쓰고 있지..."라고 대답을 하면서도 내 목소리에는 미묘한 떨림이 있었다.

나는 어느 곳에 투고를 해 본 적이 없고 출간을 한 적은 더더욱 없 때문이다.


적막이 흐르고 자존감은 땅바닥에 떨어지며 내 마음이 상처를 입었다.

내게 작가란 말은 망사항이자 방향일 뿐 아직 '직업'는 미치지 못한다.

진정한 작가는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드러내고,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고 소통하며 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직히 말하면 직 자신은 없다.

지금 나의 위치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갓난아이의 옹알이 단계쯤 될 것이다.

아직은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들을 현재 진행형으로 쓰고 싶을 뿐이다.


그러던 중 며칠 전 내 일생일대에 혁명이 일어났다!

재수 끝에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었다.

내면에서만 꿈틀거리는 생각이 밖의 세계로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

마트에 일하면서도 키워 나가는 이 작가의 꿈은 겨자씨에 비유될 것이다.

작은 겨자씨라도 일단 심으면 자라서 다른 어느 나무보다도 큰 나무가 돼 가는 것처럼.


역시 마트가 내 인생의 끝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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